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색출하라!’ 특명
‘내부고발자 색출하라!’ 특명
  • 이범희 
  • 입력 2006-07-20 09:00
  • 승인 2006.07.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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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자금 사태는 내부고발자의 비리 제보가 단초가 되어 정몽구 회장 구속·정의선 사장 불구속이란 사상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 이에 기업마다 내부 직원 단속을 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경영진에 불만을 품은 내부고발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동부그룹(김준기 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대거 영입된 삼성 출신 임원들과 기존 동부직원들 간의 불화로 몸살을 앓고 있고 그룹 내 파벌대립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임금도 삼성 영입맨과 동부맨의 차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만을 품은 내부고발자가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내부고발자가 김준기 회장을 겨냥한다”는 등의 소문마저 흉흉하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삼성맨 영입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삼성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현재 160여명의 임원 중 90명이 삼성출신이고, 10개 주력 계열사 중 절반 이상의 CEO가 삼성 영입 인사들이다. 또 최근 부장, 차장, 과장급까지 삼성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동부인지, 삼성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이다. 임금도 동일 직급 기준으로 동부 출신이 삼성 영입맨 출신 대비 60%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까지 감안하면 차이가 더 커진다.동부그룹에 정통한 한 인사는 “동부 출신들이 대부분 쫓겨나고 그 자리를 삼성 출신들이 메우고 있다. 삼성 출신들을 대우하다 보니 직급을 올려 스카웃을 했다. 직급상의 급여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는 양상이지만 인센티브에서 몇 천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동부 출신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불합리한 인사 제도와 임금 차별은 물론, 삼성 출신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어 동부 출신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만이 팽배하다는 전언이다. 불만을 품은 인사가 회사 내 기밀을 검찰에 제보할 가능성마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내부제보자의 제보가 단초가 된 현대차 사태가 동부에서도 예견된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제2의 내부고발 양상’

최근 동부 김회장이 내부제보자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떠돌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를 이유가 없는데 다시 불거져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 삼성 영입인사들과도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동부에선 삼성출신과 동부출신간의 불화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에 난감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선 동부 내의 갈등설이 퍼지고 있다. 올해 초 삼성 출신과 동부 출신들 간에 화장실내 격투설이 외부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소한 문제가 싸움으로 번졌다는 게 당시 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갈등설은 불만이 쌓인자들의 내부 제보설로 번지고 있다. 내부제보자가 오너와 기업 경영의 중대 사안을 검찰에 제보한다는 내용이다.

경영권 승계위해 삼성시스템 도입

동부가 삼성출신을 영입한 이유는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된 것. 김 회장은 외아들 남호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삼성식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스템 경영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 경영을 경험한 삼성출신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글로벌 경영을 통해 검증된 삼성출신이 동부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업 분야가 삼성과 유사하다. 삼성 측의 인재풀이 넓어서 생긴 일이다.

시스템 경영을 경험해 본 우수 인재중 삼성 출신이 많다 보니 영입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자율경영이 성공하려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경영인 발굴이 필수적이다. 이에 글로벌 그룹 삼성에서 검증된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60%가 삼성맨

동부그룹의 삼성출신 CEO는 삼성그룹 비서실 인사팀장, CJ홈쇼핑 대표를 거친 조영철 (주)동부 사장을 비롯해 임동일 동부건설 부회장(삼성항공 사장 출신), 오영환 동부아남반도체 사장(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연구소장 출신), 이명환 동부정보기술 부회장(삼성전자 종합기획조정실장, 삼성SDS 사장 출신),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삼성화재 부사장 출신), 김창경 동부엔지니어링 사장(삼성건설 영업담당 전무 출신), 조재홍 동부생명 사장(삼성생명 전무이사), 김병태 동부화재 부사장(삼성화재 상무보 출신), 박세훈 동부화재 해상보험 부사장(삼성생명 교육담당 상무 출신), 전대진 동부 부사장(삼성항공 상무이사 출신)등이다.

김홍기 전 동부정보기술 사장도 삼성출신이었다. 이들은 동부그룹 주력 10개 계열사의 부회장 및 사장으로 포진하고 있다. 상무·부사장급에서도 삼성에 몸을 담았던 인사들이 대거 투입됐다. 요즘 동부그룹은 한마디로 삼성그룹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삼성 출신들이 대거 영입되고 있는 셈. 한 지붕 밑에 두 그룹이 함께 생활하고 문화가 다른 두 기업 출신들이 뭉쳤기 때문에 불협화음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에 언젠가 폭발할 것이라는게 재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시스템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이다. 김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스템 경영이 동부에서 정착되기 위해선 동부 문화가 접목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동부에 충성했던 직원들을 내치고 그 자리에 삼성출신들을 앉혀 시스템 경영을 한다면 누가 동부에 충성하겠는가. 동부 직원들로선 회사에 대해 배신감마저 느낄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제보자가 김준기 회장과 회사 비리를 폭로할 것이라는 소문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동부는 두 그룹 출신들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내부제보자 고발 등 심각한 경영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감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이범희 기자>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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