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파워콤 신흥종교 ‘신천지’ 마케팅 동원
LG 파워콤 신흥종교 ‘신천지’ 마케팅 동원
  • 장익창 
  • 입력 2007-06-04 10:23
  • 승인 2007.06.04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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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대기업…도덕성 목숨 건 이윤추구

LG그룹 계열사 임직원 강제 할당 여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LG파워콤이 신흥 종교단체인 ‘신천지 예수교회’와도 제휴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LG그룹은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3개 회사를 축으로 신성장동력 통신부문 육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룹이 경쟁이 격화된 ‘제 식구 챙기기’ 방식으로 그룹차원의 지원을 통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 10만 명이 넘는 LG 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동원한 할당 마케팅이 가세해 무리한 시장 강화를 꾀하는 것은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된 현실로 바라보고 있다. 사건의 내막과 할당 마케팅의 실태에 들어가 본다.


지난 2000년 1월 26일 한국전력공사에서 광통신망과 케이블TV 전송망을 분리해 설립된 파워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회선임대, 케이블 TV 전송망 사업, 초고속 인터넷 전송망 임대, 전력통신회선 임대 등이 주요 사업분야다.

이 회사는 LG그룹에 편입되고 할당 특성에 맞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엑스피드(XPEED)’를 출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할당 마케팅과는 무관한 회사였다.

파워콤은 2000년 LG그룹에 편입된 (주)데이콤과 인수계약을 체결한 후 2003년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2005년에는 가정고객들을 대상으로 초고속인터넷 ‘엑스피드’서비스를 시작해 2006년 4월 업계에선 드물게 최단기간 5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사명을 LG파워콤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말 엑스피드 가입자는 120만명에 달했으며 올해는 200만 가입자를 목표로 삼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KT, 하나로텔레콤과 함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3대 기업으로 자리잡음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초고속 성장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LG파워콤이 올 들어 마케팅을 위해 신흥종교단체인 ‘신천지’와도 손을 잡고 할당 판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천지’ 동원 할당 마케팅 드러나

이러한 사실은 최근 신천지를 출교한 신도들의 제보를 통해 밝혀졌다.

K모씨(28)는 “전국에 있는 신천지 교회가 LG파워콤 엑스피드 서비스와 관련한 현수막을 내걸고 신도들에게 파워콤 신규가입을 독려했다”며 “가입 시에는 개인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가 아닌 교회 재정을 위한 일종의 헌금 방식으로 지급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 교인 L모씨(25)는 “지난달 말까지 걸린 현수막들이 이달 초부터 걷힌 것으로 안다” 며 “교회에서 요구하는 통신 인프라는 LG파워콤 측이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상당수 신도들이 ‘엑스피드’ 마케팅에 나섰고 서비스도 대체했다”고 말했다.

LG파워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사업 독립성을 갖고 있는 대리점에서 행한 것이지 본사에서 이를 강제로 지시한 일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LG파워콤 관계자는 “시장 확대를 위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시민 또는 종교단체와도 제휴를 맺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불법이 아니면 나무랄 수 없으며 전국에 산재한 대리점에서 행해지는 일들을 본사가 다 파악할 수도 없고 다 관여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일은 신천지 교회 본부와 LG파워콤간에 제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LG파워콤 할당 마케팅 공정위 조사 중

LG파워콤 이정식 사장은 올 초 시무식에서 “올해 안에 200만 가입자 돌파와 흑자전환”을 표명했다. 무리한 확장 탓이었을까. 지난해 이 회사는 8559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5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파워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LG파워콤은 올 3월부터 LG그룹 계열사와 협력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신규가입자 할당에 돌입한 혐의에 대해 공정위가 지난달부터 조사를 재개한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계열사 할당 동원에 나서 물의를 빚고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바 있으며 잠시 소강기를 두다가 올 들어 계열사 할당과 종교단체 할당이라는 초강수를 쓰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는 최근 엑스피드의 신규 가입자 수가 주춤한데 비해 해지율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들어 엑스피드의 월평균 해지율은 3% 후반대로 상승했다. 해지율이 증가한 것은 로열티가 높지 않은 고객이 약정기간 만료로 이탈한 데 이어 공정위 조사에 따라 경쟁사로부터 가입자 방어에 능동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LG그룹 한 계열사 직원은 “문서로 남으면 문제가 되니 사내 게시나 협조 공문 없이 윗선에서 구두를 통해 지시가 내려오고 있고 1인당 10개씩 할당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계열사를 돕는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수 있겠으나 마치 앵벌이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며 “혹시라도 할당량을 못 채우면 인사고과에 반영될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다.

