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새마을금고 안팎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근 100억 원대 전세 사기 사건에 조직적으로 관여한 의혹이 제기되고 2013년 MG손보 인수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불법대출과 배임·횡령 등 각종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다.국회 정무위원회는 신종백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가 최근 철회하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새마을금고의 총제적 문제들을 들여다봤다.
금융위, 증인 채택 후 국감 직전 빠진 사유 의문
금융 당국 아닌 행안부 감독…‘내부 통제 어렵다’ 지적도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MG손해보험의 편법인수 의혹을 살폈다.
새마을금고는 2013년 사모투자펀드 방식으로 MG손보를 인수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같은 비금융주력자는 부채비율이 300%를 넘을 경우 손보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새마을금고가 ‘자베즈제2호유한회사’의 최대주주로 인수전에 참여해 사실상 MG손보를 손에 넣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일 전자금융공시 시스템을 보면 MG손보의 지분구조는 자베즈제2호유한회사 93.93%, 새마을금고중앙회 6.07%로 구성돼 있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국감에서 “보험업법상 보험사를 인수할 수 없는데도 사모펀드로 편법 인수한 데다, 매각 차익실현·기업공개 등 수익을 낼 계획도 전혀 없다”며 “경제가 어렵고, 금융 환경은 더 좋지 않은데 비전문가가 욕심 내 우회 인수했다. 앞으로 2000억 원을 더 추가 출자해야 RBC(보험금 지급 여력)를 맞출 수 있는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MG손보 인수는 신종백 전 회장을 연임으로 이끈 대표적인 성과로 지목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2013년 당시 신 전 회장은 새마을금고의 자산을 150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MG손보를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이 점이 크게 부각돼 2014년 회장 선거에서도 연임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최근 진행된 국감장에서 “MG손보 매각 당시를 들여다보면 결국은 금융 농단”이라며 “그 농당의 밑그림을 금융위가 깊숙이 개입해서 그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동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보 지부장은 매각을 앞두고 추경호 당시 부위원장이 자신을 불러 “새마을금고가 실제 직접 경영할 것이다. 고용 보장도 할 것이니 더이상 반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의혹의 중심에 선 신 전 회장의 증인채택도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기 직전 실질적 대주주로 지목받고 있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증인 채택이 됐던 신 전 회장이 제외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00억 원대 전세 사기 조직적 개입 의혹
새마을금고의 논란은 이뿐이 아니다. 불법 대출 및 특혜 논란으로 경찰조사가 진행중이다.
일산동부경찰서는 지난 1일 100억 원대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 새마을금고 산곡 2ㆍ4동 A차장과 부평남부 B차장, 신길2동 C상무, 남인천 D씨 등 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일부 보도를 종합하면 이 사건은 일명 ‘깡통전세’ 건으로 새마을금고로부터 거액을 빌린 건물주가 이를 갚지 못해 건물이 공매로 넘어가는 데서 시작된다.
세입자 등에 따르면 건물주 ㅇ씨는 2013년 서울에 위치한 R하우스 1ㆍ2ㆍ3동을 매입했다. ㅇ씨는 이후 2015년 4∼6월 지역 새마을금고 4곳으로부터 총 54억 원을 빌렸고, 지난해 11월 다른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가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이에 새마을금고와 수탁자 무궁화신탁은 지난 2월 해당 건물에 대해 공매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ㅇ씨에 대한 대출 과정 등에서 새마을금고 측의 부실 검토 정황이 드러난다. ㅇ씨는 부채가 적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세입자들의 6200만~2억 원 상당의 전세계약서를 전세 보증금이 500만 원 등에 불과한 것으로 위조한 뒤 새마을금고와 무궁화신탁에 제출했다.
ㅇ씨가 제출한 허위 계약서에는 당사자의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내용도 없었다.
새마을금고 측은 훗날 이를 인지하고도 입주민들에게 알리거나 법적 절차를 밟는 대신 ㅇ씨에게 개인적으로 빚 상환을 독촉했다고 세입자들은 주장했다.
A차장 등은 ㅇ씨가 대출 부적격자인 사실을 알면서도 1억8000만 원을 받는 대가로 그에게 54억 원을 불법 대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내부 규정에 따라 대출하기 전 담보 건물의 이용 상태와 임대차 계약 내용을 확인해야 함에도 이 역시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의 채권보다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우선한다”는 공문도 발송해 이 씨의 사기 임대 활동에 도움을 주기도 한 의혹도 받는다.
심지어 새마을금고 직원들이 대출 당시 이씨의 신용 상태가 불량해 대출을 할 수 없게 되자 전직 새마을금고 직원인 브로커를 동원해 대출명의 대여자까지 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불법대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불법대출을) 전혀 한 적이 없다”며 “대출 과정에서 브로커를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와 개선 여부 등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시중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 다르게 금융당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새마을금고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관됐기 때문에 지자체를 담당하는 행안부 장관이 설립인가부터 감독까지 전반적인 행정 행위를 한다. 또 각 단위 새마을금고가 독립법인이기 때문에 내부 통제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1982년 관련법 제정 후 첫 개편…개혁 시동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지주사와 본점·지점별로 다양한 감사 시스템과 전문가들을 통해 상시·정밀 감독이 이뤄지지만 새마을금고는 금융전문가가 아닌 정부조직이 관리하다 보니 아무래도 허점이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비전문성과 허술한 관리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행안부는 뒤늦게 지난해 말 ▲새마을금고중앙회 감사위원회 독립성 부여 ▲전문·공정성 갖춘 금고감독위원회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1963년 새마을금고 최초 태동 및 1982년 관련법 제정 이래 ‘첫’ 개편이다.
행안부로부터 관리·감독권 등을 위임받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역시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아 회장 직속 고충처리반 개설 추진 등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문제가 생기면 중앙회에서 감사를 통해 수사기관 등에 고발 의무가 있기 때문에 언론 노출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는 것”이라며 “관련 법·규정 개정 등을 통해 피해 회복과 유사 사례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