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2000년 혜성처럼 나타난 리딩투자증권(대표 박대혁) 때문.
리딩은 설립 후 브릿지증권, 쌍용화재, 영창악기의 M&A(인수합병)에 적극 참여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8월에는 부국증권 지분 3만7,024주(0.36%)를 장내 매입하는 방식으로 늘려 10.94%에서 11.3%의 지분을 보유, 2대주주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털업체인 한국기술투자(주)의 지분을 매입, 기존 4.9%에서 6%로 늘려 2대 주주가 됐다. 리딩투자증권은 단순투자목적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새 사업의 다각화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의 거침없는 행보를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리딩투자증권은 단순투자라는 명분으로 한국기술투자의 지분을 늘렸다. 리딩투자증권은 지난 8월 부국증권의 지분율을 늘렸을 때에도 ‘단순투자목적이다’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어 매입한 것’이라고 일관해 왔다. 이번에도 한국기술투자(주)의 지분을 늘리면서도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투자다. 업계의 시선은 잘못이다. 그야말로 단순투자다”라며 업계의 확대해석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오는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중소형 증권사들의 생존 여부가 이슈로 떠 오른 상황에서의 사전 정지작업이란 주장과 무언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단순투자 목적?’
리딩투자증권은 지난 8월 30일 벤체캐피털업체인 한국기술투자(주)의 지분 94만주(1.1%)를 매입, 4.9%에서 6%로 늘렸다.
리딩투자증권은 한국기술투자(주)의 2대 주주가 됐다. 지분율만 따지면 경영참여도 가능하다.
현재 한국기술투자는 서갑수 대표가 986만주(11.67%)로 최대주주이며, 부인 강인영씨가 3만640주(0.03%), 아들인 서일우씨 2만145주(0.02%), 서일경씨 3만5,980주(0.04%)를 갖고 있다. 여기에 자사주 841만주(9.86%)를 합치면 21% 정도의 우호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리딩투자증권이 보유지분을 늘려가고 있고, 3대 주주인 해덕기업 (466만주·5.47%)과 손을 잡을 경우 서 대표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리딩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기술투자(주)의 지분은 과거에도 소유하고 있었다. 현재 한국기술투자의 경우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단순투자목적으로 지분율을 늘린 것이다. 단순투자목적인 만큼 추가적인 주식 매입에 대해선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향후 추이를 보며 이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딩투자증권이 단순투자목적으로 한국기술투자의 지분율을 늘렸다는 주장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크다.
특히 과거 부국증권의 지분을 인수할 당시도 ‘단순투자‘를 강조했기 때문.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리딩투자증권이 매번 단순투자라고 말하지만 21%수준의 한국기술투자 최대주주 및 관계인 지분과 자사주 등을 감안할 때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는 것 같지는 않다. 또 캐피털업체에 지분을 늘리는 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 된다”고 말했다.
‘적대적 M&A? 사업 다각화?’
동종 업계에서도 리딩투자증권이 주장하는 ‘단순 투자목적’에 대해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이며, 2008년 자본시장통합에 따라 M&A를 노리는 장기포석이거나 사업의 다각화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영업권을 획득하기 쉽지 않은 중소증권사들이 M&A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고, 자칫하면 리딩투자증권도 M&A에 매몰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중소증권사들은 감독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영업권을 맞추든가, 타 기업에 인수 합병되는 수밖에 없다. 이에 다른 사업으로 진출하려는 꼼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경우 리딩투자증권은 증권업이 아닌 창업투자사인 한국기술투자 사업에 뛰어들 수 있고, 설사 M&A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인 셈이다.
또한 리딩투자증권이 그동안 브릿지증권, 쌍용화재, 영창악기 등 각종 M&A에 적극 참여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한국기술투자의 지분율 늘리기도 단순한 투자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실제로도 리딩투자증권은 돈이 되는 사업이면 무엇이든 참여하는 게 회사 측 방침이며, 박대혁 대표가 향후에도 M&A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해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양사의 지분을 놓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단순투자보단 향후 적대적 M&A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다른 사업을 노리는 꼼수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리딩투자증권 관계자는 “한국기술투자 주식매입은 단순투자목적일 뿐”이라며 “기업이 저평가되고 주가가 싸져서 자금운용차원에서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본시장통합법을 운운하며 단순투자목적을 비화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내비치며 더 이상의 확대해석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술투자의 한 관계자는 “아직 리딩투자증권 측이 문제를 제시한 것도 없었고, 21%가 넘는 우호지분을 갖고 있어 단순투자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대주주인 해덕기업을 이야기하는 것도 억측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는 그동안의 리딩투자증권이 M&A에 있어 공격적인 성향을 띤 만큼 다른 사업의 다각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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