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라호텔 안에 병원이 있다.” 누가 듣는다면 우스갯소리라 하겠지만 정말 우리나라 신라호텔에는 참으로 이상한 병원이 있다. 병원 내방 환자가 하루 평균 5명 정도. 환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망한다는 이 병원은 광고를 하지 않기에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소위 아는 사람만이 가는 이 병원에 내방하는 환자들도 남다르다. 길게는 10분, 대기하는 시간만이라도 혼자만의 개인 원룸에서 있고 싶어 한다. 옆방의 사람이 누군지 물어본다거나 훔쳐본다면 예의가 아니다. 이 이상스러운 풍경 속 환자들은 소위 우리나라 최상위계층인 1%를 지칭하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들이다. 최근 수많은 기업들이 이들을 고객으로 모집하기 위해 ‘받들어 모셔’를 외치며 바짝 엎드렸다. 금융, 호텔, 백화점, 건축, 병원, 심지어는 가전제품, 화장품까지도 전방위로 퍼지고 있다. 1%를 위한 100%만족 서비스에 몸 던진 기업들만의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세계를 살펴본다.
카드업계에서 최고로 VVIP 고객 마케팅을 실시한 현대카드가 고객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 사는 50대 나이에 대기업 및 중소기업 임원출신들이 한 달 평균 630만원의 카드 소비를 하며, 가장 많이 이용하는 부분은 항공사를 이용할 때로 조사됐다.
남녀 구성비는 6대 4로 뜻밖에 여성들의 카드 소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장 발 빠른 마케팅을 하는 곳이 카드사와 금융사다.
1%를 위한 100% 서비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15일 34명의 회원을 위해 보디가드 20명을 고용해 요트행사를 진행했다.
회사나 직책이 없는 명찰을 찬 이들은 현악 5중주와 남성 8중창단의 곡에 맞춰 꿩 경단과 바다가재 요리가 포함된 12만원 상당의 식사를 했다. 이 날 하나은행이 이들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2000만원 정도다.
우리은행도 지난 11일 VVIP 고객 50여명을 대상으로 한강변 선상 레스토랑에서 외국인 소믈리에를 초청해 저녁식사와 함께 와인강좌를 열었다. 또 고객의 결혼 적령기 자녀 20명을 초청해 상류층 예절, 전통차 마시는 법에 대한 강좌를 열기도 했다.
카드사도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 들었다. 대표적인 게 연회비 100만원인 현대카드와 비씨 인피니티카드다.
현대카드는 월 최고 1억원을 쓸 수 있는 블랙카드를 만들면서 총 회원을 9999명으로 제한했다. 1번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고 9999번째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가입할 수 없다.블랙카드 위원회가 심사를 하고 가입을 허용한다.
사용한도 무제한인 인피니티도 회원 수를 0.1% (1만여명)로 제한하고 수신고 10억원 이상 PB고객, 대기업 최고경영자 및 임원, 10년 이상 경력인 의사 변호사에게만 발급을 국한했다.
이들의 대우도 특급이다.
블랙카드 이용자는 아시아나 항공사를 이용할 때 비즈니스 좌석을 끊었다하더라도 퍼스트 클래스 잔여석이 남는다면 옮길 수 있다.
또 특1급 호텔 식음료 25% 할인에서부터 이탈리아 현지 맞춤 셔츠 교환권을 준다.
인피니티의 경우 해외호텔 1박 무료, 전국 일본 제휴 골프장 그린피 면제, 홀인원 축하금 100만원 등 고급스러운 특혜가 주어진다.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에서 연간 수천만원을 이용하는 고객 MVG (Most Valuable Guest)들은 명품관 에비뉴엘에 가
게 되면 일일이 쇼핑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용 멤버스 클럽에 앉아 있으면 개인 비서 겸 스타일리스트가 찾아와 코디해주고 구입을 도와준다. 집에 갈 때도 전속 운전기사가 달린 벤츠를 타고 집에 갈 수 있다.
이 같은 풍경은 신세계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연간 매출액 5% 이내를 다시 세분화해 상위 1%안에 해당하는 S(Speciel)-VIP 고객들은 전점 무료 주차, 요트, 골프, 와인 클럽 활동 뿐만 아니라 쇼핑정보와 직접 쇼핑에 동행하는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연간 3천만원 이상 고객 1만 여명을 자스민 고객으로 선정하고 점포마다 30~40평 규모의 전용 룸을 운영하면서 전문 서비스 요원이 상주해 고객편의를 제공 한다.
백화점 코디·벤츠기사 대기
힐튼이나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뷰티메드의 연간 회원들은 엘리자베스 여왕, 찰스 왕세자,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헵번 등이 애용했던 세계적 피부재생의료센터인 클리닉 라프레리(CUP)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클리닉이 있는 곳은 제주도 나인 브릿지 골프클럽 내에 있는 동양최대 규모의 스위스 퍼펙션 웰니스 스파메드이다.
이용하는 고객들은 1500여명으로 주로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들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직접 찾아온다.
가전제품도 이들을 위한 맞춤식 주문생산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큰 LCD TV인 ‘파브(PAVV) LED 70’를 전 세계 부호 100명을 상대로 주문 생산해 판매를 마쳤다.
판매가만 5900만원, 178㎝(70인치) 초고화질(풀HD) 액정표시장치(LCD)를 갖췄다.
백은영 about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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