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중동 보수 언론의 건재
노 대통령은 언론개혁에 관심이 크다. 그 골간은 언론사 소유지분제한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편집권과 인사 독립 등을 골자로 하는 정간법 개정은 언론개혁의 핵심이다. 그러나 방상훈, 홍석현, 김병관 일가에 집중되어 있는 조중동 보수 언론이 호락호락 당할 리 없다. 조중동 보수언론은 재벌출자전환제한 조치와 언론사 소유지분제한을 연관시켜 끊임없이 이데올로기 공세를 펴고 있다. 문제는 지금 극도의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그 동안 호조를 보였던 수출도 중국의 긴축 경제와 석유 파동 등으로 앞으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이 경우 조중동 등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더욱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강하게 밀고 나갈지는 미지수이다. 반면 만약 개혁이 지지부진하면 이번에는 노 대통령 개혁의 지지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한겨레신문이나 시민단체 등이 또 반발할 것이기에 노 대통령은 지금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있다.
2.주류 사회의 냉소적 반응
한국 사회는 학벌 캐스트 사회라고 한다. 주요 대학의 학벌 사회는 이 사회의 주류(main stream)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김대중 전대통령에 이어 현재의 노 대통령도 고등학교 졸업자 출신이다. 그러니 한국의 주류 세력에서 노 대통령을 근거 없이 폄훼하는 흐름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그럴수록 더욱 더 친노동자적 포퓰리즘 성향을 보이고, 어려운 시절 자신을 도와주었던 비명문대 출신의 측근들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욱 더 주류와 노 대통령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3.민주노총, 농민단체의 공격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9석이나 얻었기에 노동자, 농민의 목소리는 더욱 더 높아질 것이다. 노동단체는 비정규직 문제, 주 5일제 문제, 공무원 노조 문제 등등의 노동 현안으로 벌써 줄줄이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농민 단체도 이번 추곡 수매가 인하와 함께 계속 체결될 FTA 문제 등에 강하게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이들의 목소리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더구나 원내에 민주노동당 의원까지 도사리고 있기에 해법은 더욱 더 어려워 보인다.
4.열린우리당 권력투쟁
천정배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되자마자 “청와대와 동등 차원에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인 것이다. 신기남 상임중앙위원과 정동영 의장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김근태 의원도 우리당 안에서 재야-운동권 세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또한 유시민 의원 등의 개혁당 계열도 ‘여당 안의 야당’ 구실을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들은 당의 개혁 노선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하여 당권파와 일전불사까지 각오하고 있다. 이런 복잡다단한 당내 사정을 감안해서 노 대통령은 염동연 정무조정위원장을 직할부대로 내려보냈으나 과거 김대중 전대통령 시절의 동교동계의 전횡을 지켜본 우리당 내부에서 그런 구상이 제대로 실행될지는 의문이다.
5.한나라당의 공격
비록 박근혜 대표 중심으로 한나라당이 ‘상생의 정치’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나 한나라당은 언론개혁, 재벌개혁, 사법개혁 등에서 집권 여당인 우리당과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김혁규 총리 내정 문제로도 앞으로 엄청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른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어떤 상생적 관계를 펼칠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노 대통령이나 우리당은 국회 과반수라는 힘을 믿고 밀어붙이려는 유혹을 받기 쉬우나, 그 경우 조중동 보수 언론의 측면 지원과 맞물려 엄청난 국론 분열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개혁을 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이다.
6.미국·북한과의 관계
이라크 전투병 파병 문제부터 북핵 문제까지 노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 사안은 수없이 많다. 당장 이라크 파병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조중동 보수 언론은 줄기차게 ‘미국과의 약속’을 명분으로 파병을 촉구하고 있고, 이번 이라크 포로에 대한 미군의 가혹행위로 국제 여론이 엄청나게 나빠진 상태에서 국내의 파병 반대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파병 반대 촛불 시위가 큰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서도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7.측근 정치의 부활
애초 노 대통령과 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나온 명분이 ‘정치 개혁’이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동교동계의 부정부패와 패거리정치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시작된지 벌써 1년을 넘었지만, 거창한 명분과 달리 실제에 있어 과거와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은 “지역 감정 타파와 새 정치를 위해 온 몸을 던졌다”는 ‘명분’에 있었다. 그런데 집권 2기에 들어서면서 그 명분이 약화되고 있다. 노 대통령 스스로 그 명분을 차 버린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측근들의 무분별한 부패행위와 행정력 미숙은 이런 명분의 약화를 더욱 부추겼다는 관측이다.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이 철회되었다. 노 대통령은 업무에 복귀했고, 의욕적으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에서 과반수로 압승했기 때문에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국정이 표류한다”는 하소연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러나 잘 따져보면 노 대통령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내 놓고 있다.
이상봉 pneumas@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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