우리나라 재벌가 사람들이 모이면 무엇을 할까.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음식을 먹으며 무슨 이야기를 할까.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노블레스 중 노블레스로 불리는 재벌가 핵심 멤버들로 구성된 모임은 더욱 그렇다. 종로구 안국동 한옥마을에 사무실을 두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아름지기’라는 모임이 이를 대표한다. 신연균씨(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부인)가 이사장이다. 이사진은 삼성 리움미술관 홍라희 관장(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인), 이운경(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부인), 박영주 한국메세나 협의회장 (이건산업 회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다른 재벌가 안방마님 모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있다. SK 최태원 회장의 부인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미래회. 도대체 재벌가의 내로라하는 안방마님들은 모여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름지기와 미래회의 활동을 좇아가 본다.
아름지기는 ‘소중한 우리 문화를 함께 보듬어보자’는 취지로 2001년 출범한 비영리단체다.
그러나 회원들의 이름이 알려졌으나 최근까지 구체적인 활동이 공개되지 않아 ‘안방마님들의 은밀한 사랑방’이란 비난을 받았다.
그런 아름지기가 본격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10월까지 사업현황을 보면 서울 궁궐 안내판 디자인 개선사업, 서울 궁궐 리플릿 디자인 사업, 궁궐 안내매체 디자인 책자
발간 사업, 정자나무 주변 가꾸기 사업, 서대문구 형무소 활용방안 연구용역, 통인동 시인 이상의 집 건립사업 등이다.
한옥모임 하루 숙박비 40만원
지난 2003년에 정선 전씨의 150년 된 함양의 한옥을 기증 받은 후 지난해 5월 11일 함양한옥을 개관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일반회원들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문턱이 높다. 평생회원은 200만원, 연회원은 십만원의 연회비를 내야한다.
이들이 운영하는 함양 한옥을 이용하고자 할 경우 연회원 이상만 이용이 가능하며 안채에서 숙박할 경우 (4인기준, 아침식사 제공) 40만원이며, 인원 초과 시 8만원을 추가해야한다. 또한 사랑채의 경우 30만원(3인기준, 숙박 및 아침식사제공)의 비용이 든다.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재벌총수의 부인, 딸, 며느리 등 여성회원만이 활동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남자회원도 있다. 조현준 효성사장(조석래 회장의 장남), 이희상 동아제분 회장, 박영주 한국메세나협의회장(이건산업 회장), 김영호 일신방직회장도 창단 주요멤버다.
후원이사로는 이경렬(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부인), 서재량(타워호텔 남충우 회장 부인), 유연희 (대한여행사 회장 부인), 정춘자 (신라교역 회장 부인), 조효숙(법무법인 김&장 한상호 변호사 부인) 등이다.
아름지기 측은 “일부에서 알려진 것처럼 재계부인만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회원도 500여명 있다”고 말했다.
아름지기와 함께 양대 축을 형성하는 미래회는 순수 봉사활동단체다. 1990년 서울 미술관에서 공부를 하다 알게 된 12명이 모두 기독교라는 공통점 아래 모여 비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기도하며 성경공부를 하던 것이 시초다.
또한 유진벨재단이 북한 결핵환자를 돕는 비디오를 보다가 이 같은 아이들을 돕자는 취지로 모였다.
회원으로는 노소영 (SK 최태원 회장의 부인), 조옥형 (한솔제지 이인회 고문 딸),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의 부인 안영주(한솔 그룹 조동길 회장의 부인), 이수연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며느리이자 이명박 대선후보의 딸) 등이다.
현재 회원은 23명으로 늘어났으며 연령대는 30~50대다.
미래회의 가장 역점 사업은 바자회다. 1999년 12월 첫 자선 파티를 열었으며 매년 봄, 여름 바자회와 자선파티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정기바자회에서는 재계부인들의 애장품이 나와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03년에는 아름다운재단이 보육시설에서 자라나는 아동들에게 여행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길 위에 희망찾기 프로그램’에 1억원을 기증했다. 또 저소득여성 지원기금, 캄보디아봉사활동을 하고 아동복지기관에 1000달러를 기증하기도 했다.
미래회는 SK 노소영씨가 회장
그러나 미래회는 사무실도 정기적인 모임도 없다.
비정기적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자는 취지의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무리 재계의 수준급인 사람들이 모인다 할지라도 봉사활동을 위한 단체가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일부에서는 대중성을 외면하는 문화행사를 개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며 “아무리 개방적인 성격으로 모임이 바뀐다 하더라도 200만원의 회비를 내고 하룻밤에 40만원짜리 함양한옥에서 자며 봉사활동을 하는 일반 서민들은 드물 것”이라고 꼬집었다.
백은영 about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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