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내린다.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고 사금융업자들이 죽는 소리를 한다. 그러나 과연 이 말을 다 믿어야 할까?
사람들은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노인들이 빨리 죽어야지’, ‘노처녀가 시집 안 간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들이다.
금리가 내려가고 여러 가지 규제가 생기고 법이 보완되고 한다고 해도 생명력이 생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의 밥줄 즉, 생업이기 때문이다. 거리의 노점상이 없어지지 않는 것도 바로 그분들은 그것이 생업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사금융 뿐만 아니라 어떠한 업종도 정부가 규제하면 그 규제를 피해가는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대부업 관련 모임이나 업계에서는 금리가 내려가면 다들 음성적으로 다시 ‘지하’로 내려 갈 거라고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미 다른 대안을 마련해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자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다른 대안이라면 어떤 방법일까 궁금해 하겠지만 이것은 그분들의 생계와 관련이 있는 사항이라서 공개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모 중소기업이 부도가 난 적이 있다. 그런데 채권단이 모두 모여 보니 그중에 사금융 업자가 무려 28명이나 됐다. 재미있는 것은 이중에서 절반정도의 업자는 그 채권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복잡한 것에 말려들기 싫다는 이유다.
그동안 우리가 벌어들인 이익이 채권보다 크다는 점도 고려했을 터다. 한마디로 손해 본 것은 없다는 얘기다. 진짜 전문적인 ‘선수급’ 업자들은 사소한 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자신들한테 닥쳐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이 채권단에서 소리치는 업자들은 소액(3천만원 미만)을 대부해준 지방의 업자들이었다. 명동시장의 업자는 이런 상황을 보고 ‘역시 돈 빌릴 줄 아는 놈이 돈을 빌려 쓴다’ 고 평을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고기도 맛 본 사람이 산다고 돈도 빌려 본 사람이 빌리는 방법을 아는 모양이다.
부도가 나면 여기저기 채권자들이 나타난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채권자들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심지어는 채무자의 부모 형제들도 ‘자신도 채권자’라고 하면서 나타나는 일이 있다.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서 돈 앞에서는 모든 인연과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부도난 중견기업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자회사 매각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에게 채권 연기에 대한 동의를 구한 적이 있다. 수 백 개의 채권단 중에서 채권 연기에 동의를 해준 채권기업은 단 한 개뿐이었다고 한다. 돈 앞에서 ‘어제의 동지’는 과거일 뿐이다.
제공: (주)중앙인터빌 www.interbill.co.kr
정리=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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