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유린하는 보험사 횡포” VS “보험사기 의혹”
“인권 유린하는 보험사 횡포” VS “보험사기 의혹”
  • 정하성 
  • 입력 2007-02-02 11:18
  • 승인 2007.02.02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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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대 보험금 놓고 벌이는 법정공방

한국 보험역사상 개인규모로는 최대로 꼽히는 ‘60억원대 보험금’을 놓고 1급 장애인이 교보생명 빌딩 앞에서 눈물시위를 펼치고 있다. 교통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은 보험가입자의 보험금 지급을 놓고 보험회사와 가압자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발생한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증세를 보이고 있는 K씨(44)는 “교보생명 등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보험 사기범으로 몰고 있고, 심지어 몰래카메라로 자신의 사생활까지 촬영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K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장애인단체 등을 중심으로 “교보생명 등이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측은 “K씨가 과거병력과 건강상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고지의 의무’를 위반하며 많은 보험을 가입했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광화문 및 논현동 교보생명 빌딩 앞에서 1인 시위 및 장애인단체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60억원대 보험금’지급을 놓고 “보험사기 누명으로 구속되고, 처참히 인권까지 유린당했다”고 주장하는 K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보험소비협회 및 장애인단체 등이 ‘보험피해대책 마련을 위한 장애인단체 연대협의회’를 구성하고 교보생명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보험소비자협회 및 교보생명 등에 따르면, K씨의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01년 6월 K씨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마비(1급 장애)판명을 받았다. K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지만, K씨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한 일은 보험회사와 보험금지급을 놓고 벌인 5년여간의 법정공방이었다.


보험사, 몰카까지…
식당을 운영하던 K씨는 사업의 특성상, ‘교통사고 대비’ 및 ‘노후대책’ 등을 위해 교통사고 발생 2~3개월 전에 교보생명을 비롯해 모두 9개 보험사에 13건의 보험에 가입했다. 이로인해 K씨가 보험회사로부터 총 수령할 액수만 자그마치 60여억원에 이른다. 이중 교보새명에 가입한 범험은 모두 2건으로 9억원.

이처럼 엄청난 액수를 지급해야 할 보험회사는 “K씨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사기극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 교보생명을 비롯한 보험사들은 김씨가 단기간에 많은 건의 보험을 가입한 점과 교통사고 경위 불분명, 건강상태에 대한 고지의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보류했고, 검찰의 수사와 재판도 이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험회사측에서 K씨의 사생활까지 촬영했다. 촬영된 테이프에는 K씨의 일상생활은 물론 용변을 보는 모습 등이 적나라하게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은 촬영된 테이프 등을 토대로 K씨를 보험사기 혐의로 지난 2005년 구속했고, K씨는 9개월여간 옥살이까지 해야 했다.

K씨는 이에 이 테이프 등 증거들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보험회사와 끈질긴 법정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재판결과 1심은 K씨에게 3년6월의 형을 선고하며,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 열린 2심 재판에서는 K씨의 손을 들어주며, 상황이 역전됐다. 재판부는 “교통사고 이전에 K씨가 지병(후종인대골화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지병을 이용하여 현재의 하반신마비 상태를 야기하기 위하여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2심, 보험사기혐의 무죄
또 재판부는 “K씨의 집안내 생활모습을 몰래 촬영한 비디오테이프에 의하더라도, K씨의 하반신마비 상태가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처럼 ‘몰카촬영에 대한 인권유린 의혹’과 함께, 2심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측은 “현재 형사소송이 상고중에 있고, 보험지급과 관련한 민사
소송도 진행중인 만큼, 사건을 좀 더 지켜본 뒤 보험지급 등을 결정할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교보생명 등 보험사들은 아직도 ‘K씨의 보험사기 혐의’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K씨의 경우 보험 가입 이전부터 지병인 후종인대골화증은 물론 고혈압 등의 질병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런 지병에 대해 보험회사에 알려야 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겼다. 이는 ‘고지의 의무’ 위반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교통사고 발생 지점 등 여러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며 “K씨측이 몰카 등을 토대로 ‘장애인 인권’문제로 몰고 가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자산으로 운영되는 보험사로서는 K씨의 사건에 대해 좀 더 사실관계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교보생명 입장에 대해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는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회장은 “교보생명 등 보험회사들이 장애인이 된 보험가입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거액의 보험금 지급사례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들이 보험사기로 몰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을 지체한다. 이후 합의를 종용하거나 보험금 포기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는 명백한 보험사들의 횡포”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K씨의 사건은 K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험사들의 이같은 횡포에 맞서 장애인단체 등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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