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명예회장 임창욱)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 확장에 나섰다. M&A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26)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오래전부터 임창욱 회장의 뒤를 이을 경영권 승계 후계자로 장녀인 임세령씨가 아닌 임상민씨로 하여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령씨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상무의 부인이다. 임세령씨가 이미 삼성가의 사람이 되었기에 차녀 임상민씨가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
임상민씨의 첫 경영권 승계의 시험무대는 나드리화장품의 M&A다. 임씨는 미국 유학중이며 패션과 화장품업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에게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질 때쯤이면 대상은 식품 전문 업체에서 화장품 등 패션전문업체로 변신할 것이라는 재계의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상그룹이 화장품 사업 재진출을 노린다.
최근 대상은 나드리화장품과 M&A와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상의 경영권 승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차녀 임상민씨가 M&A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임씨는 현재 미국 유학중이며, 패션과 화장품업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유학중인 임씨와 M&A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대상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선 임씨가 화장품업계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대상은 일본 시세이도사와 합작하여 에센디화장품을 설립하고 사업의 다각화를 노렸으나 참패를 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진출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차기 경영자인 임씨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임세령·상민씨 사업 진출 ‘의혹’
임씨는 대상홀딩스의 지분 29.7%(5월말 기준)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다. 지난 2005년 임창욱 회장이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과 관련해 구속되기 전까지 지분을 최소화해 6%, 박현주(상암커뮤니케이션 부회장)씨는 5%, 임세령(장녀·삼성그룹 이재용 상무 부인)씨는 22.41%를 갖고 있다.
또한 임 회장 일가가 대상홀딩스의 지분 65%가까이를 소유하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대상, 대상팜스코, 대상정보기술,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등의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면서 지배구조를 단일화시키고 있다
현재 그룹 경영은 임 회장의 구속으로 모친인 박현주 부회장이 맡고 있다. 하지만 지분구조상 대주주인 임씨의 회사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실제 대상은 임 회장이 구속되기 전부터 후계구도와 지분 정리를 했다. 아들이 없는 임 회장은 삼성가로 시집간 장녀 임세령씨를 대신해 차녀 임상민씨를 후계자로 하여 지분을 정리했다. 임씨에게 지분을 많이 밀어줘 경영권을 확보케 하여 후일 데릴사위를 통해 경영권을 이양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재계에선 데릴사위를 통해 경영승계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동양그룹의 창업자인 고 이양구 회장은 아들이 없는 관계로 맏사위 현재현 회장에겐 동양그룹을, 둘째사위 담철곤 회장에겐 오리온을 물려준 적이 있다.
재계에선 임상민씨가 대상의 경영 후계자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그룹은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억측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특히 그녀가 나드리화장품의 인수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강한 경계를 보였다.
대상의 한 관계자는 “말도 안 된다. 인수합병이 확정된 상황도 아닌데, 세령·상민 자매의 사업진출은 너무 앞선 추측이다. 세령씨는 아직 사업에 생각이 없고, 상민씨는 유학중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불거진 M&A진위 ‘의혹’
대상의 나드리화장품 인수설은 과거에도 불거졌다. 당시 단순 매각과 관련된 소문만 흘러나와 업계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는 양사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외부로 흘러나와 M&A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아무튼 대상측에선 나드리화장품의 M&A건이 언론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왜냐면 M&A의 속성상 비밀리에 속전속결로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에 정보가 유출되면 향후 M&A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나드리화장품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M&A에 관해 알려진 바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우리가 주체가 아닌데 왜 그걸 우리에게 묻느냐”며 무언가 속내가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다른 기업과의 M&A설이 불거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바이기도 했다.
대상그룹의 한 관계자는 “인수합병은 기획팀에서 총괄하고 있는데, 아직 홍보팀에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검토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그것이 화장품 사업뿐만 아닌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우회적인 자세를 보였다.
과거에도 화장품 사업 진출 노려
대상은 과거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던 전례가 있다. 임 회장이 물러나면서 고두모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나섰을 당시 일본 최대의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Shiseido)와 합작사를 설립하여 국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합작사는 70억원(대상 49%. 시세이도 51%)의 자본금으로 설립되어 시세이도사의 셀프셀렉션 브랜드 제품에 대한 수입, 판매, 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국내 화장품 시장이 중저가 중심의 신 유통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고,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제품 선호현상이 강해짐에 따라 가격이 비싸지 않고 화장품 메이커로서 명성이 있는 시세이도사 제품이 빠른 시간 내에 시장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두 회사가 합작진출에 전격적으로 합의하게 된 요인이었다.
그러나 대상은 사업 확장에 따른 높은 부채와 매출 정체가 어깨를 짓눌렀다. 1998년 1조원을 넘어선 매출은 5년 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부채비율 역시 1998년 1조3,600억원으로 자본금 대비 300%가 넘어서며 회사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주가는 1999년 3월 1만3,000원을 정점으로 하락해 2,000원대를 맴도는 행보를 했다.
대상은 1998년 이천 미란다 호텔을 썬앤문에 양도하며 식품회사에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1999년 인적분할을 통해 대상사료를 분사, 상장했고 2001년 제약 사업을 정리했다. 2003년에는 에센디화장품과 대상유통을 일본회사에 매각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에 대상이 화장품 사업을 통한 사세확장에 나선다는 주장이 나온 셈이다.
M&A 결과에 따라 대상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 식품에서 화장품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특히 경영 후계자인 임상민씨가 야심차게 펼치는 첫 작품인 만큼 경영성과에 따라 후계 승계 일정이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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