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심상찮다.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 내로라하는 조선업체들이 대우조선해양(사장 남상태) 인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선업계 재편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산규모 5조 4,000억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이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1조 2,649억원, 영업이익은 75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단숨에 재계서열 상승도 가능하다. 이것이 관련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엔 포스코, GS그룹, LS그룹, 두산중공업까지 가세하면서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인수전에 불을 당기고 있다.
대우조선은 각광받는 기업이다. 자산만 5조4,000억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이다. 대우조선을 가져가는 곳은 당장 기업집단 순위에서 상승할 수 있다. 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국내 조선 3강 기업으로, 요즘처럼 조선업이 호황인 시기에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매물이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1조2,649억원, 영업이익은 7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더욱이 2004년에 수주한 LNG선, 탱커선, 컨테이너선 등 고가선박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2007년부터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2007년에만 2,000억원 이상의 흑자가 기대될 정도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M&A는 “누가 얼마를 써 내느냐”는 전형적인 돈 싸움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이 대우조선해양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은 ‘몸집 부풀리기’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선업계 판도 변화 예상
향후 조선업계의 판도는 대우조선해양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바뀐다. 어느 회사가 가져가도 재계서열 상승은 물론 사업다각화를 노릴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가져가면 2006년 4월 현재 자산 규모 17조3,000억원에 대우조선 자산 5조4,000억원을 합쳐 22조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14위인 그룹 순위는 11위로 올라선다. 더욱이 현재 18%가량인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25%대로 높아진다. 이는 조선업계 1위로 등극하게 된다.
포스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포스코는 2006년 4월 기준 현재 자산 30조2,000억원에 대우조선 자산을 합쳐 총 35조6,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9위이던 기업집단 순위는 바로 6위로 뛰어오른다.
인수희망업체는 누구
이런 대우조선에 관심을 기울이는 업체는 포스코와 조선 3사 외에 GS그룹, LS그룹, 두산중공업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포스코는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 중 하나다. 포스코가 대우조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8월 초에 알려졌다. 이 사실이 공론화되자마자 포스코는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바로 부인공시를 냈지만, 업계에서는 “분명 심도 있게 검토했을 것이고, 인수 근거도 충분하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가 대우조선을 가져가면 미래 성장성이 높은 대우조선은 신성장동력을 찾던 포스코에 새로운 성장 판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수 있게 된다. 또 원재료부터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게 됨으로써 얻어지는 부대효과도 상당하다.
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후판은 국내 생산량이 부족해 연간 283만톤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2010년이 되면 사정은 정반대가 된다. 700만톤 설비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현대제철은 이 중 150만톤을 후판 설비로 잡고 있다. 동국제강 역시 당진공장에 150만톤 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후판 신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포스코도 이에 뒤질세라 110만톤 증설을 발표했다. 일시에 410만톤이 늘어나면 후판은 공급 과잉 상태가 된다. 포스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이 부분에서 의미가 생긴다. 후판의 주요 수요자인 대우조선이 포스코와 합쳐지면, 적어도 포스코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판매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대우조선으로서도 나쁜 일은 아니다. 연간 80만~90만톤의 후판을 소비하는 대우조선은 이 중 50%가량을 포스코로부터 조달받는 등 현재도 포스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태다. 포스코와 대우조선이 한 그룹이란 이름으로 묶여지면 대우조선은 후판을 지금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공급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그만큼 원가경쟁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외에 LG그룹은 전선, 산전, 도시가스엔지니어링 등 주력사업들 대부분이 성숙산업이어서 신사업 진출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LS그룹은 대우조선 측에 인수의사를 타진하는 등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인수 바람직
조영준 신영증권 센터장은 “한국 조선 산업이라는 한 가지 측면만 놓고 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대중공업이 시장의 25%를 차지하며 1위 업체가 되면 가격결정권이 그만큼 높아지고, 이는 국내 조선업체들 모두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최근 몇 년간의 유례없는 조선업 호황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도 상당해 대우조선인수를 위한 실탄도 풍부하다.
그러나 대우조선 경영진과 직원들의 반발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업계가 인수할 경우 겹치는 부분의 인원들이 퇴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옴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이것이 최대 난관이다.
조선업의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보다는 대우조선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리라 추측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졌을 때 나타날 엄청난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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