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vs 정용진 재벌2세 자존심 대결 점입가경
신동빈 vs 정용진 재벌2세 자존심 대결 점입가경
  • 백은영 
  • 입력 2007-05-14 11:35
  • 승인 2007.05.14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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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vs 신세계 유통지존 ‘외나무 다리 결투?’

‘명동은 우리가 접수하고 분당에서 다시 붙자’.
유통명가인 롯데와 신세계, 재벌 2세 신동빈과 정용진의 유통 전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 두 기업은 외식, 백화점, 대형 할인점 시장을 놓고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사활을 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25년 만에 롯데가 총 매출액에서 신세계에 왕좌를 내주며 자존심의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이익은 롯데가 챙긴 것으로 분석돼 신세계는 마냥 웃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다.
이에 신세계와 롯데 부사장들이 각각 공격적인 경영을 선포하고 두뇌싸움을 하고 있다. 양사가 가장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는 명동에서 신세계가 롯데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신호탄이다. 신세계가 지난 2월 30년 숙원인 명품관을 재개장한 것. 그러나 신세계 명품관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나돌고 있어 명동상권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명동에서 중국까지, 백화점에서 외식 사업까지 치열한 대결구도로 대립하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 재벌 2세간의 격돌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백화점은 롯데, 대형할인매장은 신세계’라는 유통업계의 오랜 공식이 무너질 기세다.

신동빈 롯데 부사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이 공격적인 경영을 선포하면서 치열한 경쟁 관계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롯데. 은둔의 황태자라고 불리며 취임 10년째를 맞은 신동빈 부사장이다. 최근 25년간 유통의 지존자리를 신세계에 빼앗기면서 심한 타격을 받아 정상탈환을 위한 공격태세를 갖춘 것.

무엇보다도 신세계의 독주가 계속되었던 할인마트에 대한 집중육성을 발표했다. 점포수만 따지면 신세계의 103곳에 비해 52곳으로 양에서 밀리지만 2010년 100호점 시대 개막을 선포했다. 우선 올해만 광주 월드컵점과 전북 군산점 등 총 10개 점포를 새로 열고 하반기 오산물류센터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롯데, 할인점-신세계’는 옛말

신세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롯데의 백화점 시장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 신세계 본점 명품관을 개장했으며 죽전점, 신세계 첼시 등을 오픈할 계획이다. 특히 죽전점은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멀지 않은 곳에 오픈할 예정이어서 명동 명품관에 이어 양사에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 사의 대결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 신 부사장이 다각적인 시장개척을 통한 글로벌 롯데를 천명하며 ‘세계 속의 롯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도 롯데를 세우겠다”며 중국시장에 커다란 의욕을 보였다. 이에 식품부문을 바탕으로 유통과 중화학에서 지주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 인타이 그룹과 합자법인을 설립해 왕푸징에 백화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97년 까르푸(1995)와 월마트(1996)에 이어 중국시장에 진출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신세계에는 비보다. 현재 신세계는 상하이에 5개, 텐진에 2개를 포함해 총 7개의 이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은 1,519억원으로 중국 100대 유통기업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윌마트와 까르푸를 밀어낸 저력을 중국에서도 발휘한다는 목표로 2009년까지 상하이, 텐진 등 중국 요지에 25개 점포망을 구축하고 2012년까지 최소 50개 점포망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롯데는 신세계와 궤를 달리하고 있다. 신세계를 타산지석삼아 대형마트 사업추이를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것. 신 부회장은 지난 3월 19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식음료 지주회사 출범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에 까르푸와 월마트가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어 우선 베트남에서 대형마트 사업을 해보겠다” 고 말했다. 이것은 우회적으로 신세계 대형마트 사업의 고전을 암시하는 것으로 신세계 측의 신경을 긁는 한 수 높은 여우의 꾀를 보였다.