LG파워콤은 이에 대해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강제로 할당한 사실이 없으며 인사고과 반영 등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인 계열사 직원들을 통한 가입자 수가 어느 정도 수준이냐고 요구한 기자의 요청에 LG파워콤은 그러한 통계는 잡히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LG파워콤 관계자는 “계열사간 윈-윈 전략에 따른 차원에서 사용 협조는 구하고 있다” 며 “계열사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쉽고 적지 않은 계열사 식구들에게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 역시도 다각적인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길 바란다” 며 “공정위 조사 결과를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계열사 할당 마케팅이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2004년 9월 KT와 LG텔레콤에 대해 휴대전화 강제판매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해부터 개시된 휴대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실시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자사직원들에게 휴대전화를 강제판매토록 한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의결한 것.


LG텔레콤도 무리한 할당 빈축

그해 초 LG텔레콤은 임원 100대, 과장·대리 50대 등으로 사원들에게 판매목표를 부여했다. 또 협력업체에도 30대를 부여하고 실적 저조 시 재계약 상 불이익을
통지해 휴대전화를 강제구입토록 한 것이 드러났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임직원에 대해 자사 상품구입의 할당량을 부여하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에 해당한다.

LG파워콤과 관련한 공정위 조사는 현재 서울 공정거래사무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서울 공정거래사무소 관계자는 “LG파워콤 사례와 관련, 불법 여부에 대한 증거 수집에 최우선을 다하고 있다” 며 “인사고과 반영, 강제할당, 종교단체와의 연루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사 중이라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으나 지난 LG텔레콤 때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법에 저촉되지 않게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조사를 빨리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천지는 어떤 종교단체?

그간 베일에 싸여왔던 신천지가 이달 초 MBC프로그램인 PD 수첩을 통해 전파를 타며 그 실체가 드러났다.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을 중심으로 지난 1984년 출범해 현재 4만5000여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으며 전국 45개의 교회를 두고 있는 신흥 종교단체다. 신천지는 예수와 천국을 믿고 주일예배를 드린다는 점은 기존 기독교와 유사하다. 그러나 ID카드가 없이는 교회에 들어갈 수 없고 6개월간의 신학원 과정을 수료하지 않으면 교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들은 1931년 경북 청도군 출신인 이 총회장이 ‘영적 영생’이 아닌 ‘육신의 영생’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 신천지 홈페이지에 있는 이 총회장의 약력을 보면 그는 신학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PD수첩에서는 신천지를 믿은 아들이 가출해 몇 달째 돌아오지 않는다며 신천지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아버지의 사연도 등장했다. 이 아버지는 폭행 및 감금 혐의로 아들에게 다섯차례나 고소를 당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지난 2004년부터 신천지를 믿다가 가출한 아들과 딸을 찾아달라는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왔다”고 했다.

PD수첩에 따르면 신천지 교인들은 자신이 어디 소속임을 철저히 숨긴 채 주로 대학가의 젊은이들을 상대로 전도를 벌이고 있다. 방송에 공개된 신천지교의 ‘특별 지시사항’문서에는 “장애인과 60세 이상 노인, 가난한 사람은 전도하지 말라”는 규칙도 있다.

또한 이 총회장을 비롯한 신천지 교인들이 경기도 과천시를 성지화하려는 움직임도 드러났고 이미 과천의 쇼핑센터와 빌딩 곳곳은 종교시설이 아닌 교육관 등의
명의로 신천지 교인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과천지역에 대규모 토지까지 소유하고 있다고 방송을 탔다.

장익창  sanbada@dailysun.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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