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 비리 ‘이젠 꼼짝마!’
권력층 비리 ‘이젠 꼼짝마!’
  • 김종민 
  • 입력 2004-05-07 09:00
  • 승인 2004.05.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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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방지위와 대검 중수부 수사기능의 통합체 성격으로 논의” 청와대 관계자 “신설된 제2의 검찰기구 대통령 직속으로 둘것”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당시 논란이 됐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에 대한 논의가 다시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과정에서 정치개혁의 한 과제로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선 결과 자력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과반 1당을 차지함에 따라, 공약 실현에 대한 기대도 크게 높아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법무부가 조만간 단행할 검찰 조직개편과 관련, 내부적으로 ‘공직자비리조사처’라는 이름으로 제2의 검찰기구를 설립하는데 박차를 가해온 것으로 알려져 그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열린우리당 등 정치권이 제기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국회의원, 정치인,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기관이다.

한마디로 ‘권력층’을 집중 감시할 기관을 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이같은 논의는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 시절에도 제기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이처럼 당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조사하면서 수사의 방향이 정치권이나 권력 실세 쪽으로 향하기만 하면 번번이 수사가 미궁에 빠지거나 형평성 시비가 일었기 때문이다.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이 수사한 이용호 게이트, 옷 로비 사건 등이 모두 관련자 처리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 특별검사에게 넘겨졌다. 정현준 게이트나 진승현 게이트는 검찰이 “정·관계 로비가 없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가 뒤늦게 고위 공직자들의 수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재수사하기도 했다.김영삼 정부 때인 97년 초, 검찰은 당시 김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비리를 덮어줬다가 나중에 여론이 악화되자 어쩔 수 없이 재수사에 착수, 현철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를 거론했을 당시 법무부는 검찰권이 이원화돼 통일적인 검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설치를 반대했었다.굳이 설치하려면 대검찰청이나 법무부 산하에 두어 검찰권 행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 검찰은 가칭 ‘특별수사검찰청’ 설치를 위한 법안까지 마련해 놓기도 했었다.또 대통령 직속의 독립기구로 할 것인지, 법무부나 검찰청 산하 기구로 할 것인지 등 논란이 많은데다 수사권만 부여할 것인지, 기소권도 함께 줄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검찰과 시민단체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그러나 최근들어 법무부 내부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법무부 직속 기관으로서 대검중수부의 수사기능과 부패방지위의 기능을 합친 새로운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법무부 일선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검찰의 조직개편에 따른 후속대책을 마련 중에 있는데, 검찰 기구의 비대화와 권력집중 등 권력화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해 제2의 검찰기구를 가능한한 빨리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줄곧 강조해 온 대목이기도 한데,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대 검찰인식을 반영해 이번 검찰 조직개편과 연계해 기구 설립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청와대 한 관계자는 “제2의 검찰기구 설립은 이미 지난해 공론화되어 정치권에서도 일정부분 합의를 이룬 사안”이라며 “구체적으로 ‘공직자비리조사처’라는 이름의 기구가 설립될 것이며,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법무부 한 관계자도 “공직자비리조사처가 설립되면 현재 대통령 직속기구로 운영되고 있는 부패방지위원회와 폐지되는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능을 합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법무부가 검찰에 대해 갖고 있는 감찰권도 통합해 운영할 복안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이천재 공보관은 “검찰 조직개편과 관련된 부분은 아직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직자비리조사처와 관련해서도 논의되거나 진척된 상황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과 관련된 후문은 현재 부패방지위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김성호 전대구지검장이 조직 활성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제2의 검찰기구 설립이 가능한한 빨리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그러나 검찰인사와 조직개편 등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 사이의 시각차가 어떤 방향으로 교통정리가 될지 여부도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대통령직 인수위 당시 제기됐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에 대해 살펴보면, 일종의 상설 특별검사제로 부패방지법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부패방지법에서는 고위 공직자 비리 조사처를 구성하고 여기에 특별검사와 특별수사관을 두어 독립적이고 엄정한 사정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수사 대상을 고위 공직자로 한정함으로써 검찰과 권환 조정을 꾀함과 동시에 그 효율을 높이자는 것. 이는 기존 사정을 전담했던 검찰과 감사원과의 선의의 경쟁을 부추겨 부패추방에 대한 국민의지를 확인하고 그 실효를 거두기 위해 어느 정도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민  kjl941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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