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흔들 그룹경영 지뢰밭
지배구조 흔들 그룹경영 지뢰밭
  • 장익창 
  • 입력 2007-05-14 10:33
  • 승인 2007.05.1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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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경영권 안정 이상기류(?)

투명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지주회사 설립 붐’이 재계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에는 이러한 추세가 전혀 달갑지 않다. 현대건설 인수 기치를 내걸고 현대중공업그룹과 KCC그룹으로부터 경영권 안정을 위해 우호지분 확보에 주력하던 현대그룹의 경영권 안정에 이상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 의도와는 달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요건을 심사받고 있는 것. 현재 순환출자 구조로 돼있는 현대그룹이 지주사 요건을 충족 받아 현행법상 지주회사로서 제약을 받게 되면 그룹의 지배구조는 뒤엉키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도 지난해 9월과 올 3월 현대건설 부실 책임과 관련,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상속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손해 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라고 금융기관 등에 지시했다. 현대중공업과 KCC 등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현대그룹 경영권 안정은 그룹이 밝히는 대로 확고하기만 한 걸까?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로 되어 있는 현대그룹. 이러한 현대그룹이 지주회사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달 현재 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요건 충족 여부와 관련, 공정위 기업집단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그룹 지주회사(?)

현행 공정거래법은 해당 사업연도 말일을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를 넘는 기업을 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기업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으면 사업연도 다음해 4월 말까지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즉 2006년도 해당 기업은 올 4월 말까지 신고를 마쳐야 한다.

지주회사로 규정되면 ▲부채비율 200% 이하 ▲자회사 지분율 상장사 20%, 비상장 40% 이상 유지 ▲금융사 지분 소유 금지 등의 조치를 2년 내 이행해야만 한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적용 문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감사보고서상 현대상선 등 자회사 지분가액이 자산의 50%를 넘어섰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006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산(1조258억원) 중 보유중인 자회사 지분(국내법인)의 장부가액은 4,225억원으로 자산의 41.19%에 해당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0월 말 현대그룹의 우호세력으로 평가받는 아일랜드계 투자사 넥스젠캐피탈과 현대상선 주식 600만주를 취득가액 1,362억원에 사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다. 넥스젠캐피탈은 당시 현대상선 주식 600만주를 사고 의결권은 현대상선에 위임했고 현대상선은 이 주식을 감사보고서상 직접 보유한 지분으로 회계처리했다.

이점이 바로 문제가 됐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넥스젠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600만주를 직접 보유한 지분과 동일한 방식으로 대차대조표에는 기타 투자자산으로 분류했다.

공정위도 넥스젠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가액을 현대엘리베이터가 직접 보유한 지분으로 해석한다면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액은 5,587억원(자산의 55.46%)으로 불어나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사로 적용되면 우선 비상장 자회사인 현대택배와 현대아산 지분을 40% 이상 매입해야한다. 또 금융계열사인 현대증권 지분을 매각해야 하며 현대증권과 현대택배가 가지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도 처분해야만 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그룹과 KCC 등으로부터 경영권 안정을 위해 견고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왔다고 강조해 온 현대그룹의 순환출자방식의 지배구조가 뒤엉키게 된다.

위기를 느낀 현대그룹은 지주사 적용 신고 기한인 지난 4월 말까지 신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며 신고를 대신했다.

