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제약업계에 소문이 파다했던 동아제약 오너이자 전경련 회장인 강신호 회장의 이혼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동아제약에 따르면 강 회장의 부인 박정재 여사는 지난 8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박여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강회장이 오는 2009년까지 4년 간 53억원의 위자료를 분할 지급하는 조정안을 제시했고, 당사자들이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이혼이 성립됐다. 고령인 강회장 부부의 이혼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그 배경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1위 제약기업인 동아제약의 강신호 회장이 최근 부인 박정재 여사(80)와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강회장과 부인 박 여사는 지난 7월 서울가정법원이 제시한 조정안을 받아들여 이혼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여사는 지난해 8월 강 회장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해 약 1년간 소송이 이어져 왔다.
법원의 이혼 조정안은 강 회장이 박 씨에게 올해부터 2009년까지 4년에 걸쳐 약 53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오랫동안 별거했다
강 회장 부부가 오래전부터 별거해 온 것은 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별거 사유는 특별하게 알려진 것은 없지만 최근까지는 회사 경영권과 관련해 갈등을 빚어왔다는 것이 주변의 이야기다.
표면적인 이유는 박씨가 이혼소장에서 밝힌 남편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이라는 지적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동아제약의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씨는 이혼 소장에서 ‘남편의 부적절한 처신’을 문제삼았다. 두 사람 간 누적된 불화가 이혼 사유가 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네 명의 아들 중 다른 부인에게서 얻은 자식을 총애한 것이 불화를 부추겼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강회장과 부인 박여사의 슬하에는 4남2녀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호적상에는 5남4녀다. 이 가운데 장남 의석(53)씨와 차남 문석씨만 박 여사의 혈육이고 나머지는 이복자녀다. 또 강 회장과 부인 박씨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는 것은 강 회장의 지난해 차기후계구도와 관련한 발언과도 관계가 깊다는 시각이다. 강회장은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 참석해 차기 후계자와 관련해 경영능력이 부족한 자녀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발언은 박여사의 소생이자 강회장의 차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이사에게 직격탄이 됐다.
지난 2003년 동아제약 사장에 취임한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당시 동아제약 부회장)가 동아쏘시오그룹의 후계자로 굳어지는 과정에서 빚어진 부친 강회장과의 갈등으로 2004년 말 부회장직에서 물러난데 이어 이듬해인 2005년 초엔 동아제약의 등기이사직마저 박탈당했다. 이 때문에 강신호 회장과의 사이에 부자간 불화설을 겪기도 했다.
자식과의 갈등에 대해 강회장도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제주도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사석에서 “능력 없는 자식에게는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쳐왔다.
재계에서는 강 회장이 지목한 ‘능력 없는 자식’은 박 여사의 혈육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동아제약 후계자와 관련해 강회장의 강성발언이 고령의 박여사를 자극해 이혼이라는 강수를 두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도 가시화
강 회장 부부의 이혼이 가시화되면서 일각에서는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도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 여사의 혈육 중 장남 의석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경영에서 한발 비켜서 있지만 문석씨는 경영권 다툼의 최선봉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을 비춰 볼 때 동아제약의 후계구도는 어머니 박정재 여사의 계열로 분류되는 2남 문석씨와 아버지 강신호 회장 계열로 분류되는 4남 정석(42·현 동아제약 전무)씨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후계 경영권을 둘러싼 동아제약의 내부 사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박여사가 받게 될 위자료 53억원의 용도도 관심거리다. 박여사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배경 자체가 친자식인 강 전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아 위자료 53억원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여사가 위자료 53억원을 동아제약 주식취득에 전액 투자할 경우 매입가능물량은 약 7만8,000주(11일 종가 6만8,000원 기준)로, 전체 발행주식의 0.8%에 해당된다. 강 부회장은 이미 지난 7월 개인 지분을 3.73%까지 늘렸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수석무역 지분 1.86%까지 합칠 경우 직접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 5%를 훌쩍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들과의 경영권 분쟁-부부간의 이혼에 이어 또 한 번 제3의 경영권 분쟁의 도화선이 될 강신호 회장의 맞대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