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김위원장 곧 만난다?
노대통령-김위원장 곧 만난다?
  • 이상봉 
  • 입력 2004-05-13 09:00
  • 승인 2004.05.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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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4월 방중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는 소문이 정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용천 참사로 인해 또 다른 변수가 생겨 이 시나리오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 정세와 국내외 상황을 분석하여 과연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실현이 가능할 것인가 조명해본다. 정치권 소식통에 의하면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있었던 한 달 뒤인 6월에 열린 점을 들어 이번에도 6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하는 설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6월이면 남북정상회담 4주년이기도 하고, 또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복귀가 이루어질 시점이기도 하여 그 실현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실제 탄핵 기각이 결정될 경우 국내외에서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을 고취시키는 상징적인 일로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쪽과의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용천 참사 이후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수 천 억 대의 재산 피해가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상회담 가능성 자체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북쪽에서도 처참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하여 다른 곳으로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 공보관실 윤재윤 사무관은 “말도 안되는 헛소문이다. ‘용천 참사’가 아니라고 해도 지금 북핵 문제와 6자 회담 문제 등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처지에 정상회담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물론 정권 핵심부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통일부 차원에서 그런 움직임은 없다. 우선 노 대통령 탄핵 문제가 해결되어야 무슨 가능성이 보일 것 아닌가” 하면서 6월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열린우리당 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당 이평수 수석부대변인도 “지금 국내 문제로도 정신이 없는데, 정상회담이란 사안은 앞으로 장기적으로 생각할 일”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만약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직접 실무적으로 뛰어야 할 정부기관이나 사실상의 여당에서 그런 가능성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계 인사도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도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아직 탄핵 정국이 끝나지 않았고, 그런 중대사를 추진할 ‘주체’도 정립되어 있지 않다. 더구나 북한 핵문제가 걸려있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 측에서 추진하기도 싶지 않다. 북에서 환영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갈 수도 없고, 결국 북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내려와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우선 핵문제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적 소견을 밝혔다. 하지만 남북 문제의 특성상 늘 돌발변수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0년 남북 정상 회담에서도 박지원이라는 정권 최대 실세가 극비리에 모든 것을 추진하고 결정된 후에야 공표되었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최대의 이벤트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한시라도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지금 상황은 남쪽 입장에서나 북쪽 입장에서 모두 힘들어 잠복기를 가질 수 있으나 그것은 시기의 문제이지 지금 이 순간에도 권력 가장 핵심부에서 은밀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탄핵에서 풀리자 마자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치가 있는 이벤트이고, 북의 김정일 위원장도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전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길 수 있기에 적절한 여건만 조성되면 정상회담은 언제라도 급진전 될 수 있다. 더구나 김정일 위원장은 ‘약속’에 대해 대단한 책임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난 2000년 김대중 전대통령과 약속한 ‘남한 답방’을 언젠가는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상회담의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 있어 비록 정가의 소문처럼 ‘6월’이라는 시간은 좀 촉박하다고 해도 늦어도 올 해 안에 어떤 급물결이 생길 가능성의 징후는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뷰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정상회담 특사로 DJ활용하면 효과 있을것”


-6월 정상회담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는데. ▲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직 탄핵 정국이고, 그것을 추진할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더구나 핵문제가 걸려 있다. 핵문제 가닥이 잡혀야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상회담을 위한 돌파구는 무엇인가.▲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핵문제가 최대의 난제인데, 국제 사회와 이루어진 합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중요한데, 양쪽의 입장 차가 너무 크다. 누군가 먼저 양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또 북한은 나름대로 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미국은 원칙만 있지 그런 구체적 안도 없다.

-이번 용천역 참사가 정상회담에 도움이 될 수 있나.▲ 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북이 지원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큰 진전이고, 남이 북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상호신뢰’가 싹트고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왜 김대중 전대통령 시절에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하지 않았나.▲ 2000년 6월 정상회담 이후 정세가 좋지 않았다. 그 후 부시 행정부가 출범했고,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까지 했다. 2001년 3월에 한미정상회담이 있었는데,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좋지 못한 표현이 북을 자극했고, 더구나 남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당연히 북미관계가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내려올 수 없었다.

-정상회담을 위해 김대중 전대통령을 특사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할 수 있다.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정치 역학적 측면에서 과연 그게 가능할 것인가? 그러니까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그 카드를 실행하겠느냐이다. 대북 송금 특검으로 수많은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감옥 생활을 했고, 박지원씨는 아직도 감옥에 있다. 그리고 민주당 고사작전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마 정부도 김 전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 기대하지 못할 것이다.

이상봉  pneuma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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