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거대 공룡으로 변신중”
“산업은행, 거대 공룡으로 변신중”
  • 정하성 
  • 입력 2007-07-18 15:20
  • 승인 2007.07.18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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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발표 후폭풍 >>

최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의 핵심은 산업은행의 투자은행 업무를 떼어내어 대우증권에 넘긴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안에 대해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말이 좋아 국책은행 구조조정 방안이지 실제로는 이번 방안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몸집불리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정부는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을 발표하고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역할을 변화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경제환경의 변화로 전통적 정책금융수요가 감소하고 일반은행들의 국책은행 업무영역에의 진출이 확대됨에 따라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그간 배경을 밝혔다.


은행간 시장마찰

정부가 발표한 이번 방안의 핵심 골자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의 회사채 인수 등 투자은행(IB) 업무 통합’이다.

정부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제정에 따라 시장에서는 선진 투자은행 수준의 역량을 갖춘 국내 투자은행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는 투자은행 업무 노하우 부족, 국내외 기업금융네트워크 구축 미흡, 낮은 자본력 등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이라며 “이에 다수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의 IB업무 노하우 및 국제적 네트워크를 자회사인 대우증권에 이전 활용케해 선도 투자은행 등장의 계기를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은의 상업적 IB업무를 대우증권으로 이관할 경우 산은의 시장마찰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진 투자은행의 수익구조에 근접한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모델을 조기에 정착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산은의 IB기능을 대우증권에 이관해서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투자은행으로 변신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금융권은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안은 국책은행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밥그릇을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군살빼기는 커녕 몸집불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감사원 권고도 무시

산업은행의 경우 대우증권을 민영화하지 않고 자회사로 계속 거느리면서 ‘거대 공룡’으로 변신을 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인 셈이다. 실제로 이번 방안이 확정될 경우 대우증권의 투자은행 업무 비중은 9.1%에서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번 방안이 감사원의 산업은행 자회사 매각권고와도 배치되는 부분이 있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산업은행에 대우증권·산은캐피탈 등 5개 자회사를 매각하고, 국책은행의 중복 기능을 조정하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감사원 등이 그간 지적해온 국책은행의 구조조정과 거리가 멀다. 그간 재경부 출신 인사들이 국책은행에 대거 포진해 있는 등 재경부와 국책은행간 공생관계는 계속돼왔다”며 “재경부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감사원의 권고도 무시할 정도로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국책 금융기관별로 상세추진일정 등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여기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8월중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민감한 문제로 거론됐던 기업은행의 민영화 일정도 관계부처 등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또 수출입은행의 경우 급변하는 해외시장을 감안, 각종 전망지표(해외진출 예상규모, 수출금융 전망치 등)를 가지고 역량강화방안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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