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와일드카드 결정전 등판, 과연 최선일까
양현종 와일드카드 결정전 등판, 과연 최선일까
  • 신희철 기자
  • 입력 2018-10-14 14:33
  • 승인 2018.10.15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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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포함 올해 196.1이닝 소화
최근 5년간 누적 이닝, 933.2이닝 독보적 1위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고심해야 할 부분
[뉴시스]
KIA 타이거즈 토종 에이스 양현종 [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지난 12일 KIA가 롯데를 꺾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확정 지었다.

 

동시에 KIA 팬들은 양현종(30ㆍKIA 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등판 여부에 주목했다.

 

양현종은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에서 투구 중 옆구리 통증으로 교체됐고 미세한 염증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일주일 동안 휴식하며 정규시즌 복귀는 하지 않았으나 지난 11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해 캐치볼에 이어 불펜피칭까지 소화했다. 포스트시즌에 등판하기 위한 준비로 보였기 때문에 KIA팬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의 여론을 드러냈다.

 

KIA팬들이 투수 생명에 유독 민감한 이유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고등학교 때 최고 구속 158km를 보여 줬던 한기주가 혹사의 여파로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그리고 손영민, 이범석, 곽정철 등 현재 KIA를 이끌고 가야 했던 재능 있는 선수들이 모두 조기 은퇴하거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혹사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

 

그 결과 현재 KIA는 전력의 핵심을 이뤄야 할 재능있는 30대 투수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것들이 트라우마로 각인돼 있는 KIA팬들이다.

 

 

◇ 걱정이 현실이 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를 바라는 것은 모든 KIA 팬들의 당연한 한마음이다.

 

승리를 위해서 양현종이 등판하는 것도, 토종 에이스의 그라운드를 가르는 멋진 공을 보는 것도 팬들의 당연한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 양현종의 등판 여부를 놓고, 다수의 KIA 팬들은 걱정부터 앞섰다.

 

당장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통과냐, 한국야구 토종 에이스 선수생명 문제이자 KIA 타이거즈 팀의 미래가 걸린 사안이었다.

 

그런데 15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넥센은 브리검, KIA는 양현종을 선발투수로 발표했다.

 

KIA팬들의 걱정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 너무 많이 던진 양현종...아시안게임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196.1이닝 소화

 

그렇다면 양현종의 포스트시즌 등판,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올시즌 양현종이 소화한 이닝은 184.1이닝으로 199이닝의 브리검에 이은 전체 2위. 국내 선수 중에는 단연 1위다. 국내 선수 2위는 170.0이닝의 차우찬.

 

최근 3년간 누적 이닝을 보면, 578.0이닝으로 마찬가지로 전체 2위다. 1위는 KBO리그에 온 지 3년 된 핵터 노에시(582.1이닝)다.

 

최근 5년간 누적 이닝은, 양현종이 독보적 1위다. 933.2이닝으로 2위 LG의 소사 885.0이닝을 훌쩍 앞선다.

 

마지막으로 최근 10년간 누적 이닝 또한 양현종이 최상위권이다. 1위는 1505.1이닝을 던진 삼성의 윤성환. 양현종은 1503.2이닝으로 윤성환과 거의 비슷한 이닝을 소화했다.

 

종합해보면 올시즌 이닝 수 2위, 최근 3년간 누적 이닝 2위, 5년간은 독보적 1위, 10년간은 근소한 2위인 것이다. 한마디로 양현종은 너무 많이 던졌다.

 

게다가 양현종은 올 시즌 아시안게임에서도 12이닝 동안 161개의 공을 던졌다. 아시안게임 투구를 더하면 양현종은 올시즌 총 196.1이닝을 소화한 셈이다.

 

지난 8월 26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대만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발 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월 26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대만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발 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뉴시스]

 

 

◇ 투수의 팔은 소모품이다

 

야구계에서 흔히 하는 말 중에 투수의 팔은 소모품이라는 말이 있다. 투수 한명이 던질 수 있는 공의 개수는 이미 정해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다른 소모품이 그렇듯이, 한계가 있는 소모품들은 단 시간일수록 집중적으로 쓸수록 소모량이 극도로 높아진다.

 

투수는 단순히 팔로만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허리와 하체를 이용하여 온 몸을 끌고나와 팔에 힘을 전달하고 공이 손을 떠나는 순간 악력으로 낚아채는 동작까지 이어져야 투구 한 동작이 완성된다. 이처럼 투수의 투구 메커니즘은 인간의 팔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동작이다. 오래 던질수록 무리가 오고 이상이 생겨 여러 선수들이 수술대에 오르는 일은 너무도 비일비재하다.

 

작년에 188.2이닝을 소화한 유희관과 180.1이닝을 소화한 장원준은 올해 모두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다. 유희관의 경우, 최근 5년간 882.1이닝을 던져 전체 3위에, 장원준은 744.2이닝을 던져 전체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체 7위인 753.0이닝의 차우찬은 올시즌을 마치고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게 된다. 차우찬은 올해 방어율 6점대를 기록하며 예전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 양현종 선발 결정, 과연 충분히 검토한 사안인가

 

KIA는 15일 미디어데이에서 양현종의 선발 등판을 발표했다.

 

올해도 많이 던진 양현종의 몸은 KIA 팀의 미래를 위해서 소중하다. 무엇보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갈수록 투수 기록 상위권을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이 채우고 있다. 10승 투수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모든 팀들이 드레프트부터 코칭과 훈련에 갖은 힘을 쏟아 붓고 있다. 불펜 에이스 한 명도 구하기 힘들 정도로 투수 기근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토종 에이스 보호 문제는 비단 한 개 팀의 문제가 아니다. KBO리그 전체가 관심 가져야 할 대한민국 야구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김기태 감독과 KIA 코칭 스테프의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었는지 궁금하다.

신희철 기자 hichery8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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