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전직간부 “성상납도 비일비재”
제약사 전직간부 “성상납도 비일비재”
  • 김종훈 
  • 입력 2007-11-06 09:51
  • 승인 2007.11.06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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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3조 리베이트 먹이사슬 단독공개

동아제약, 한미약품 등 10개 제약회사들이 병·의원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약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들이 골프 접대, 세미나 지원, 회식비 지원 등의 명목으로 뿌린 리베이트는 약 5200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액만 무려 2조2000억 원으로 집계된다. 공정위는 지난 1일 10개 제약회사들의 불법 리베이트, 약값인하 금지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99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녹십자, 중외제약 등 매출액 상위 5개사는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과징금 규모는 동아제약 45억원, 유한양행 21억원, 한미약품 51억원, 중외제약 32억원 등이다. 이들의 리베이트 제공은 단순히 공정거래법위반 차원을 넘어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로 사회전체의 비난을 받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이들이 행한 불법영업의 실태를 제약사 전직간부를 통해 적나라하게 파헤쳐 본다.


제약회사들이 병·의원, 의사, 약사들에게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해 제공한 리베이트 유형은 다양했다. 업체들은 병원에 필요한 각종 의료기기, 컴퓨터 등 물품을 제공하고 병원 리모델링 비용을 보태기도 했다. 약품을 시판한 후 안정성,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판 후 조사(PMS)는 판촉수단으로 이용됐다.

제약회사들이 매출액의 약 20%를 리베이트에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리베이트 비용이 크다보니 매출액에서 판매비용이 차
지하는 비율도 35.2%로 일반 제조업 평균 12.2%의 세 배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번조치로 리베이트가 근절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직 제약회사의 간부에 따르면 이런 과징금 부과는 일회성 조치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제약업계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선 의약제도와 법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피해액 2조1800억 규모

제약회사들이 병원이나 약국에 처방이나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나 약사를 구워삶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제약은 약국에 대해 부부동반 홍콩 해외여행 경비를 지원한 사실이 적발됐고 삼일제약은 병원 의사에 대해 가족동반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도록 경비를 제공했다.

중외제약은 자사의 약에 대한 처방을 늘리기 위해 모 병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3천만원 가량 제공했고 골다공증 검사기계 등 의료기기나 PDP TV, LCD 모니터 등을 제공한 경우도 많았다. 녹십자 등은 내과 개원 의사들의 세미나를 지원하거나 학술대회를 후원했다.

한미약품은 자사가 급료를 지급하는 연구원 14명을 종합병원에 파견해 근무하도록 했고 일성신약과 한국BMS제약도 병원에 자사 직원이나 임상 간호사를 파견했다.

심지어 의사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여행 경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국내외 골프여행을 많이 주선했고, 신혼여행에 경비를 대는가 하면 바다낚시, 꿩 사냥 등 여가활동도 지원했다.

약사들에게도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현금이나 상품권 또는 물품으로 지원했다. 약국에는 종이컵, 약봉투, 냉난방기, 진공청소기 등 각종비품을 지원해왔다. 지역 약사회 모임이나 망년회 등에도 자금을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무수히 다양한 방식으로 병원과 약국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이 같은 편의를 제공하고도 많은 제약사들이 15%내외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은 제약수가 책정이 전혀 통제 없이 이뤄진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식약청 검수시스템 개선 필요

지난 2004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고위간부가 아들의 결혼식과 관련, 업무와 관련이 있는 100여개 제약회사의 임직원 등에게 청첩장을 돌려 거액의 축의금을 받아 처벌된 사실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모 제약사의 간부에 따르면 “라이선스가 끝난 복제약의 경우 식약청 생동성 실험의 오더가 빨리 떨어지면 그만큼 영업 이익이 커지기 마련”이라며 “심사를 넣으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기간을 단축시키려면 직원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털어놨다.

식약청은 약값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나?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비가 거의 들지 않는 카피약이 오리지널약의 80% 수준에 수가가 정해진다. 약에 대한 적정수가가 정해져야 한다. 수가가 제대로 정해진다면 적정마진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리베이트를 무리하게 줄 수 없다. 가격이 다운되면 심한경쟁이 있을 수 없다. 식약청은 정확한 생산원가를 제출받아 관리감독을 정확히 해야 한다.



