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홈쇼핑의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며 점입가경이다.우리홈쇼핑의 1대 주주는 경방이다.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이 경영권 장악 목적으로 지분을 매집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태광은 지난 연말까지 우리 홈쇼핑 지분 28%를 소유했다. 이후 우리홈쇼핑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개인·법인 주식을 매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5%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30일 태광이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을 통해 장외 주식 6.69%(53만5,984주)를 사들여 45%이상의 지분을 매집했다고 밝혔다.태광이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집하고 나서자 경방도 경영권 보호에 나섰다. 지난 7월 4일 동원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우리홈쇼핑의 지분1.25%(10만주)를 110억원에, 전방 보유 지분 1.00%(8만주)를 88억원에 취득했다. 현재 우리홈쇼핑 지분구조는 다음과 같다. 경방측은 경방 16.81%(134만4,700주), 시큐리티진돗개 2.45% 등을 포함해 경방측이 약 53%를 가지고 있다. 태광측은 태광산업 16.75%(134만주), 대한화섬 9.04%(72만3,000주), 태광관광개발 6.69%(53만5,984) 등 약 45%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된다.
경방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아닌 회사차원의 가벼운 지분 경쟁이다”면서 “M&A등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또한 태광산업의 한 관계자는 “전혀 분쟁의 소지가 없다. 경방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50%를 넘은 상황이다. 사실상의 지분 인수는 어렵다”면서 “경방과 우호적 관계가 있는 세력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문제도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경방과 태광 측에선 단순한 지분경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 일각의 입장은 다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최대 SO(System Operatorㆍ유선방송사업자)를 가진 태광이 우리 홈쇼핑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수익 구조가 탄탄해진다. 이를 통해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마련될 것이다. 이것이 태광이 우리홈쇼핑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태광, SO 통해 우리홈쇼핑 압박설
현재 우리홈쇼핑 지분 50% 이상을 경방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태광이 SO를 중심으로 우리홈쇼핑을 압박해 올 경우 또 다른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태광은 전체 77개 사업권역 중 14개 권역에서 20개 SO를 소유해 SO시장에서는 선두 업체이다. 태광이 소유한 SO를 통해 우리홈쇼핑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매출 급감이 예상된다.
이럴 경우 경방과 우호관계가 있는 일부 우리홈쇼핑 주주들의 이탈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태광이 SO사업을 통해 압박에 나설 경우 일부 경방의 우호세력 지분들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우리홈쇼핑 경영권 장악을 추진해 온 태광과 이에 맞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려는 경방간의 M&A공방이 새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사실 태광이 SO사업을 통해 우리홈쇼핑을 압박하는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태광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서지역 SO는 지난 3월 우리홈쇼핑 채널을 ‘S급’에서 ‘일반급’으로 하향조정했다. 이 때문에 우리홈쇼핑의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SO는 채널 편성권을 가지고 있다. TV 홈쇼핑 매출은 채널을 몇 번으로 받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SBS,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에 인접한 채널을 받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매출액은 20∼30% 이상 차이가 날 정도다.
지상파 방송채널 사이 채널을 ‘로열 채널·S급’이라고 한다. 따라서 SO와 로열 채널 확보는 홈쇼핑 업체의 매출로 이어진다. 홈쇼핑업체가 SO를 가지고 있으면 방송, 초고속 인터넷, 케이블TV 등 3개 판매채널을 결합해 다양한 수익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홈쇼핑업체들을 M&A하려는 것이다.경방 관계자는 “우리홈쇼핑은 경방이 추진하고 있는 유통사업의 시너지 효과나 그룹 수익창출원이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우호세력과의 유대 강화 등으로 경영권 방어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태광의 한 관계자는 “우리홈쇼핑이 내년에 상장될 가능성도 염두에 둔 투자 차원”이라면서도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이 SO 인수에 적극적이다. 홈쇼핑 사업에 관심이 많다. 홈쇼핑 사업 진출을 통해 뉴미디어 산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누가 인수할 것인가’
경방과 태광의 경영권 분쟁이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두 기업이 우리홈쇼핑 경영권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두 기업은 섬유사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섬유사업이 중국의 저가 시장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우리홈쇼핑 같은 신 성장 유통 사업을 통해 기업의 성장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홈쇼핑은 지난해 2,463억원의 매출과 48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알짜 기업이다. 또한 내년부터 케이블TV가 디지털로 전환된다.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가 실시되면 쌍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다. 데이터방송이 활성화되면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것이 홈쇼핑이다.
경방과 태광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창업주 시대부터 경쟁적 발전을 해 온 두 기업은 2세 경영인으로 넘어오면서 섬유가 아닌 방송과 홈쇼핑의 결합이라는 뉴미디어 상품인 쇼핑몰의 경영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두 기업 간의 경영권 분쟁이 어떤 결과로 결말을 낼지는 누구도 섣부른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실패한 기업엔 상처가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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