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업체들의 유치 경쟁이 과열되며 소비자들의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달 14일 지난해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관련 소비자 불만상담이 총 1만8651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루 상담이 50건 이상으로 한국소비자보호원 전체 상담 품목 중 1위에 오르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LG파워콤이 시장에 진입한 2005년 이후 상담건수가 3배 이상 증가해 LG파워콤이 시장 혼탁의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는 총 1550건. 2005년의 794건에 비해 무려 95.2% 급증한 수치다. 이중 ▲계약해지에서 발생된 분쟁이 1037건(66.9%)으로 가장 많았으며 ▲가입자 유치 등 317건(20.5%) ▲품질 및 애프터서비스 등도 182건(11.7%)순으로 조사됐다.
현금으로 가입 유인, 해지 때는 위약금 반환 압력
유치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제공을 약속하는 경품은 현금. 백화점상품권. 오토바이크. 컴퓨터 등 무려 40여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가입 권유 당시 약속 사항을 불이행하거나 이행과정에서의 불만이 상당수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애초의 권유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지 과정에서도 계약 기간과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한 다툼과 위약금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고객 유치를 위탁 업체에 맡기고 있어 이같은 피해 발생의 근본 원인 제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에 사는 김모(26)씨는 “며칠 전 LG파워콤 영업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기존에 쓰던 인터넷서비스를 해지하고 파워콤에 새로 가입해 줄 것을 권유받았다” 며 “기존업체 해약 시 발생하는 위약금을 대납해주고 경품까지 준다는 달콤한 유혹을 했다”고 말했다. 김모씨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시장은 과열 경쟁의 도를 넘어섰다.
10만 명 당 불만 건수, LG파워콤이 최고
주요 사업자별 소비자불만상담 및 피해구제 사례는 LG파워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LG파워콤은 10만명 당 불만 건수가 309.3건으로 하나로텔레콤(195.5건)에 비해 1.5배가 높았으며 KT(24.9건)에 비해서는 무려 10배나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장 많았다.
피해구제 사례도 10만명 당 30.6건으로 하나로텔레콤(17.0건)에 비해 2배. KT(1.5건)에 비해서는 20배가 많아 시장 후발사업자로서 가입 및 해지 과정에서 무
리한 영업행위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분쟁 이유로는 과다 위약금 청구(36%)와 약정 불이행(29%)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가입 및 해지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2004년까지 연 5000건 수준에 머물렀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관련 불만이 급증한 것은 2005년부터다. 이는 같은 해 9월 LG파워콤이 시장에 뛰어든 때와 그 궤
를 같이 한다. 통신분야를 그룹의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키우려했던 LG는 파워콤 인수 이후 범 그룹 차원에서 유치 총력전에 들어갔다. 2006년 1월 이정식 사장이 취임한 이후 유치 드라이브는 더욱 강도가 세졌다. 계열사 직원을 총 동원해 유치 경쟁에 나섰고 그 결과 LG파워콤은 지난해 10월 최단 기간 가입자 100만 명 돌파라는 기록을 남겼다.
LG파워콤 가세 이후 시장 혼탁 본격화
한편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이번 조사결과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위약금 없는 계약해지 범위 확대 ▲과도한 경품지급 행위 자제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개선·시정토록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대리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과도한 경품 지급 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경품고시 개정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보호원측은 “하루 평균 상담건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고 피해유형도 아주 다양해 상담이 힘들 정도”라며 “업체들이 자발적인 시장 정화작업을 하지 않으면 피해 소비자들을 모두 구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종훈 fu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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