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수산, 집안싸움 ‘시끌벅적’
오양수산, 집안싸움 ‘시끌벅적’
  • 이범희 
  • 입력 2006-09-08 12:21
  • 승인 2006.09.08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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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부회장 경영권 ‘좌초위기’

오양수산이 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김성수 회장의 지분 42.73% 중 30%를 금융권에 인도했다. 또한 김명환 부회장(대표이사)이 모친인 최진옥씨를 상대로 채권반환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되며 기업 이미지 훼손은 물론 영업력 저하로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오양수산의 해외사업부분도 차질이 예상된다. 대한항공, 두산 등 대기업에 이어 중견 기업들까지 오너 가족 간의 돈 문제로 얽힌 분쟁이 발생하고 있어 ‘피보다 돈이 진하다’는 반 재벌정서를 증폭시키고 있다.



국내엔 백년기업이 없다. 대부분 시대에 뒤떨어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올해로 68년을 맞은 오양수산이 가족 간의 마찰로 인한 심각한 경영 분쟁에 휘말렸다. 김명환 부회장의 경영권과 관련하여 저지하려는 모친과 누이 등 가족들의 마찰이 표면화되면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기 때문. 임직원들의 동요도 보여 경영위기를 부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임직원들조차 가족 신뢰 안해
오양수산 임직원들은 지난달 27일 ‘경영권 안정과 생존권 보장을 위하여 호소합니다’와 지난 2일 ‘오양수산(주) 경영안정비상대책본부의 활동에 지지와 성원을 보냅니다’라는 호소문을 언론사를 통해 발표했다. 호소문에는 ‘가족 간에 재산분쟁이 가열되면서 재산 분배에 급급한 딸과 사위들이 회사의 재정위기를 구제하기 위해 출연한 지원금을 회수하는 등 회사 경영주체의 와해를 기도하고 있다’,‘김 회장의 보유주식을 신탁함으로써 당사는 물론 해외 출자법인까지 치명적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김 부회장도 특단의 조치로 모친을 상대로 채권반환소송을 청구했다. 김 부회장은 모친인 최진옥씨를 상대로 40억여원 가치의 산업금융채권 56장을 돌려달라며 채권반환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000년과 2001년 자신이 매입한 채권을 모친이 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김 부회장은 소장에서 “이들 채권은 2000년 11월부터 2001년 4월까지 저축 등으로 마련한 돈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매부 등을 통해 이들 채권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이에 불응해 소송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부친의 뜻에 따라 이들 채권을 포함한 저금통장 등 가족의 주요 자산에 관한 증빙서류를 오양수산 감사인 서모씨에게 일괄 보관, 관리케 해 왔다”며 “서 감사가 회사를 떠나야 할 처지가 돼 자신이 맡아 보관하던 가족의 주요 자산증서를 회장 자신이 직접 보관하도록 인도하고자 회장댁을 방문했다가, 회장님이 부재중이어서 어머니에게 채권증서를 맡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들 역시 분쟁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창업주인 김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금융권에 신탁한 것은 김 부회장으로부터 경영현안을 보고받지 못하자 금융권을 통해서라도 경영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라고 반박했다. 또 모자간 소송의 매개물인 채권은 김성수 회장이 가족 명의로 무기명채권을 매입했던 것으로 김 회장이 소유주라고 주장했다.

외부에서도 경영권 싸움 규탄
또한 김 회장이 가진 전체 지분 42.73% 중 30%를 지난 5월 25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 넘긴 것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도 있다. 양 금융사가 15%씩의 지분을 인수해 오양수산의 대주주가 된 것. 임직원들은 “뇌졸중으로 쓰러져 경영일선에서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금융권에 신탁해 해외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김 회장의 진의를 차단한 채 일부가족의 비호아래 임의로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회사의 파국까지도 몰고 올 수 있다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압박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지난 86년 미국과 합자투자 방식으로 설립한 자회사 아스탁스톰 조업권이 상실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체결 당시 미국 측은 어업법 조항을 명시했었다. ‘투자자의 자회사 지분이 25%를 넘을 경우 모 기업 대주주가 기업지배력을 상실하며 자회사의 조업권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골자의 내용이다. 김 회장이 오양수산 지분을 금융권에 넘겨 김 회장의 지분변동이 생김에 따라 아스탁스톰이 정상적인 조업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대주주 일가의 갈등이 증폭됨에 따라 지난해 1,057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때와는 달리 179억원의 영업 손실과 11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의 하락도 당연지사다.

과거에도 대립 양상 보여
이 같은 오양수산 일가의 분쟁은 과거에도 불거졌었다. 지난 2003년 정기주주총회 때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 재선임안을 두고 공방을 벌였던 것. 2000년 11월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경영에서 물러나 병상에 있던 김성수 창업주가 대리인을 시켜 장남인 김 부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저지하며 가족 간의 갈등이 촉발됐었다. 김 회장의 대리인은 주주총회장에서 물리적 충돌로 의결권 행사에 실패했다. 원안은 그대로 통과돼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선임이 됐다. 이에 김 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주주총회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원고 승소판결이 났었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판결만이 남은 상태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부자간의 불협화음이 전체 가족의 불신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한편, 재계는 대한항공, 두산 등 대기업들 사이에서 돈 때문에 불거졌던 경영권 승계문제 및 가족불화가 중견기업에까지 이어지고 있어 지탄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냉장식품업체들이 경쟁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고, 대기업에 인수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립은 큰 화를 좌초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피보다 돈이 진하다’는 반 재벌정서의 붕괴를 촉구하고 나서, 향후 그룹오너 일가들의 개선안이 시급함을 나타냈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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