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총수의 총애를 받다가, 억울하게 ‘팽’ 당했다?” 90년대말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S 전전무이사. S 전전무는 롯데쇼핑 신규사업 팀장으로서 그룹내 ‘실세’로 통했다. 하지만 지난 99년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50여억원을 횡령 및 배임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회사측은 S전전무를 배임혐의로 고소했고, S전전무는 7년여의로 기나긴 법정투쟁을 벌여야 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말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서 대법원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고, 회사측을 상대로 최근 30여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지난 98년 롯데그룹의 임원인사에서 눈에 띄는 인사가 있었다. 그룹 기조실 S이사가 파격적으로 전무로 2단계 특진했던 것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보수적 생리에 맞지 않는 파격적 인사”, “10대그룹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진 발탁인사”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룹 내부에서도 “S전무가 신규사업을 담당하면서, 신격호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또 S전무는 99년 3월 벌어진 신 회장 부친 묘소 도굴사건 및 98년 신 회장에 대한 대선자금 검찰수사와 관련한 의전 등 신 회장과 관련한 일도 도맡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S전무는 82년 롯데에 입사한 이래 인사·총무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백화점 등의 신규사업 부문에서 일해 왔다.
‘인구 50만명이상의 도시에 백화점 건설’이라는 신 회장과 회사의 방침에 따라, 그는 당시 전국을 돌며 ‘신규 백화점출점을 위한 부지(땅) 선정’ 등의 임무를 맡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잘나가던 S전무에게 불행의 단초가 된 것은 지난 95년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되면서부터.
‘부동산실명제’시행 이전, 롯데측은 임직원들의 명의를 이용해 땅을 매입하는 ‘명의신탁’ 등의 방식을 통해 백화점 부지를 확보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백화점출점 소문이 나돌면 인근 땅값이 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되면서, 명의신탁 방식으로는 더 이상 백화점 부지를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롯데측은 포항에 백화점 설립을 목표로 부지매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부지’선정 등에 관여한 사람은 물론 S전무였다.
S전무는 포항 죽도동 인근에 ‘백화점 부지’를 선정하고, 신 회장 등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신 회장과 S전무는 당시 부지를 점검했고, ‘부지가 너무 좁고 땅값이 비싸다’고 판단했다.
무혐의 처분 받았지만…
그리고 신 회장 등은 1차 선정부지 인근에 또 다른 백화점 부지를 발견하고, S전무에게 매입을 지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부동산실명제’로 인해
명의신탁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회사측은 ‘제3자 매수’라는 편법적인 방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S전무와 실무담당자인 J과장은 알고 지내던 부동산업자 A씨에게 ‘죽도동 부지’매입을 부탁했다. 부동산업자 A씨는 친인척 명의 등을 빌려 ‘죽도동 부지’매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동산업자 A씨와 회사측은 ‘죽도동 부지’에 대한 가격흥정과정에서 여러번의 마찰이 있었고, 부지매입 사업은 지지부진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회사측은 S전무, J과장, 그리고 A씨가 짜고 회사돈을 횡령하거나 배임 혐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품기 시작했던 것이다.
롯데측은 이에 S전무와 J과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과 검찰에 고소했다. 이는 곧 외부로 알려져 당시 방송사 등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S전무와 J과장은 회사측으로부터 직위해제, 면직 등의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7년간 기나긴 법정투쟁이 시작됐다.
S전무 등은 1심에서는 무혐의, 2심에는 유죄, 다시 대법원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검찰이 지난해 재항고를 했고, 다시 고등법원과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지루한 법정싸움이 계속됐다. 결국 지난해 말 S전무 등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S전무와 J과장은 법정싸움에서는 이겼지만, 그간 고생은 말이 아니었다. ‘검·경의 강도 높은 수사’, ‘재산 가압류’, ‘출국금지 조치’ 등 온갖 고초들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회사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청춘을 몸담아 일했던 회사가 아무런 근거 없이, 자신들의 인생을 망쳤다”는 생각이 깊은 것이다.
이들은 최근 롯데쇼핑을 상대로 30여억원의 손해배상소송 및 해임무효소송 등을 청구했다. 지급받지 못한 퇴직금과 월급 등을 받기 위해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S전전무와 변호사사무실측은 “아직 소송이 진행중이라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이와 관련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롯데쇼핑측도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당시 ‘제 3자매수’방식으로 포항에 백화점 설립을 추진했던 것으로 안다”며 손배소와 관련해서는 “법원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S전전무가 그룹내 알력다툼과정에서 ‘팽’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S전전무의 고속승진에 대해 그룹내부의 반발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측은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반박했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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