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 덕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8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경기가 열리는 ‘롤파크’ 경기장인 종로 그랑서울이 그곳이다. 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의 인기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롤은 국내에 출시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꾸준한 인기비결은 e스포츠리그의 인기 덕분이다. 결승전 티켓은 지난 1일 기준 오픈된 전량이 매진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올해 한국은 롤드컵 6연패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 2일 차인 지난 2일 일요서울이 롤파크를 찾아 롤드컵 경기를 직관해 봤다.
챔피언 코스플레이어부터 카페, 캐릭터 상품 판매까지 즐길 거리 ‘풍성’
중국인 관람객 다수…경기장서 “화이팅” 아닌 “짜요” 응원 울려 퍼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18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 2일 차인 지난 2일, ‘롤파크’를 찾았다. 이곳은 롤을 비롯한 게임 및 e스포츠를 사랑하는 ‘덕후’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롤파크는 서울시 종로구 그랑서울 3층에 마련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총 5280제곱미터 규모로 리그오브레전드 전용 경기장 ‘LCK 아레나’를 비롯해 선수 휴게 공간과 팬 및 방송 관계자들의 휴게 공간까지 마련됐다.

2층에서 롤파크가 있는 3층으로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 천장에는 롤 챔피언들의 픽셀 캐릭터들이 가득했다. 입구부터 거대한 가상현실 게임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고 정교했다.
3층에 올라서니 가장 먼저 ‘라이엇 PC방’이 눈에 들어왔다. 이 PC방은 라이엇게임즈 사옥 내에 마련된 ‘라이엇PC방’ 2호점도 101석 규모로 설치돼 있었다. 리그오브레전드 팬은 물론 일반 게임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철저한 검문을 받았다. 가방을 여는 짐 검사는 물론 출입구를 오갈 때마다 별도로 경호원의 검문을 받았다. 철저한 경비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LCK 소속 구단 선수들의 유니폼과 해당 선수들의 3D 피규어, 킹존 드래곤X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대결을 모티브로 제작된 대형 스태츄 등이 눈길을 끌었다. 스태츄 전시존은 유명 스태츄 제작자 ‘휴래곤’의 작품 ‘우승을 향해’가 전시됐다. 높이 2미터, 가로 3미터, 폭 2미터의 대형 스태츄로 지난 2018 LCK 스프링 결승전에서 펼쳐진 킹존 드래곤X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대결을 형상화했다.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한국 대표는 “롤파크가 게이머-비게이머 간의 다리를 놓고 편견이 이해되고, 무관심이 참여가 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팬들 위한 다양한 공간
팬들을 위한 공간도 다양했다. 게임 내 도시 ‘빌지워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카페 빌지워터를 비롯해 전시공간과 팬미팅 장소 등이 마련됐다. 카페 빌지워터는 100석으로 구성된 카페로 평일 점심시간에는 주변 직장인들을 위한 점심 메뉴가 판매되고 LCK 경기가 있는 시간대에는 방문객들이 좋아할 만한 가벼운 식음료를 판매한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챔피언의 모습을 재현한 코스플레이어 코너도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들은 연신 포즈를 취하는 코스플레이어와 기념촬영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또 한 편에는 롤 덕후들을 위한 굿즈샵이 마련돼 있었다. 높은 완성도 덕에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덕후들의 지갑이 술술 열리는 모양이었다. 귀여운 잡화부터 가방, 인형, 피규어까지 다양했다.
큰 경기장 규모에 압도
경기장 안팎을 둘러본 뒤 오후 5시 열린 첫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선 뒤 그 규모에 놀랐다. 우선 ‘LCK 아레나’는 좌석 400석, 스탠드석을 포함해 최대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국내 최초의 원형 형태의 오픈 부스 경기장으로 설계됐다. 기존의 답답한 폐쇄형 부스에서 탈피해 현장 관람객들의 보다 선수들의 모습을 밀접하게 살필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 특징이다. 대신 선수들은 주변 소음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특수 기술이 적용된 헤드셋을 사용했다.

경기장 중앙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는 가장 뒷좌석에서도 경기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8미터의 천장 높이와 중심에서 주변부로 갈수록 높아지는 관객석 구조, 무대 중앙 상단에 마련된 3개의 고화질 디스플레이 화면 등이 눈에 들어왔다. 블루팀과 레드팀으로 나눠 불빛이 들어오는 좌석도 흥미로웠다.
이날 중국의 LPL 에드워드 게이밍(이하 EDG)과 북라틴아메리카의 인피니티 e스포츠의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다. 그만큼 외국인 관람객이 대다수를 차지한 모습이었다. 경기 전 팬들이 외친 구호는 “EDG 화이팅”이 아닌 “EDG 짜요(힘내라)”라는 중국어였다.
이날 열린 1경기는 응원에 힘입은 EDG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EDG는 2018 플레이-인 스테이지 1라운드 2일차 A조 경기에서 인피니티 e스포츠 상대로 체급 차이를 선보이며 완승을 거뒀다. EDG는 미드 라이너인 ‘스카웃’ 이예찬의 르블랑이 2분 만에 중단에서 ‘Cotopaco’ 세르히오 실바의 룰루를 상대로 솔로킬을 내면서 퍼스트 블러드를 기록했다.
11분에는 중단에서 교전이 벌어졌고, EDG가 2킬만 내준 채 에이스를 띄워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다. 바람의 드래곤을 가져간 EDG는 13분에 상단 1차 포탑까지 무너뜨리면서 글로벌 골드 격차를 5000 이상으로 만들었다. EDG는 인피니티 진영으로 들어가 르블랑과 카이사를 앞세워 교전을 개시했고, 순식간에 4킬을 내면서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팬들은 환호성을 질러대며 불이 반짝이는 응원봉을 휘둘렀다.
이날 본 현장에서 체감한 롤드컵의 인기는 소문보다 더 뜨거웠다. 롤파크는 라이엇코리아가 기획한 대로 단순 경기장만이 아닌 복합 문화공간으로 완성된 모습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6년 연속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사람의 롤 덕후로써 개최국인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한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