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냐 ‘원’항렬의 조카냐
삼촌이냐 ‘원’항렬의 조카냐
  • 정하성 
  • 입력 2007-08-23 14:33
  • 승인 2007.08.2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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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포스트 박용성’은 누구

“삼촌이냐, 조카냐”. 두산그룹의 후계구도에 재계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형제의 난’이후 자중했던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이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의 빨라진 행보에 맞춰, 재계에서는 ‘포스트 박용성’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박용곤-박용오-박용성’으로 이어졌던 형제경영의 전통에 따라 박용만 부회장이 뒤를 이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형제의 난’이후 3세대 경영진의 도덕성에 문제가 생긴 만큼, 4세대 경영진이 경영승계를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원’자 돌림의 4세대 경영진들 중에는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이 ‘후계자’군에 꼽히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두산그룹은 그룹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오너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던 것이다. 당시 박용오 전 회장이 박용성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한 그룹 인사에 반발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측이 1천700억대 비자금을 조성, 800억원대 회삿돈을 해외로 빼돌렸다”고 폭로, 이를 검찰에 투서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고, 결국 박용오·박용성·박용만 등 3세대 형제들은 2800억여원대 규모의 분식회계와 30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집행유예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용만, M&A 진두지휘

특히 박용성 회장은 사죄의 의미로 그룹 경영 및 국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박용성·용만 형제들은 지난 2월 특별사면·복권됐다.

그리고 3세 박용성·용만 형제는 지난 3월 두산중공업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속속 경영에 복귀하기 시작했다.

이에 여론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두산 오너일가가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임해 놓고, 사면복권이 되자마자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3세 경영진의 경영복귀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이처럼 부정적인 사회여론으로 인해 박용성·용만 형제는 그간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박 회장은 IOC 위원으로서 대외활동에 주력했고, 박 부회장도 공식석상에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박 부회장이 최근 들어 부쩍 대외활동의 폭을 넓히며, 그룹 최고 실력자로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 14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 참석, 건재를 과시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49억 달러에 인수한 ‘밥캣’ 등 3개 사업부문의 인수성과를 설명했다. ‘밥캣’은 미국 잉거솔랜드사의 소형건설중장비 사업부문이다.

이번 인수합병(M&A)성공으로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중장비부문 세계 11위업체에서 7위업체로 발돋움하게 됐다. 박 부회장은 “앞으로도 불도저 등 건설장비 분야에 추가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건설 중장비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 부회장은 특히 대우조선, 현대건설 등 기존 건설기계사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에 그는 “두산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M&A에 적극 나설 것이고, 각 계열사마다 엄청난 M&A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박 부회장의 발언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인수전 등에 직접 진두지휘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형제상속이냐 대물림이냐

이처럼 ‘형제의 난’이후 자중하던 그의 등장에 대해,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의 후계구도에 연관 짓는 분위기다. “‘포스트 박용성’ 자리가 결국 박 부회장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재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형제경영’이라는 두산그룹의 전통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산은 박승직 창업주에서 박두병 초대회장으로 다시 박용곤 명예회장으로 넘어오기까지는 ‘장자상속’의 경영세습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이후 그룹 회장직은 ‘박용곤(장남)-박용오(차남)-박용성(3남)’으로 이어졌다. 장자상속에서 형제경영으로 바뀐 셈이다. 또 다른 형제인 4남 박용현 회장은 서울대병원장을 지낸인물이다. 박용현 회장은 두산건설의 회장으로 그룹내부에서 일정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형제경영’의 전통에 따라 박용성 회장의 뒤를 이어 5남인 박용만 부회장이 그룹 회장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포스트 박용성’자리는 ‘원’자 돌림의 4세 경영진에게 돌아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형제의 난’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박용만 회장 등 3세 경영진이 ‘대통’을 물려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분석회계를 통한 비자금 유용 등 3세 경영진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은 아직도 존재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박용만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4세 경영진중 누가 ‘후계자’에 근접해 있을까. 현재 활동 중인 두산의 4세 경영진은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박태원 두산건설 상무 등이 있다.


박정원 부회장, 유력한 총수 후보

박정원 부회장과 박지원 부사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과 차남이다. 박진원 상무는 박용성 회장의 장남이고 박태원 상무는 박용현 회장의 장남. 그룹안팎에서는 이들 중 가장 후계자에 근접한 인물로 박정원 부회장과 박진원 상무를 꼽고 있다.

박정원 부회장은 박두병 초대회장의 장손. ‘장자승계’로 다시 후계구도가 짜여진다면 박정원 부회장이 두산의 총수로 등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진원 상무도 강력한 후계자 후보다. 그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을 주도하며 기획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그가 박용성 회장의 장남이라는 점도 후계구도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도 후계구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그룹은 그간 ‘(주)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주)두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였지만, 내년부터 지주회사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즉 ‘대주주→지주사→계열사’의 구조로 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뀌게 되는 격.

최근 기업공시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주)두산의 지분율은 박정원 부회장이 4.24%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박용곤 3.63%, 박용만 3.40%, 박진원 상무 3.11% 등의 순이다. 따라서 지분율측면에서도 4세 경영진 중에 박정원 부회장과 박진원 상무가 가장 후계구도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후계구도에 대해 두산측은 박용성 회장이 건재한 마당에 벌써부터 후계구도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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