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가속화…정용진 부사장 체제 탄력
경영권 승계 가속화…정용진 부사장 체제 탄력
  • 이범희 
  • 입력 2006-09-12 15:45
  • 승인 2006.09.12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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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1조원대 증여세 내겠다” 발표 내막

신세계그룹(회장 이명희)이 3세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 정유경 웨스턴 조선호텔상무가 그들. ‘큰집’격인 삼성그룹이 이재용 상무의 삼성에버랜드 변칙증여에 대한 법정공방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두 사람은 지난해와 올해 경영 감각을 익히면서 조용히 지분을 넓히는 방식으로 승계구도를 확립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정재은 명예회장이 소유했던 지분 147만4,571주(7.82%) 전량을 이들에게 증여했다. 이에 재계일각에서는 정용진 부사장의 그룹 지배가 이명희 회장에 버금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경영승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정용진 부사장의 행보가 빨라졌다. 정재계도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광주신세계 편법증여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소하자 명예훼손이라며 맞고소로 맞불을 놓았다. 또 신세계측은 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1조원의 상속세를 내놓겠다는 폭탄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에는 정재은 명예회장의 지분을 받아 신세계의 2대 주주로 올랐다. 이처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외아들이다. 이명희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이다.


2대 주주 등극…
신세계는 7일 정재은 명예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 147만4,571주(7.82%)를 모두 정용진 부사장과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에게 증여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정 부사장에게 84만주(4.46%), 정 상무에게 63만4,571주(3.37%)를 각각 증여했다. 이들이 증여받은 주식의 가치는 지난 9일 기준(46만6,000원)으로 7,000억원 상당이다. 이에 정 부사장의 신세계 보유지분은 91만7,100주(4.86%)에서 175만7,100주(9.32%)로 증가했으며 정 상무의 보유지분도 12만5,412주(0.66%)에서 75만9,983주(4.03%)로 증가했다. 수치상으론 정 부사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의 289만주(15.3%)에 이어 2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는 광주신세계백화점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계열사가 신세계를 통해 지배되고 있는 실정이고 정 부사장이 광주신세계 백화점의 최대지분(52.08%)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세계의 지분을 넓혀나가면 그룹을 승계하게 되는 시나리오가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 부사장이 월마트 인수전을 진두지휘했고, 중국사업의 진출을 위해 많은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지분승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구학서 신세계 사장이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증여를 조금 앞당길 계획이다.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세금을 내고 승계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당시 이명희 회장과 정 명예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한꺼번에 증여할 경우 최소 1조원 이상을 세금으로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화제를 모았다.


인수자금 어디서 나오나
9일 현재 신세계의 주가는 46만6,000원이다. 이에 따라 7,000억원대 주식을 물려받는 정 부사장과 정 상무는 3,500억원 가량을 증여세로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행법상 증여금액이 30억원을 초과하면 증여세 최고세율은 50%를 적용받게 된다. 또 대주주가 2세에게 주식을 증여할 경우 지분에 따라 과표가 할증된다. 현재 정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광주신세계,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인터내셔널 등 총 4곳이다.
재계는 바로 이들 계열사들이 신세계 지분을 매집할 정 부사장의 실탄들로 보고 있다.


경영입지 다지기냐? 벌써?
시민단체 사이에선 반대의견도 많다. 비록 증여세 부분에 있어 1조원이 넘는 세금을 내겠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아직 그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사실 정 부사장은 지금까지 그룹 사업에 ‘손’을 댄 부분은 매우 지엽적이다. 아직까지 이명희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구학서 사장의 그늘에 묻혀있는 상태다.
이명희 회장은 경영전반은 전문경영인인 구학서 사장에게 일임하고 아들인 정 부사장에게는 향후 그룹의 비전이나 신 성장동력원을 찾는데 힘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그룹 내 결재라인에서 정 부사장의 결재란을 찾아 볼 수 없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마트 사업은 이경상 대표가, 신세계 백화점은 석 강 대표가,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부문은 구학서 사장이 포진하고 있어 아직 정 부사장이 끼일 자리는 없다.
그룹 내에선 “삼성의 후계자 수업 자체가 지루하고 오랫동안 이뤄지기 때문에 이재용 상무와 마찬가지로 정용진 부사장도 경영권을 완전히 잡기까지 장시간 동안 경영공부에만 열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용진 부사장은 경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다니다 중도에 학업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돌입했다. 현장경험은 신세계가 아닌 일본 후지쓰에서 시작했다.
1997년 신세계백화점으로 들어와 체인사업본부, 경영지원실 상무 등을 돌며 그룹 분위기를 익히다 2000년 32살의 나이에 그룹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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