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의 핵심 브레인으로는 민병두·김재홍 당선자, 이강래·유시민 의원,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등을 들 수 있다. 민병두 당선자는 문화일보 정치부 차장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탁월한 언론플레이 능력을 보여 줬다. 당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아주 노련한 완급 조절을 통해 우리당 지지자들을 결속시키는 큰역할을 했다. 선거 막판에 “한나라당은 돈과 조직, 선거의 노하우 등 숨은 5%의 지지율을 덤으로 가지고 있다. 반면 정동영 의장의 선대위장 사퇴는 득실 계산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엄살을 떨기도 하면서 막판 역전을 막는 역할을 했다. 그는 이런 판세 읽기와 대중적 언론플레이 능력을 인정받아 앞으로 당의 세부적 정책이나 대중 상대의 전략을 기획하고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래 당선자는 90년 민주당 정책연구실장을 맡을 때부터 계속 정책통으로 커온 대표적 인물이다. 김대중 전대통령 시절 국민회의 정책연구실장, 아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거쳤다. 그의 손에 의해 김대중 정부 시절의 햇볕 정책이 우리당에서도 계승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북 특검 사건으로 김대중 전대통령 측과의 소원한 관계를 복원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대중 대북 특사설이 나오는 배경에도 이강래 당선자의 역할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김재홍 당선자는 우리당 공직후보자격심사위원을 맡으면서 당내 브레인으로 급부상했다. 그는 동아일보에서 잔뼈가 굵은 정책통이다. 대미 대중 관계 등 국제 관련 정책을 입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정부 여당의 외교 정책이 지나치게 대미 위주로 편향된 것에 비해 김재홍 당선자는 대중 외교 정책에도 균형감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숙 우리당 정당개혁추진단장은 이화여대 교수로서 활발한 정책 기획을 도맡고 있다. 그는 “실용정당이 개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환영의 뜻을 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조중동식의 해석에 불과하다”고 하며 당의 지나친 좌편향에 쐐기를 박았다. 민생, 경제살리기와 언론개혁 등의 개혁정책이 이분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가 조기숙 단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편이다. 정세균 의원 또한 대표적인 우리당 정책통이다. 그는 노동, 농업 등 겉으로 화려하지 않으나 실무적 차원에서 당의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에 나서지 않고 구체적 일을 처리하는 마당쇠 기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사실 이번 총선에서 50석 얻기도 힘들 것으로 전망되었다. 물론 박근혜 대표가 아니라고 해도 선거 막판에 이르면 영남 지역주의가 작동될 수밖에 없었으나 그럼에도 이런 선거 흐름 속에서 윤여준 여의도연구소장이라는 탁월한 브레인이 없었다면 한나라당의 운명도 어떻게 되었을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윤여준 소장은 84년 청와대 비서실 공보비서관을 거쳐 5·6공, 김영삼 정부, 이회창 체제 속에서도 끈질기게 최고의 전략통으로 활약해 온 한나라당의 대표적 브레인이다. 그는 이번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발빠르게 ‘천막당사’ 아이디어를 기안하고 집행시켜 한나라당을 기사회생시켰다. 또한 ‘인적 쇄신’을 줄기차게 주창하는 등 국민 여론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한나라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탈색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다만, 그가 거의 20여 년에 걸친 현실 정치에 지친 것인지 이번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난다고 한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표가 가장 믿고 신뢰하는 브레인이기에 미국에서도 ‘원격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일 당선자는 이번 총선을 위해 박근혜 대표가 급하게 총선 선대위장으로 영입한 프로급 브레인이다. 그는 한국은행 조사부를 거쳐 서울법대 교수를 지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사회복지수석을 맡아 이른바 ‘세계화’나 법조 개혁, 교육 개혁 등을 실행했다. 비록 사법부와 교육관계자 등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어느 것 하나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의 ‘개혁적 문제 의식’만은 이후 개혁 정국에서도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자는 이번 연찬회에서도 “한나라당을 법적으로 해체하고 재창당해야 한다”거나 “여당과 이념적 투쟁을 해야 한다”고 하여 이른바 ‘개혁적 보수’ 슬로건의 정책적-이념적 토대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런 개혁 성향이 영남 중진 등 당 안의 보수 세력과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킬 것으로 보여 그가 실제 어떤 무게로 자리잡을지는 의문이다. 박형준 당선자는 ‘진주 속의 보석’ 같은 브레인이다. 그는 동아대 교수 시절 ‘급진적인 개혁 노선’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작년 한나라당의 대권 실패 이유를 규명하기 위한 소장파의 토론회 이후 보다 현실성 있는 ‘발전적 보수’ ‘제 2의 창당’ 슬로건으로 완화하면서 한나라당 안의 신진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소장파의 핵심 브레인이 되었다. 그러니까 소장파가 ‘이미지 정책’을 위주로 한다면 박 당선자는 당의 진로 등에 대한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당에서 나온 중도 보수, 발전적 보수, 선진화, 실용주의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봉 pneuma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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