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돈줄인 삼성생명의 그룹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총자산 100조원인 삼성생명은 그간 삼성의 주력기업 삼성전자 등의 든든한 자금줄이었다. 또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해왔고,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승계에서도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개정안 국회통과, ‘상장논란’ 등 악재로 그룹내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 ‘주식 상장에 따른 오너일가 배불리기 논란’, ‘보험판매와 관련한 계약자와의 잦은 마찰’ 등도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다. <일요서울>에서는 위기에 빠진 ‘삼성생명’을 연속기획으로 진단해봤다. 네번째 기획으로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보험판매와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총자산 100조 국내 최대보험사로 성장한 삼성생명. 몸집이 커진 만큼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잡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험상품 판매와 관련해서 ‘개인신용 등급에 따른 보험가입 제한’, ‘개인신용정보활용 동의서를 설계사에게 할당했다는 의혹’, ‘고객이 보험금을 많이 타가는 상품에 대한 계약전환 유도 의혹’, ‘보험설계사의 약관교육 미비’ 등과 관련해서 각종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우선 ‘개인신용등급에 따른 보험가입 제한’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8월부터 개인신용등급 최하위자의 보험가입 금액을 일정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신용불량자를 악의의 고객으로 모는 발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노당은 최근 논평에서 “보험가입 제한은 사회적 약자인 과중채무자들을 보험이라는 사적 안전망으로부터 원칙적으로 접근을 배제시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은 고객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한 ‘맞춤형 재정설계’를 한다는 목적으로 ‘개인신용정보 제공 및 활용동의서’를 신규고객 등에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삼성생명 지점 등에서는 설계사들을 동원, 고객들의 ‘신용정보활용 동의서’를 받아오도록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말까지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A씨는 “보험계약을 하는 고객들의 경우, 신용정보 동의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점에서는 보험계약 고객이 아닌 사람들의 신용정보 동의서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에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가족과 친척들의 명의를 이용해 ‘신용정보 동의서’를 작성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기존 고객들은 보험계약을 할 당시 ‘신용정보활용 동의서’에 서명을 하는 만큼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며 “신규고객이 될 경우, 맞춤형 재정설계를 하기 위해 ‘동의서’를 받는다. 하지만 ‘신용정보활용 동의서’를 지점이나 설계사 등에게 할당을 하거나 강요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보험소비자협회 관계자는 “‘개인신용정보 제공 및 활용동의서’ 등이 악용될 경우, 개인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 상품 계약전환 유도 의혹’도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97년부터 2000년까지 ‘무배당여성시대건강보험(이하 여성시대)’이라는 보험상품을 무려 200만건 이상 판매했다. 하지만 효자상품인 여성시대가 애물단지로 전락되고 있다. 여성시대 보장조건의 하나인 ‘여성의 요실금수술비’지급 건이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요실금 수술을 받는 보험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요실금 수술이 건강보험 급여지급항목으로 바뀌면서 환자 부담액이 102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영업지점에서는 ‘여성시대’ 보험상품을 대신해 ‘종신보험’ 등으로의 계약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여성시대 보험상품에 가입한 삼성생명 고객은 “몇년전쯤 삼성생명에 여성시대 보험에 가입했다”며 “그런데 설계사가 찾아와 여성시대 등을 다른보험으로 전환하라고 권유했다. 어떤 보장이 빠지거나 축소된다는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여성시대 보험을 전환했다. 하지만 요실금 보장 등이 빠져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여성시대 보험 고객들을 다른 보험으로 유도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고객들이 여성시대 보험을 고집하는데, 굳이 설계사들이 보험 전환을 유도할 이유가 없고, 강요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일부 삼성생명 지점에서는 ‘요실금 수술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동영상을 만들어 수술 장면을 그대로 보험설계사에게 보여줬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직 삼성생명 설계사 A는 “한 지점에서 요실금 수술장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줘 설계사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 등에 진정을 제기했고, 이에 따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런 동영상을 상영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한편 삼성생명 등 보험회사가 보험설계사들에게 약관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설계사들이 보험을 판매하는데 급급해 있다. 이론을 바탕으로 보험상품의 좋은점을 부각시켜 고객을 유치해야함에도 불구, 친인척 등을 통한 무리한 보험판매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재경위 생보사 상장안 ‘태클’
최근 확정된 생명보험사 상장안에 대해 국회차원에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소속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 11명은 “생보사 상장문제에 대한 자체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재경위 전체회의를 소집하자고 지난 18일 요구했다. 재경위 과반수가 넘는 11명의 의원이 이처럼 요구함에 따라 회의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생보사 상장과 관련된 소모적 논쟁은 종결돼야 한다”던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발언으로 잠잠해질 것으로 보이던 생보사 상장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향후 생보사 상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
이들 의원들은 재경위 차원에서 생보사 상장안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을 초빙해 공청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재경위는 상장자문위 구성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 자문위 최종안의 적정성, 계약자 배당의 적정성 검증에 사용한 가정과 데이터에 대한 검증,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을 인정해 온 정책 당국의 현재의 입장 등을 검증하기로 했다.
특히 회의에서 상장안에 문제가 있거나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경제부총리와 금감위원장,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등을 모두 출석시켜 추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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