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후계구도
금호아시아나 후계구도
  • 정하성 
  • 입력 2007-09-12 09:55
  • 승인 2007.09.12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세들 중 누가 대권 잡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후계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삼구 회장과 그의 아들 박세창 이사 등 오너 2~3세들이 최근 들어 지분 정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2~3세들의 지분정리는 표면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분정리과정에서 경영권승계 향방도 드러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경영’으로 유명하다.

이같은 ‘형제경영’이 가능했던 것은 오너 2세들인 4형제 일가가 똑같은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과 금호
석유화학의 지분구조를 보면, 형제간 철저한 동등지분 원칙이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손자, 경영권서 멀어져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형제간 ‘황금분할’이 깨지면서, 그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동등지분 원칙이 깨진 것은 지난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양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부터.

발표이후 오너 3세대들은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그룹 창업주의 장손자이자 고 박성용 회장의 장남인 재영씨는 이와는 별도의 행보를 보였다.

재영씨는 지난 4월 그룹 오너 3세들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금호산업 지분을 각각 6만주씩 매입할 때에도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재영씨는 또 다른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 지분 136만여주를 대거 매도까지 했다.

이에 금호그룹의 경영권에서 장손인 재영씨가 배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같이 재영씨가 경영권과 멀어지면서, ‘포스트 박삼구’역할을 누가 맡을 것인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형제경영’원칙에 따라 4남인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이 차기 그룹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에 이어 3세대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오너 3세대로는 고 박성용 회장의 아들 재영씨,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철완씨, 박삼구 회장의 아들 세창씨, 박찬구 회장의 아들 준경씨 등이다.

재영씨를 제외하고 오너 3세들도 동등지분의 원칙에 따라 상장 계열사의 지분율이 거의 비슷한 상태다. 실제로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지분구조를 보면, 3형제 일가는 동등한 지분율로 4.70%이다. 다만 박성용 회장 일가인 재영씨만 2.74%이다.

또 다른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손인 재영씨를 제외하고 3형제일가가 10.01%로 동등한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오너 3세로의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3세간 경영권 및 지분율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 오너 3세대중 경영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는 박삼구 현회장의 아들 세창씨가 꼽힌다. 세창씨는 오너 3세대중 유일하게 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비상장계열사 주목 받아

그러나 나머지 3세들이 모두 그룹 경영에 뛰어들 경우, 상황은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는 3세들간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는 ‘실탄(돈주머니)’를 누가 가장 많이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상장계열사의 지분율이 비슷한 만큼, 비상장계열사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간 삼성, 현대차, 신세계 등 여타 그룹들이 비상장계열사를 통해 후
계승계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비상장계열사중 오너일가의 ‘돈줄’역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애바카스, 금호생명보험, 금호렌터카, 금호피앤비화학 등이 꼽힌다. 이중 아시아나IDT는 그룹 전체의 정보통신사업을 주로하고 있으며, 그룹 전폭적인 지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가 이익을 낼수록 오너일가들의 돈줄(배당금 등)은 그만큼 풍부해지는 셈이다. 현재 아시아나IDT는 박삼구 회장 등 오너 2~3세 일가가 동등하게 7.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런 비상장계열사 등을 통해 모은 ‘실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오너 3세들간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재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현 회장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할 때 후계구도를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또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도 있는 만큼, 3세 경영은 멋 훗날의 얘기”라며 “오너 3세들도 현재 형제들처럼 ‘동등지분 원칙’을 지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