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2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왔다. 신회장의 미국 방문은 출발 전부터 관련업계의 많은 관심을 끌었었다. 출장 한 달 전부터 교보생명이 상장을 앞두고 유상증자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게 돌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신회장의 미국 방문이 교보생명 측의 설명처럼 미국 보험업계 퇴직연금제를 돌아본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상장을 앞두고 지급준비율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이번 방미 일정 동안에 신회장이 직접 외국투자자들을 만나 유상증자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국내 생보사들 중에서 가장 먼저 상장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예상 시점은 올해 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이 상장 1호로 꼽히는 이유는 상장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보험사들 (삼성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신한생명, LIG생명) 중에서 교보생명의 지급여력 비율이 가장 낮아 자본 확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급준비율이란 생명보험사들이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서 보험회사의 재무안정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위의 상장대상 생보사들이 보통 지급준비율이 200%가 넘는 반면 교보는 196%(작년 12월 기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생명은 280%, LIG는 300%를 상회한다. 교보생명은 몇 해 전부터 지급준비율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해왔으며 신회장도 지난 2005년에 “지급준비율을 높이기 위해 5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교보생명이 프랑스 보험사인 악사에 매각한 자동차보험도 지급준비율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급준비율을 높여라
분명한 것은 상장을 앞두고 회사의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것이 교보생명의 최대과제란 점이다. 신창재 회장의 고민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파악하고 있는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3000억원 규모의 해외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몇 개월 전부터 흘러나왔다. 모 경제지는 교보생명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상장 이전에 유상증자를 실시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상장을 위해서도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한 외자유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가 말하는 기업가치란 결국 지급준비율 개선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바로 대규모 유상증자시 안정적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보생명 증자에 관심이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지분투자를 넘어 경영권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신회장은 어떻게 하면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미국방문이 신회장이 직접 프랑스 보험사 ‘악사’나 미국의 푸르덴셜 그룹,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 외국계 보험사들과 만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려왔다.
실제로 신회장의 이번 방문일정에는 미국 푸르덴셜 그룹 등이 포함돼 있었다. 푸르덴셜 그룹은 교보생명과 우호적인 관계로 평가받고 있어 증자에 참여한다하더라도 경영권 보장 등의 요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퇴직연금 둘러보기 위한 것” 해명
현재 교보생명은 신회장과 신회장의 특수 관계인이 전체 53.01%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대우인터내셔널이 24%, 캠코(자산관리공사)가 11%, 재경부 6.48% 등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주식은 캠코가 담보로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라며 “언론이나 업계에서 말하고 있는 투자자 물색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가 되어갈수록 퇴직연급 시장이 커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성격의 출장”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경영권 참여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큰 그림을 그리는 수준이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창재 회장, 비상장 주식보유 3위
재벌 총수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사의 주식가치도 상장주식 못지 않게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요 그룹의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 가운데 상당수가 거액의 비상장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 집계 결과 400대 비상장사의 주식을 100억원어치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123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123명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총 가치는 7조39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비상장 주식부호 1위는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으로 교원과 공무원교육연구원 등 비상장 회사 보유주식 평가액은 43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등 비상장사 주식 3848억원 어치를 보유해 2위를 차지했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796억원이었으며 이 회장과 직계 자녀 3명의 비상장 주식 평가액은 무려 9000억원을 넘었다.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은 3600억원의 주식 평가액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신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아직 상장되지 않은 교보생명 주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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