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한민국 재계 알파걸”
“우리는 대한민국 재계 알파걸”
  • 백은영 
  • 입력 2007-05-14 13:12
  • 승인 2007.05.14 1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계 여풍(女風) 거세다

최근 재계에 강력한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19개 국내 그룹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회장부인은 7명이며 미술관을 운영하는 부인도 2명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벌가 딸들의 경영참여도 눈에 띄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 그룹 총수의 사망 이후 미망인의 경영참여에 대해서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편법승계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여론도 있다. 때로는 섬세함과 이해력이 장점으로, 때로는 남성보다 더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하는 여성 경제인들도 있다. 그녀들의 경영학 학점을 살펴본다.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씨(44)는 지난 3월 한진해운 그룹총회에서 등기이사 겸 부회장에 취임했다. 그녀는 최근 투자 결정을 위한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을 비롯해 이사회에 꾸준히 참석하며 경영인으로서의 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서울 아산병원을 찾아 어린이들을 위로하는 등 고 조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양현재단의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행보와 관련한 잡음도 끊이지 않아 경영인으로서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영수업 없이 쉽게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는 것은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에 오히려 해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상속세를 한 푼 내지 않고 쉽게 회사를 승계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불안한 마님경영에서 성공한 CEO로

이러한 문제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경영에 뛰어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10월 회장 취임 후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택배 등 기존 4개사를 맡았다.

전업주부로서만 살아온 그에게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경영자로서의 지위변화를 가져오게 했고 그룹 관계자들에게 경영능력과 손쉽게 최고경영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의심과 비아냥을 동시에 받았다.

그러나 그는 취임하자마자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싸움을 벌였으나 승리로 장식하며 위기의 현대 그룹을 안정권 궤도에 올려놓았다. 또 최근에는 현대유엔아이(U&I)의 등기이사와 현대경제연구원 등기임원을 새롭게 맡아 경영권 강화에 나섰다. 그가 경영권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한 4년여가 지난 지금 자질론을 언급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여성 CEO 중 단연 독보적인 인물이 있다. 그는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다. 장 회장은 1970년 막내아들을 낳은 후 남편 채몽인 사장이 심장마비로 숨지면서 창립 17주년이 된 애경그룹을 도맡게 된다. 전업주부 12년차인 그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운명이었다.

장 회장은 당시 여성 CEO 1호로 지금보다 더한 편견과 텃세와 싸워야 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CEO로 인정받았으며 애경을 2조원대의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최근에는 경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지만 애경에서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발휘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부인인 이정화 전 해비치 리조트 사장은 지난 2003년 이사로 발령 받아 경영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4년에는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던 리조트 주식을 매입해 해비치 리조트의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가 된 것이다. 해비치 리조트는 제주도에 해비치 컨트리 클럽과 해비치 오션 사이드(콘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사장은 주로 대외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비치 리조트의 지분 16%를 보유하고 있어 개인 대주주이기도 한 이 사장은 최근에는 한 달에 2~3번씩 제주도에 내려가 경영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11월 고문으로 물러났다.


젊고 막강한 아씨파워 행보

딸들의 경영 참여도 대단하다. 젊은 미망인 출신의 여성 참여에 비해 젊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딸들의 경영은 참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초고속 승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물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딸인 대한항공 조현아 상무(32)다. 그녀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더불어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할 정도로 호텔 경영에도 관심이 많다. 조 상무는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했으며 기내판매팀장 등을 거쳐 2005년 상무보에서 불과 1년 만에 상무로 승진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또 비빔국수를 출시해 국제기내식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머큐리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는 대표적인 웰빙 기내식인 비빔밥의 재료들을 수시로 바꿔주는 수완을 발휘해 주변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딸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도 수준급의 경영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활동 중이다. 이상무는 1994년 연세대를 졸업해 삼성복지재단, 삼성전자 일본 본사 과장 등을 거쳐 2001년부터 호텔신라 기획부장으로 활동했다. 특히 외국 호텔 및 레스토랑을 벤치마킹하는 것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이건희 삼성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다. 또 면세점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34)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예원예고와 이화여대 비주얼 디자인학과,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졸업한 정 상무는 조선호텔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백화점 경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작년 말 사무실을 신세계 본사로 옮겼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미국 뉴욕 명품시장 및 세부전략을 세우는 등 공격적인 경영인으로 인정 받고 있다.

백은영  aboutp@dali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