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방계 3세’ 구본호에 ‘옐로 카드’?
LG ‘방계 3세’ 구본호에 ‘옐로 카드’?
  • 정하성 
  • 입력 2007-09-13 14:17
  • 승인 2007.09.13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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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미다스의 손’ 움찔한 사연

최근 증권가 최고의 화제는 단연 범LG가(家) 구본호씨다. 코스닥시장에서 손대는 종목마다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폭등장을 주도하면서 구씨는 증권가의 기린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구씨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구씨가 LG그룹의 후광을 업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구씨와 LG그룹도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재력을 갖춘 재벌가문출신이라는 후광 때문에 구씨와 관련된 종목들에 투자자들이 크게 몰리고 있다. 따라서 자칫 구씨의 행보에 따라 개미투자자들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재벌 효과’라는 말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재벌효과’는 재벌가 인사가 투자하거나 인수한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것을 빗댄 말이다.

이런 ‘재벌효과’에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구본호씨다. 구씨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동생인 고 구정회씨의 손자. 따라서 구씨는 현 구본무 LG회장과는 6촌 관계인 셈이다.


‘본’자 항렬 3세

이처럼 구씨는 범 LG가의 출신이지만, 그간 재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구씨는 LG그룹과는 지분관계가 전혀 없는 상태로, LG일가 본자 항렬의 3세 정도로만 소개돼 왔다.

구본호씨와 연관된 사업체도 아버지 구자헌씨가 창업한 범한판토스와 레드캡투어(옛 범한여행) 정도였다.

지난 77년 설립된 범한판토스(옛 범한종합물류)는 해운 및 항공화물운송주선업, 항공화물운송대리점업, 복합운송주선업, 창고보관업, 운송업 등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2006년에 상호를 변경한 바 있다.

회사는 LG그룹 등의 물류부문을 담당하며 크게 성장, 2001년 1867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05년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 구본호씨는 어머니인 조금
숙(지분율 53.86%)에 이어 범한핀토스의 지분 46.14%를 보유, 2대주주다. 범한판토스의 경영은 어머니인 조씨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으며, 구씨는 회사로부터 지난 2004년 이후 매년 100억원대의 배당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경영’과는 거리가 있었던 그의 사업적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말. 배당금 등으로 자본이 있던 그는 미디어솔루션이 제 3자 배정 유상증자한 지분 100만주를 매입했고, BW(신주인수권부사채) 180만주도 사들였다.

그런데 구씨의 주식 매입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고, 미디어솔루션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구씨가 처음 지분을 인수할 때만해도 7000원이던 주가는 한달도 지나지 않아 최고 4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는 주가상승에 따른 평가차익 및 BW 매각 등으로 미디어솔루션에만 500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구본호 효과’로 흔들

이때부터 코스닥시장은 ‘구본호’라는 인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본호의 힘’, ‘구본호의 효과’는 유·무선 중계기 개발업체인 액티패스 주식 매입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올해 초 그는 액티패스의 BW와 CB(전환사채) 80억원어치를 인수하기도 했다.

액티패스는 구씨가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급등해 2300원대여던 주가가 3만원을 웃돌고 있다. 무려 15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최근 들어서도 구씨의 M&A는 멈추질 않고 있다. 구씨는 최근 엠피씨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30억원을 출자, 엠피씨의 주식 63만여주를 인수했다.

이 사실이 공시를 통해 알려지면서 지난 8월 중순부터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폭주해 코스닥 시장 마감이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구씨는 지난달 동일철강의 지분 9.71%를 매입한 데 이어 최근 추가로 11.73%를 매입했다. 또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레드캡투어도 13%를 매입해 동일철강 지분의 총 34.44%를 인수했다.

이와 같은 주식매입과 관련해 구씨측과 구씨와 연관된 회사들은 “기업인수보다는 투자목적”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씨의 주식매입에 대해 “투자목적이기 보다는 구씨가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씨는 미디어솔루션의 경영권 인수를 한 뒤 범한여행과 합병해 레드캡투어로 상호변경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또 구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미디어솔루션도 올 초 액티패스의 경영권 및 주식 121만8000여주를 93억6000만원에 양수하는 내용의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구씨는 미디어솔루션과 레드캡투어, 동일철강, 액티패스 등을 통해 물류는 물론 철강, 여행, 유·무선 중계기, 자동차 대여 및 정비업, 통신기기 판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LG방계 회사 또 탄생”?

따라서 업계 일각에서는 “구씨가 계속해서 투자한 회사를 하나의 ‘그룹’으로 엮는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M&A를 통해 계속해서 몸집을 불리기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구씨의 사업 확장과 관련해 걸림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이다. 우선, “구씨가 사업영역 확대라는 명목아래, 주식투자를 통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증권업계에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구씨가 투자한다는 소문이 난 기업의 주가가 예외 없이 수직 상승하는 일이 거듭됐다. 이 때문에 구씨는 주식투자와 관련해서, 이미 14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구씨는 지난해 10월 미디어솔루션 BW를 매입한 지 한달도 안돼 90만주를 매각해, 3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구씨가 ‘LG그룹의 후광’ 및 ‘구본호 효과’를 역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이런 ‘재벌 효과’ ‘구본호 효과’ 등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로 인해 구씨는 시장질서교란, 부당시세차익 등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강도 높게 받기도 했다.

또 이런저런 구설수로 인해, 구씨와 LG그룹 고위층간 갈등설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범 LG가라는 이유로, 구씨의 투자가 LG그룹과 연관 짓는 분위기에 대해 LG그룹 고위층이 강력한 경고(?)를 했다는 얘기가 재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LG그룹 고위층이 구씨와 관련해 각종 불미스런 일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구씨의 자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그룹측은 “LG와 구본호씨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구씨의 투자종목이 LG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 그리고 구씨에게 투자 자제요청 등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구씨가 LG그룹과의 갈등 등 산적한 걸림돌을 어떻게 제거하고, 사업 확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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