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이 비슷해 지원하나
태생(?)이 비슷해 지원하나
  • 박혁진 
  • 입력 2007-02-08 09:25
  • 승인 2007.02.08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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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일본계 아프로금융 간접지원 내막

신한은행이 일본계 대부업체인 아프로 금융그룹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자산관리 업무를 해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이 자사의 이익에만 급급해 일본계 대부업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행위로서 국내은행 2위 업계인 신한은행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자산관리 업무를 해준 아프로 금융그룹은 지난 2004년 재일교포가 세운 일본계 대부업체로서 역시 재일교포가 세운 신한은행과 모종의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무수탁업무는 실질적 지원행위
이번에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자산유동화 증권(ABS)발행 자산관리 업무, 소위 사무수탁업무는 대부업체가 자체 보유한 채권을 부채유동화채권 형식으로 발행해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관련 업무를 위탁하는 것이다.

즉 이 채권을 살만한 매입자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 업무상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모 시중은행에 개설하는것이다.

문제는 수탁업무가 직접적인 지원행위는 아니라도 사실상 돈을 지원해주는 효과를 내는데 있다.

관련분야의 한 전문가는 “만약 A라는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ABS를 발행한다면 은행에서 이 채권을 팔아 자금조달을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사무수탁업무를 간접지원행위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사무수탁업무가 법적인 하자는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고금리 논란으로 대부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한 가운데 대부업체를 간접 지원한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과 같은 제2금융권에서는 암암리에 이러한 수탁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신한은행과 같은 대형시중은행에서 수탁업무를 한 것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제도권 금융업체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서민들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대부업체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상당수의 대부업체가 살인적인 고금리로 인해 서민경제의 파탄을 가져오는 원인이라는 점에서 대부업체에 대한 간접지원행위는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부업계 단체인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는 반박자료를 통해 “사무수탁업무는 은행의 일반적인 업무서비스로 대부업체에 대한 간접지원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소협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는 정부가 나서서 대부업체가 양질의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간접 지원함으로써 자율적인 대출금리 인하효과를 유도하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대부업체에 대한 고정관념에 입각한 규제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업체의 최대이자가 66%인 반면 일본 대부업체의 최고금리는 20%에 그치고 있다.


태생 비슷한 신한은행과 아프로
특이한 것은 신한은행과 아프로 금융그룹간의 태생(?)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러쉬앤캐쉬’로 잘 알려진 아프로 금융그룹은 2004년 재일교포들이 국내에 세운 대부업체로 국내 대부업체 중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물론 대부업체 쪽에서는 “아프로는 대부업법에 따라 정식 등록된 금융회사로 불법사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 82년 재일동포들의 자금으로 만들어진 은행이다. 재일동포 사업가인 이희건 현명예회장이 신한은행 창업자다. 2차 오일쇼크 등으로 한국의 외환사정이 극도로 어려웠던 1982년, 일본 오사카상은(商銀) 이사장이던 이 전회장은 일본에서 교포자금을 끌어와 신한은행을 설립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2년에도 이 명예회장이 회장으로 있던 96년 일본회사에 거액의 돈을 대출해준 바 있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일본 경찰에 구속돼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신한은행은 이희건 명예회장의 개인회사 ‘코마개발’에 70억엔 (당시 환율로 700억원)을 대출해줬다. 코마개발은 당시 사실상의 파산상태였으며 신한은행은 이 돈을 대출해주는 과정에 코마개발의 담보능력이 없자 이회장 개인의 지급보증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모럴해저드라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신한은행이 사실상 이희건 회장의 ‘사금고’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한은행 배을용 공보팀장은 이같은 부실대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우연일까, 이번에 문제가 된 것도 재일동포가 세운 대부업체다. 때문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번 수탁업무지원도 모종의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계 자금의 한국 대부업체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까지 25%였던 일본 대부업계 최고금리가 지난해 20%로 낮아져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고금리가 66%인 한국시장이야 말로 황금어장으로 볼 수 있는 것.

따라서 이번 신한은행의 간접지원행위 같은 일들이 계속 이어진다면 한국금융시장이 자칫 일본계 업체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부업계 회장 선출 연기
지난달 31일 국내 대부업계의 회장을 뽑기로 했던 선거가 이달 중순으로 미뤄졌다.

대부업계는 지난 2004년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한대협)와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한소협)의 두 개 단체로 나눠졌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한대협을 탈퇴하면서 나눠진 것. 이후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며 법정다툼까지 벌이다가 법정에서 단체를 합치고 회장을 다시 뽑으라는 결정에 따라 이번 선거를 치르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한국계와 일본계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전체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계는 아프로 금융그룹의 양석승 부회장을 후보로 내세우고 있으나 토종 대부업체들은 마땅한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선거가 2월 중순으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도록 방치한 정부 관계자들의 무관심을 지적함과 동시에 국내 대부업체도 양지로 나와 국내 자본시장을 떳떳이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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