외식사업도 본격적으로 뜨겁게 점화되었다. 신세계의 승승장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가 이를 만회하기 위한 필승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의 외식사업인 신세계 푸드 시스템의 매출이 2,902억원으로 전년대비 23%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6%증가한 18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에 효자 역할을 한 것은 ‘보노보노’ 라는 씨푸드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매출이 지지부진했던 까르네스테이션을 과감히 바꾼 전략이 주효했다. 테이크아웃 커피 시장에서도 신세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하며 최근 200호점을 개점한 스타벅스 코리아 커피 전
문점이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만 188개 매장에서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는 패밀리 레스토랑인 TGI 프라이데이스와 롯데리아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TGI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손실규모만 전년 12억에서 14억원으로 늘어났으며 롯데리아의 영업이익은 전년 69억원에서 59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롯데에서는 신세계의 외식사업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 커피 전문점의 부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세계 보노보노의 경우처럼 실적이 부진한 자바 커피점의 브랜드를 엔제리너스를 바꾸고 직영점 위주에서 탈피해 가맹점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40개였던 점포수를 급격히 늘려 2월 2개, 3월 6개, 4월 5개, 5월 현재 2곳으로 총 15개의 저점이 늘어났으며 올해 말까지 50개의 가맹점을 모집해 총 100개의 점포수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2010년까지는 스타벅스의 목표와 비슷한 330~350개의 매장 수를 확보해 스타벅스의 독주를 견제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명동대전 혈투 이어져

롯데와 신세계가 가장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곳은 명동상권이다. 명동은 롯데의 오랜 텃밭으로 롯데백화점과 명품관인 에비뉴엘의 독주가 지속되었던 곳이다. 지난해 매출로만 따져도 롯데가 백화점과 에비뉴엘 등을 합쳐 1조4,000억원, 신세계가 4,000억원을 각각 올려 롯데의 막강한
명동점령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신세계가 4년 5개월간 800억원을 들여 명품관을 재개장하면서 이들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신세계가 재개장식 하는 날 좀처럼 얼굴 보기 힘들었던 이명희 회장이 공식석상에 참석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회장의 공식석상 등장은 1984년 백화점 2호인 영등포점 개점 행사 이후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신세계 본점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반영했다.

이에 질세라 신세계본관 개점일인 28일 신동빈 롯데쇼핑 부회장이 예고도 없이 롯데백화점 본점과 에비뉴엘을 둘러봤으며 장선윤 상무(신동빈 부사장 조카)도 점심시간 직후 캐주얼 복장으로 신세계 본관을 방문해 긴장감을 드러냈다. 롯데 에비뉴엘에서는 또 2월 23일부터는 극소수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해 신세계의 재 오픈에 맞춰 맞불 작전으로 바람빼기에 들어갔다.

매장 전시를 놓고도 경쟁은 계속돼 신세계는 6층 트리니티 가든(조각공원)은 헨리무어 여인와상(감정가 80억원), 브르즈아의 스파이더(감정가 40억원), 미국 최고의 여성작가 신디셔먼의 사진, 랄츠깁슨, 마틴 파 등을 전시했다. 본관의 미술품 구입을 위해서 총 800억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롯데 에비뉴엘도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22일까지 모빌 조각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과 팝 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 독일의 대표적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 등 걸작들을 모아 아트전시회를 열었다. 다분히 신세계를 의식한 것.


신세계 매출 부풀리기 의혹 “있을 수 없는 일” 부인

그러나 서로를 향한 집중포화는 계속돼 롯데 측은 “신세계 본점은 지나치게 미술품에 돈을 많이 들여 명품관인지 갤러리인지 착각이 든다” 라는 비아냥을, 신세계측은 “우리는 전통과 품격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신선한 프로그램을 속속 선보일 것” 이라고 말하며 롯데와 차별화된 고품격 명품관임을 강조하는 등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신세계 백화점이 본관 오픈 이후 3월 말까지 전년 동기 53% 총 111억원의 매출신장을 이뤄냈다는 발표직후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일고 있다. “백화점을 찾는 방문객수에 비해 매출이 지나치게 많다” “입점업체들에 가매출 찍기를 강요했다”는 등의 루머가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단골 고객이 확보된 롯데명품관의 매출 147억원에 비하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이에 신세계측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명품관은 구조상 가매출 찍기란 있을 수 없다” 며 “일류경영을 지향하고 있기에 만약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강요한 측과 가매출 찍기를 한 곳 모두 내부적으로 처벌을 하겠다” 고 일축했다.

이와 더불어 롯데와 신세계에서는 피할 수 없는 승부를 예고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롯데 백화점 분당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세계 백화점 죽전점이 오픈될 예정인 것. 이는 서울 본점과 강남점에 버금가는 규모로 알려져 롯데는 130억원의 리뉴얼 공사를 통해 매장을 300평가량 넓혔다.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역력히 드러났다.

롯데와 신세계 유통의 양대 산맥은 가는 곳마다, 하는 사업마다 우리나라 유통계의 지존자리를 놓고 한판 붙을 일만 남았다. 지나친 과다경쟁과
감정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고객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격돌하게 되는 신세계와 롯데의 해외 정복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백은영  aboutp@dali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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