공정위 기업집단팀 관계자는 “이와 유사한 사례로 조사하는 곳은 현대그룹 외에는 없다”며 “유권 해석과 관련해 조사 중이며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로 결론나면 현행법상 미신고에 따른 1억원의 벌금과 과징금, 자회사 주식처분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로 적용되면 2년의 유예기간을 통해 법상 규정한 자회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며 “내달 즈음에는 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회계상 오류처리로 인한 사항으로 파악되며 유권 해석과 관련, 공정위와 의견 교환하면서 최종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달가워 하지 않는 선례는 또 있다. 그룹은 지난해 4/4분기 현대엘리베이터의 부채를 2,000억원 늘려 자산규모를 8,900억원대로 증가시켰다. 자산 증가가 없었다면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 중인 현대상선 주식평가액이 현대엘리베이터 자산의 50%가 넘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역시 현행법상 지주회사 판단기준이 사업연도 종료일 기준 대차대조표를 보는 방식에 따라 적용을 받지 않았다. 현대그룹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사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곤궁에 빠진 현정은 회장

이러한 가운데 현정은 현대 회장 또한 소송 등으로 곤궁에 빠져 있다.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지난 3월 현대건설 부실 책임과 관련,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상속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총 520억원대의 손해 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라고 신한은행과 대한생명 등 공적자금을 투입한 채권 금융기관과 현대건설에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 대상에는 현 회장뿐만 아니라 과거 현대가의 오랜 가신인 김윤규, 이내흔 전 사장 등 현대건설 전직 및 현직 임원 등 7명이 포함된 상
태다. 예보측은 “총 7개에 달하는 금융기관의 의견 취합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지만 이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곧 정식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역시 예보의 지시로 현 회장 등 8명을 상대로 82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이 이내흔, 김윤규 전 사장과 김재수 전 부사장 등 현대건설 전직 임원 3명에게 분식회계에 의한 사기대출 혐의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예보 등에 따르면 현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현대상선 주식 230만8,866주와 서울 성북구 성북동 현 회장 자택 등이 가압류 된 상태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홍보팀은 “장기간 진행되는 민사 소송의 특성상 2건의 소송에 대해 현재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 홍보팀 고위 관계자는 “본건과 관련해 할 말도 없으며 아는 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금융기관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도록 요구한 가운데 현대건설에도 동시에 이 상황을 통보했기 때문에 모를 리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살 길은 현대건설 인수”

현대그룹은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 사후 KCC와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아왔다.

2003년 11월 무렵엔 시삼촌인 KCC 정상영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엔 시동생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단기간에 집중 사들이며 이달 현재 현대중공업 17.60%, 현대삼호중공업 7.87% 등 25.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KCC 5.98% 역시 현대중공업의 우호 지분이라고 감안할 때 등 31.45%에 달하는 것으로 증권가는 관측하고 있다. 현재 경영권 분쟁은 잠시 소강상태지만 그 핵심엔 현대그룹의 주력사인 현대상선이 있다. 현대그룹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표명해 왔다. 현대가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며 대북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현대그룹의 표면적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지분 8.3%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그룹 측으로선 경영권 안정을 위해 현대건설 인수가 절대 필요하다. 만일 현대중공업과 KCC쪽에서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풍부한 현대중공업 그룹이기에 본격적인 현대상선 지분 매입에 나선다면 지분 구조는 순식간에 변동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현대상선의 지분 매입은 단순한 투자 목적이었을 뿐이며 KCC가 우호지분이라는 것은 시장의 관측일 뿐”이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그룹도 따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은 이미 흔한 시나리오로 통용된 지 오래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지분 매입이 지난달 이후 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현대엘리베이터가 550억원의 보통주 매입을 실시한 데 이어 현대상선이 1,000억원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대상선의 경영권은 안정권에 들어선 상태” 라며 “우호지분임을 밝히기 꺼려하는 주주들이 있지만 자체 조사결과 45%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증권사 한 고위 임원은 “최근 현대그룹이 갑자기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과거와는 패턴이 상당히 다른 것” 이라며 “넥스젠 매집때만해도 개미 투자자들 피해를 보는 상황이었다면 최근에는 뭐가 급했는지 폭등시키며 매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경영권 위협을 느껴 현대그룹이 뭔가 물밑에서 긴박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향후 현대그룹이 어떠한 묘수로 경영권 안정을 이어 나갈
지 주목되고 있다.

장익창  sanbada@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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