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택 경비원에게 고가의 명품 등을 도난당해 구설수에 오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인해 고민에 빠졌다. 바로 지난해 11월 야심차게 진출한 택배사업이다.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라는 초대형 유통업체를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으로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기존업체를 바짝 긴장시켰던 택배사업. 특히 CJ GLS의 ‘HTH 영업점 빼돌리기’라는 의혹을 일으키며 형제간 출혈경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뛰어들었던 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의 명가 신세계가 꿈꾸던 세덱스 택배의 전국천하통일. 이 사업이 단순한 적신호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착오에 따른 급제동인지 경쟁업체들은 숨죽이며 주시하고 있다.
매출 2조원, 성장률 20~30% 이상인 택배시장. 우리나라 최고 유통지존 신세계가 군침을 흘릴 만도 했다. 지난 11월 신세계는 100%의 지분으로 물류회사 신세계익스프레스(SEDEX)를 설립하고 택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택배시장은 현대, 한진, 대한 통운, CJ GLS 빅4가 전국을 호령하며 치열한 경쟁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신세계는 경기도 군포에 5000여 평의 물류센터와 1500개의 차량을 보유하고 대전에 일일 20만 박스의 물량 처리가 가능한 중앙 허브터미널를 오픈했다. 또한 전국 주요 권역에 서브센터 20개를 개설하고 150여개 영업소를 유치하는 등 네트워크 구축을 했다.
특히 대전허브터미널은 시간당 2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최신 수동분류기 및 각종 물류장비 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사업 빛 좋은 개살구
그러나 신세계 택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비난여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업체들은 택배사업을 만만하게 보고 뛰어든 신세계의 신중치 못한 판단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택배사업은 외형에 비해 실익이 적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현대택배 등 빅4사의 지난해 매출은 각 업체별로 5~12% 증가했다. 특히 박스 당 단가가 2750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현대택배의 경우 지난해 9500여만 박스를 배송해 총 2612억 원의 실적을 올려 전년 (2417억 원)대비 5.7%증가 했다. 그러나 실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영업의 척도가 되는 박스 당 단가가 전년대비 40~340원까지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의 택배사업은 업체들끼리 과다경쟁으로 인해 평균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경영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의 경우도 이 같은 적자를 면치 못해 한차례 M&A파동이 휘몰아쳤었다.
신세계도 이 같은 현실을 비켜갈 수는 없다. 출범이후 세덱스의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물량이 5만 박스에 지나지 않아 당초 목표인 14만 박스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리 잡은 빅4 업체의 14만 박스에 비해서도 초라한 실적이다.
시간당 2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대전허브터미널은 일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와관련, 세덱스 홍보실 관계자는 “현재는 물동량이 5만 박스에 불과하지만 연말쯤 10만 박스가 될 것이다”며 “기존 업체와 비교해서 인프라의 효율성이 높고 박스 당 단가가 2800원으로 수익률이 가장 높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러나 고객들의 비난 여론이 적지 않은 것도 세덱스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 지나치게 늦은 배송과 배송과정의 기물파손, 부적절한 대응 등에 대한 성토이다.
실제로 선물세트 유통업체인 K사에 따르면 “전국에 납품해야 하는 인삼 홍삼 엑기스 선물세트 81박스를 세덱스 영업소에 운송대행했으나 이중 세덱스 측 과실로 6박스가 파손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세덱스 측은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커녕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별다른 조치가 없었으며 본사에 사고처리조차 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또 세덱스에 방문요청을 했다는 D씨도 “택배 방문 요청 5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콜센터에 연결해 기사와 직접 통화했음에도 방문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면서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 올려도 연락이 없다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항의 글을 올리니 그때서야 사과와 함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세덱스 측은 “일부 고객들에게 항의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적절한 대응으로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의혹이 일었던 CJ의 HTH 택배 영업점 빼돌리기 의혹에 대해서도 “워낙 CJ측의 수수료가 높고 고압적인 관리로 영업점들의 반발이 많았다”며 “영업점 빼돌리기가 아니라 스스로 세덱스로 찾아온 것”이라고 일축했다.
고객 불만 급증 위기의 택배사업
신세계는 이미 택배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상태다. 기존의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세계 이마트와 백화점 등 최고의 유통업체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유통 지존 신세계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최근 도난사건과 검찰소환임박으로 인해 아픈 6월을 보내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 택배사업은 최근 잠 못 이루는 정 부회장의 또 다른 아픈 이름이 될 것인지 아니면 기사회생의 역전 파노라마로 기록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백은영 aboutp@dali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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