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동원금융지주(현 한국금융지주)에 인수된 한국투자증권의 매각과정과 동원증권을 흡수 합병하는 과정에 대한 헐값 매각 및 세금탈루에 대한 의혹들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10월 30일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의혹들이 재조명된다. 대통합민주신당 문석호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증권) 매각 당시 주관사와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을 둘러싼 의혹들을 집중 제기할 전망이다. 왜 한투증권 매각과정과 관련한 논란은 2년이 넘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것일까.
지난 1974년 출범 이후 투신업계 리딩업체였던 한투증권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압력에 의해 대우그룹 사태에 따른 채권을 껴안으면서 부실사로 전락했다. 이후 정부는 6조5500억원이란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2005년 6월 1일부로 한투증권은 당시 시가총액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동원증권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었던 동원금융지주 계열로 인수됐다.
이후 동원금융지주는 한국금융지주로 재탄생했고 한투증권은 동원증권을 흡수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한투증권은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었고 수탁고 감소 및 핵심인력의 경쟁사 이적 등 내분을 겪었다. 당시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민주노총 등은 이상의 과정에서 발생한 의혹들을 강도 높게 제기하기도 했다.
그해 국감에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과 김정부 한나라당 의원 등은 한투증권은 부동산 가치만 3500억원에 이르는 데 이를
5462억원에 매각한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철저히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한 한투증권 인수 후 정부가 동원금융지주내 자회사와의 합병을 제한 없이 허용 조치해 동원증권의 2700여억원 세금 탈루를 부추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그 때뿐.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조사나 어떠한 후속조치도 없었다.
국감 한투증권 매각과정 재조명
대통합민주신당 문석호 의원은 10월 30일 열리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와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감에서 한투증권 매각 과정에 대해 집중 거론할 계획인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문 의원 측은 2004년 정부측이 예보를 통해 한투증권 지분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한 방법으로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안진회계법인을 회계실사법인으로 선정했다고 제기했다.
이를 통해 기업실사를 왜곡시켜 정부 지분 100%를 동원금융지주에게 헐값 매각을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문 의원은 재경부 공자위에 대해서도 한투증권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할 방침이다.
문 의원은 한투증권 매각과 관련, 당시 공자위 매각소위위원장을 맡은 정광선 한국기업지배구조센터원장(중앙대 교수)이 2005년 5월 이후 현재까지 한국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있다는 점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취재결과 한국금융지주는 정광선 원장과 함께 동원증권 사장을 역임한 김정태 국민은행 전행장을 올 6월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에 대해 한투증권 관계자는 “M&A과정에서 합병과 피합병기업간의 잡음은 흔한 일”이라며 “당시 매각과정은 법에 의해 정식 절차를 밟아 문제없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예보 관계자는 “한투증권 매각은 매각과정 각 단계마다 공자위 의결을 거쳤고 매각공고와 인수희망기업 접수 결과 최고가를 쓴 동원금융지주가 인수한 것“이라며 “회계법인 실사에서도 시장에서 형성된 가치가 충실히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회장 화려한 맨 파워
식품업과 금융업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동원그룹. 1999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양대 사업군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사장이 금융 계통을, 동원F&B 등 식품 계열은 김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동원산업 상무를 중심으로 후계구도가 형성돼 있다.
김 회장은 정재계에 걸쳐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연유로 재계에서는 당시동원금융지주가 우리나라 최대의 투신사였던 한투증권을 헐값에 인수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증권업계 리딩컴퍼니는 아니었음에도 동원증권을 거친 인사들의 면모는 화려하다.
대표적으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동원증권 사장을 역임했으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도 동원증권 임원을 거쳤다.
특히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요직 인사들도 대거 한국금융지주와 연관이 돼 있다.
재경부 출신의 정태석 광주은행장도 동원증권 상무를 거쳤고 역시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요직을 두루 거친 김범석 한국투자신탁운용(옛 동원투자신탁운용)사장은 현재까지도 한국금융지주 계열 경영진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투신사 공적자금 회수 치외법권 논란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로부터 회생시킨 투신사 대부분이 헐값에 팔린 반면 제조업체는 제값을 받고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은 최소비용의 원칙과 공평한 손실부담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에 있어서는 치외법권이라는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공자위에 따르면 지금까지도 민영화된 주요 공적 자금 투입기관·회사중 회수율이 가장 낮은 곳은 한투증권이다. 출자금만 5조7650억원이 들어갔지만 지분 100%가 5462억원에 동원금융지주에 팔려 회수율이 9.5%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투증권 역시 출자금 3조2003억원의 14.7%인 4750억원에 하나은행에 넘어갔다.
제조업체의 경우는 이와는 반대다.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출자액은 3671억 원이지만 두산중공업 컨소시엄으로부터 1조147억원을 받아 회수율이 276%에 달했다.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에 팔린 현대오토넷도 출자액이 1671억원이 들어갔으나 1918억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한투증권과 대투증권에 공적자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간 것은 1990년대 증시부양정책과 함께 대우사태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을 감안한 것“이라며 “투신사의 경우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일반 제조업에 비해 막대하기 때문에 투입금액과 회수율에 있어서도 차이가 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익창 sanbada@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