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이냐 추락이냐’ 기업들 사활 건 모험
‘도약이냐 추락이냐’ 기업들 사활 건 모험
  • 박혁진 
  • 입력 2007-07-24 16:44
  • 승인 2007.07.24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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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웃고 우는 기업들

기업 입장에서 M&A(기업 인수합병)는 사활을 건 모험이다. 성공적인 M&A는 기업의 규모를 키움과 동시에 또 다른 수익창구를 창출하지만, M&A에 실패한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 어떤 기업들은 성공적 M&A로 단숨에 재계 순위 상위권으로 진입했지만, 어떤 기업들은 무리한 M&A가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해 워크아웃 작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M&A는 기업을 흥하게도 하고 망하게도 한다. 최근 재계에 더욱 거세게 불고있는 M&A 열풍을 짚어보고 이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 기업들은 어떤 곳인지 살펴봤다.


사실 M&A 열풍이 분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김우중 회장의 대우그룹처럼 M&A로 규모를 키워온 기업은 예전에도 있었다. M&A에 익숙하지 않던 당시에 비해 지금은 그야말로 ‘M&A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특히 97년 외환위기 이후 다국적 자본들이 국내로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면서 과거보다 M&A의 기회가 많아졌다. 때문에 과거처럼 차근차근 기업규모를 키우기보다는 M&A를 통해 단숨에 기업 규모를 불리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무리한 M&A로 기업위기

물론 M&A가 항상 기회는 아니다. 무리한 M&A는 오히려 모기업의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팬택계열이다. 팬택은 과거 ‘현대걸리버’를 인수한 이후 휴대폰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급속도로 높여갔다. 작년에는 SK텔레텍의 ‘스카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팬택이 ‘현대 걸리버’를 인수할 때도 시장에서는 ‘개미가 공룡을 잡아먹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으나 이후 실적이 괜찮아 큰 무리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SKY 인수는 그 역효과가 만만치 않았다. 스카이를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온 것. 유동성 위기는 작년 팬택이 사채시장 쪽에서 자금을 끌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결국 팬택계열은 채권단에 의해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으나 여전히 상황은 호전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주도의 M&A이긴 하지만 현대전자와 LG반도체 간 합병은 국내 M&A 역사상 가장 큰 실패 사례로 꼽힌다. 과도한 차입과 중복투자를 없애고, 시너지 효과를 내 합병회사를 세계 2위의 반도체업체로 육성한다는 목표였지만 합병회사인 하이닉스는 LG반도체에 지불해야 하는 인수대금 2조 6000억원 등 총 6조5000억원의 자금부담 때문에 공적자금이 투입돼 최근에 와서야 정상화됐다.

이처럼 모기업의 역량을 감안하지 않은 채 ‘몸집불리기’에 나섰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M&A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이다.


STX, M&A로 매출 30배 뛰어

반면 M&A가 기회로 작용한 기업도 있다.

최근 들어서 M&A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은 바로 STX 그룹이다. STX 그룹의 전신은 ‘선박용 엔진’을 만들던 쌍용중공업이다. 쌍용중공업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에서 갈라져 나왔으며 2000년까지만 해도 연매출이 2700억원대에 불과한 중견기업이었다.

이후 쌍용중공업은 사명을 (주)STX로 바꿨으며 적극적인 M&A에 나서기 시작했다. 2001년 대동조선을 시작으로 산단 에너지, 범양상선 등을 줄줄이 인수했다. 올해 그룹 전체매출 규모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불과 7년 만에 매출이 30배 이상 늘어났다.

매출 순위로만 따지면 22위이고, 자산순위로는 24위다. 현재 STX 그룹은 극동건설 인수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대한통운 인수에도 참여할 태세다. 한 때 시장에서는 M&A가 계속되자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는 했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STX의 이광호 과장은 성공적 M&A의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관련업종을 우선순위로 한다는 것과 적대적 M&A를 하지 않는 것과 마지막으로 기업가치를 더욱 키울 수 있는 기업을 M&A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STX보다는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지만 프라임그룹이나 유진그룹 등도 성공적인 M&A를 한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유진기업은 최근 2기 로또 사업자에 선정되며 주가를 높이고 있으며 한 때는 최근 기자들이 집단사표를 제출한 ‘시사저널’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역 앞에 위치한 대우빌딩도 팔아넘기는 등 인수전에 쓴 실탄을 메우는데 급급한 상태다.

M&A의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맛보고 있는 셈.

금융권도 M&A가 벌어지는 대표적 업계. 조흥은행을 인수한 신한은행, 서울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 등이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올해는 현대건설, 대한통운 등 대형 M&A 매물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어떤 기업들이 이 매물들을 발판삼아 다시 도약할 것인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 미국 판매량 500만대 돌파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누적판매량 500만대을 달성했다. 이는 1986년 미국에 ‘엑셀’ 차종으로 수출을 시작한 이래 불과 21년 만에 이룬 성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는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현대차의 미국 시장 누적 판매 500만대 달성은 최근 유가 상승, 원화 가치 상승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품질 상승과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통해 전세계 자동차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대표 기업으로서 큰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1986년 미국으로 처음 수출한 이래로 100만대 판매까지 4년, 100만대에서 200만대 누적판매까지 9년이 소요되었으나, 400만대 누적판매 달성 이후
불과 2년 만에 100만대를 추가하며, 누적판매 500만대 고지에 올랐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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