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돈줄인 삼성생명의 그룹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총자산 100조원인 삼성생명은 그간 삼성의 주력기업 삼성전자 등의 든든한 자금줄이었다. 또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의 한축을 담당해왔고,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승계에서도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개정안 국회통과, ‘상장논란’ 등 악재로 그룹내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주식 상장에 따른 오너일가 배불리기 논란’, ‘보험판매와 관련한 계약자와의 잦은 마찰’ 등도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다. <일요서울>에서는 위기에 빠진 ‘삼성생명’을 연속기획으로 진단해봤다. 아홉번째 기획으로 삼성생명을 둘러싸고 이건희·재용 부자가 고민에 빠진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생명이냐, 전자냐”.
삼성생명 상장 문제, 그리고 지난해 금산법 국회통과,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안 정무위 통과 등으로 인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을 둘러싼 삼성 오너일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즉 삼성 오너일가가 앞으로 어떤 지배구조를 통해 삼성그룹을 장악할 것인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 있다. 즉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전무가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삼성 지배구조 변화
그런데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업 관련 자회사의 장부가액이 회사 자산가액의 50%를 넘을 경우 그 회사를 금융지주회사로 규정토록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다른 기업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삼성생명 상장 등이 이뤄지면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의 지분만을 보유해야 한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등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여기에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원칙’이 적용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생명 등을 비롯한 금융 분야와 삼성전자 등을 비롯한 비금융 분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오너일가가 ‘삼성생명을 선택할지 삼성전자를 선택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재계에서는 “삼성오너일가가 삼성전자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7조원 규모의 삼성전자와 같은 대규모 계열사와 비교할 때,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의 경우 연간 수백~수십억원에 불과하다”며 “또 삼성전자의 경우는 ‘초일류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반면, 삼성생명은 각종 송사에 휘말리면서 그룹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에 변화가 온다면, 삼성오너일가가 삼성전자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최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오너일가가 삼성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7일 정무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이 상장의 경우 30%에서 20%, 비상장의 경우 50%에서 40%로 축소 완화됐다. 반면 금융지주회사는 이런 요건이 배제됐다.
이런 지분율 요건이 적용되면, 삼성오너일가로서는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를 묶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여건이 쉬워진 셈이다.
이에 반해 삼성생명이 상장이 될 경우,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에는 1조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게 된다.
이재용의 선택은
이에 따라 삼성 오너일가가 ‘에버랜드-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금융산업쪽보다는 삼성전자 등을 지배구조로 하면서, 삼성 그룹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의 후계자인 이재용 전무는 꾸준히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삼성오너일가가 삼성전자쪽을 택할 경우, 그간 삼성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던 삼성생명의 그룹내 위상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오너일가가 이외로 삼성생명쪽을 택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은 16.09% 수준으로 삼성생명 지분(7.26%)을 제외하면 10%를 밑돈다. 이에 오너일가가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 등으로 이어지는 금융업 쪽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여러 가지 여건상 금융권과 비금융권으로 그룹이 분할 재편되는 것은 검토된 바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본다”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는 그룹 외부에서 추측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2/4분기부터 경기 풀릴 것”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가 2/4분기에는 다소 호전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1,56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07년 2/4분기 기업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2/4분기 경기가 1/4분기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 업체가 31.5%로 경기악화를 예상한 업체 29.0%보다 많았다. 경기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39.5%였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최근 환율급락 및 유가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6자회담 타결로 인해 북핵문제 등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경우 큰 폭으로 호전되면서 회복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설비가동률, 생산량, 경상이익 등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기업 역시 회복세로 반전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설비가동률, 생산량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조선, 석유화학, 정유 등의 업종에서 전분기보다 2/4분기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고무·플라스틱, 목재, 펄프·종이 등의 업종은 여전히 경기가 나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2/4분기에 체감경기가 다소 호전될 것으로 조사되긴 했지만, 소비심리 하락에 따른 내수침체 지속, 과도한 가계부채 등 구조적인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 체감경기 호전이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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