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이 날개를 달고 있다. 지난해 내놓은 17마일리지 적립 상품 때문이다. 17마일리지 서비스는 타사고객까지 끌어들이면서 회사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17마일리지 상품은 약정 등 제약요소가 따르는 요금제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17마일리지 상품의 이면에는 통신업계의 요금 거품 구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품자체도 고액사용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17마일리지 적립 상품으로 통신업계의 내막을 살펴본다.
김진수씨(33·회사원)는 최근 LG텔레콤 방송광고를 보고 대리점을 찾았다. 휴대전화 요금 1000원당 17 항공마일리지가 적립된다는 문구가 그를 움직이게 했다.
그러나 상담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전체 사용요금이 아닌 기본료와 국내 통화료가 3만원 이상 돼야 하는 조건 때문이다.
LG텔레콤에 따르면 현재 고객 700만명 중 17마일리지 적립 고객은 67만명에 이른다. 전체 고객의 9.5% 수준이다.
17마일리지 적립이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국내 통신업계 맴버십 서비스 중 단연 돋보이는 상품인 셈이다.
신상품 내막은 거품 요금
수년간의 약정 등 기존 할인서비스를 강조하며 내놓은 요금상품이 아니라는 점도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다.
하지만 17마일리지 적립은 모든 고객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LG텔레콤이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한 17마일리지 적립 조건을 보면 기본요금과 국내 음성통화료가 3만원 이상 돼야 한다.
또 요금구간에 따라 적립되는 마일리지 규모도 다르다. 3만~5만원 미만은 1000원당 10마일, 5만~7만원 미만은 15마일, 7만원 이상은 17마일이다.
회사 기준대로라면 고객 절반 이상은 선택할 수 없는 언감생심인 셈이다.
국내 소비자 리서치 전문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최근 이동전화요금 분포도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10만여명의 월 평균 전화요금은 3만4000원이다.
이동전화사용자들이 응답한 요금에 부가서비스와 무선인터넷 이용요금까지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월 평균 기본료와 국내 음성 통화료가 3만원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한 LG텔레콤 대리점 대표는 “사실상 기본료와 통화료가 8만원 이상인 고객에게만 17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며 “3만원 이상도 항공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카드가 있는 고객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LG텔레콤의 17마일리지 적립 상품은 국내 통신업계의 높은 마진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LG텔레콤은 현재 17마일리지 적립에 대한 영업비용을 항공사와 양분해 부담하고 있다.
또 17마일리지 적립 고객을 유치한 대리점에는 고객 1명당 1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단순 맴버십 성격의 서비스 유치에도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카드사의 항공 마일리지 적립 규모가 사용금액 1000원당 최고 2마일에 불과한 점은 파격적인 17마일리지 적립 서비스의 내막에 대한 궁금증을 낳게 하는 부분
이다.
결론은 통신업계의 요금 거품에서 찾을 수 있다. 카드사의 마진율이 2~3%이다. 낮은 마진 때문에 대폭적인 항공마일리지 적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다르다. 통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마진율은 수십%에 이른다. 고액의 영업비용을 들여야 하는 항공 마일리지 적립서비스를 하더라도 남는다는 뜻이다.
국내 이동통신업계가 맴버십 서비스 성격의 상품을 내놓으면서 고객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내면에는 고마진 구조에 대한 묵언의 담합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파격적인 맴버십 서비스보다 통화요금과 기본요금을 내려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비난을 내놓고 있다.
김진수씨는 “휴대전화 초기 시절 인프라 구축 등 때문에 비용이 비쌌던 것은 이해가 되지만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치 않은 시점에 거품 구조를 파격적인 맴버십 서비스로 감추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또 “사용금액 구간별 마일리지 적립 기준은 납득할 수 있다” 며 “적립 대상이 일정 금액 이상자인 것은 고객 입자에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텔레콤 관계자는 17마일리지 적립이 거품 요금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국내 모든 업체의 상황이 똑같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현유섭 hys0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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