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금융업 확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증권업 진출을 모색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증권업 진출을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인수할 증권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 사장이 현대차그룹의 증권업 진출 등 금융업 확대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의 현대차 그룹내 위상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증권업 진출 등 금융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신용카드 분야의 현대카드와 할부금융 분야의 현대캐피탈 등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사장, 금융계열사 수장
정 사장은 지난 2003년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으로 발탁된 이후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수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현대차그룹이 금융업 확대를 모색하면서, 정 사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되면 증권사의 업무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증권사 인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현대차그룹이 자통법 등에 발맞춰 증권사 및 보험사 등을 인수해 금융업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며 “하지만 자통법 시행 기대감으로 M&A대상으로 거론되던 증권사의 가격이 갑자기 폭등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증권사 인수 전략이 수정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의 현대증권 인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서 현대증권을 매각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현대증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파다하게 퍼졌다.
그러나 현대그룹측이 “현대증권 매각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고, 자통법 시행에 따른 기대감으로 인해 현대증권의 주식 가격이 1년 사이 2배가량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현대증권 인수설도 잠시 잠잠해진 상태다.
현대차그룹측도 “현대증권의 인수가격이 3조5000~6000억원대로, 그럴 만한 여력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현대증권외의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이참에 증권사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증권 인수 무산?
특히 이런 ‘현대차의 증권업 진출’을 위한 실무 작업을 현대카드·캐피탈이 주도하고 있고, 또 정 사장이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처럼, 정 사장에 대한 역할론이 대두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그룹의 승계구도와 관련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권과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업종을 바꿔 금융계열사를 승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산법’제정 등 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정의선 사장이 금융계열사를 승계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아들 정의선 사장이 자동차 등 자동차 관련 산업분야를 맡고, 정태영 사장이 금융계열사를 맡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그룹분할도 염두에 두고, 산업분야는 아들인 정의선 사장이, 금융분야는 사위인 정 사장이 각각 맡을 것이란 분석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정태영 사장이 그룹의 ‘금융 분야 몸집불리기’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 및 신설을 위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 사장이나 현대카드·캐피탈이 주도적으로 증권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증권업 진출을 위한 실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후계구도와 관련짓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카드·캐피탈은 미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카드·캐피탈측은 현대차그룹의 현지 자동차판매 금융회사인 HMFC사를 인수·합병해 자동차 할부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미국 고객들을 타깃으로 신용카드와 개인신용대출사업 진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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