#베일 벗는 제약사 ‘먹이사슬 커넥션’
리베이트 없이 제약영업 없었다


한국의약문화 발전과 개선을 바란다는 제약사 전직 간부 B씨는 일선에서 행해지고 있는 리베이트 영업사실을 상세히 털어놨다.

B씨에 따르면 “크게 OTC(일반의약품), ETC(전문의약품), 나뉘는데 ETC의 경우가 리베이트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고 전문분야라 의사의 선택이 절대적이다. 이 중에서도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으로 나뉜다. 실제로 오리지널과 복제약의 제조단가는 차이가 많이 난다.”

오리지널약은 신약개발비가 많이 들지만 복제약은 개발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제약의 금액이 높이 책정되는 이유는 관행처럼 시행해온 리베이트가 약값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B씨는 “약품마다 보험수가가 정해지지만 보험수가 만원의 약품이 천원에 병원에 공급되기도 한다.

또 중종합병원(약 80병동)의 경우 신규영업을 하면 100만원이상 발주하면 현금 15% 지원한다. 또한 약품에 대한 결제를 100만원이상하면 D/C 10%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잔고 500만원 중 300만원을 결제하고 남은잔고에서 또다시 D/C를 해준다는 것이다.

개인병원들은 매출이 적어서 따로 D/C가 들어가긴 힘들지만 월 50만원을 쓰면 결제는 10만원정도만 받는다는 것이다.

약국의 경우는 오픈하면 거기에 들어가는 냉장고, 온장고는 물론 모든 집기세트를 모두를 기프트로 준다. 그리고 제약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급되는 모든 약품을 풀셋팅 후 3~6개월이 지난 후에야 결제에 들어가는데 그마저도 10%정도만 받는다는 것이다.

약국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종합병원 근처의 약국 등은 자사의 약품만을 쓴다는 조건으로 이면계약을 하면 오픈 시 소정금액을 무상융자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중종합병원은 일반적으로 도매상이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B씨는 “제약회사는 월래 제조사다. 판매상을 통해서 제약사마다 병원, 약국 등으로 공급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문제가 됐을 시 제조사가 책임을 도매상에 넘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약의 경우 신규를 유치하기 위해 도매상을 통해 더욱 많은 혜택을 무차별 쏟아 붙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제약사별로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영업방법은 각사의 경쟁이기에 비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병원의 처방전은 약국서 보관한 자료를 통계해 리베이트도 차등지급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쓰는지도 모르고 리베이트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병원서 한 달간 총 처방 합계액이 총 1000만원이면 그에 따른 리베이트가 지급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성분명 처방 등 모든 것이 약사와 의사간에 리베이트에 따른 기 싸움이라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이에 반해 도매상들의 마진은 평균 7~10%밖에 되지 않는단다.

수익금이 신약개발 등으로 돌아간다면 좋지만 그런 것들이 이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기에 제약사도 울며 겨자 먹기로 리베이트금
액을 생산가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대학병원(종합병원)은 납품절차가 더욱 까다롭다고 한다. 기안(계획)서를 해당병원 약국장, 담담과장, 이사를 모두 통과해야 약품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들이 대놓고 뭔가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사실상 알아서 기는 형태의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에게 상품권 등 소액의 뇌물을 제공해서 의사의 일정을 파악해 생일, 가족의 경조사 등을 챙긴다. 심지어 성상납도 공공연히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사나 약국장 등이 자주 가는 골프장, 레포츠클럽 등을 파악해 회원권 등을 제공하고 친선경기에 타이틀을 걸어 돈을 잃어주는 등 다양한 형태의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자연스레 그 제약사의 약품으로 처방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그리고 대학병원 경우 공식적인 회식도 있지만 과별회식도 있기에 담당과장에게도 뒷돈을 따로 챙겨준다. 담당과장이 섭섭하게 생각해 특정사의 약을 안 쓰면 그만이기에 소회식도 무시 못 한다는 것.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것도 고정 지출이다. 과별 과장들에게도 분기, 반기별로 회식비가 지급된다.


김종훈  fu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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