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MHz주파수 함께 쓰자’
‘800MHz주파수 함께 쓰자’
  • 이범희 
  • 입력 2006-07-12 09:00
  • 승인 2006.07.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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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회장 구본무)이 공격적 경영을 통해 사세를 키워나가고 있다. LG를 지주회사로 하여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다각화해 나가고 있다. 최근 LG그룹의 자회사인 LGT마저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용 사장은 지난 7월 4일 “SKT가 독점하는 800MHz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폭탄 발표를 했다. 상당히 도전적인 발언이다. 때문에 SKT측에선 그 배후에 대해 촉각을 모으고 있다.




LG그룹은 참여정부의 최대 수혜를 받으며 성장했다. 파주LCD공장건립 문제 해결은 물론 파워콤, 하나로통신, 데이콤 등을 M&A하며 그룹의 성장 동력을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로 넓혔다. LG가 탄탄대로를 걷는 배경에 현정권의 암묵적 지원이 있다는게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LGT “주파수 독점은 우리나라뿐”

이동통신사업의 후발주자로서 PCS사업자로 출발했던 LGT가 선두 업체인 SKT에 딴지를 걸었다. LGT는 “주파수 효율이 가장 높은 800MHz대 주파수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뿐”이라면서 주파수 임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에 대한 SKT의 입장은 단호하다. 노(No)이다. SKT 김신배 사장이 수차례 ‘노’라는 소신을 밝힌바 있다.LGT가 주파수 공유를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의혹을 제기한다. 이동통신 후발주자로 PCS사업을 하면서 주파수에 대해선 이미 합의를 거쳤고, 이에 따라 사업을 전개해 왔다.

PCS사업이 시작된 지 수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주파수 문제를 들고 나온 점은 다른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LGT는 “SKT가 거부하면 정부에 정식으로 건의를 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을 토대로 재계 일각에선 사전에 정부 측과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에선 정부 측과 교감설을 확대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가 LG전자에서 근무한 점을 들어 청와대 고위층에서 LGT를 밀어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현재 노건호씨는 LG전자를 휴직하고 유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기업마다 경영압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와중에도 LG그룹은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등 승승장구했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 2005년 5월, 10대 그룹 중에는 처음으로 LG그룹회장이 청와대 관저로 초청됐다. 또한 노 대통령은 파주LG LCD공장 준공식에 참석하여 LG와의 친분 관계를 나타내기도 했다. LGT의 한 관계자는 “전혀 말도 안 된다. 노건호씨는 LG전자에 입사해 근무했기 때문에 LGT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확대 해석은 곤란하다”고 일축했다. LG측에선 경영과 관련하여 노건호씨와 연결시키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SKT ‘기득권 고수’주장

SKT는 비동기식 방식을 선택했다. LGT는 동기식 방식을 선택했다. IMT-2000을 사용할 목적으로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2006년 말까지 상용화를 약속하며 업무를 추진했다. 그러나 퀄컴,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들이 동기식 칩과 장비생산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LGT는 동기식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남 사장은 “동기식 IMT-2000사업용으로 할당받아 1조1,500억원에 사들인 주파수를 반납하더라도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발언에 대해 3세대 동기식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는 비난의 화살을 희석시키려는 속셈이라는 평도 있다. LGT가 지난 6월까지 동기식 주파수의 상용화를 조건으로 이 주파수를 할당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기한을 지키지 못해 정통부로부터 과징금과 부과, 영업정지 등 제재를 받아야할 처지에 놓여 있자 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LGT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가 사업자끼리의 해결을 권유했다. 이번 분쟁에 대해 공식 요청 시 법률 검토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T관계자는 “후발사업자에게 800MHz 주파수를 사용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기지국을 세워야 하는데 이는 원가 절감요인이 아닌 원가 상승요인이다”라고 반박했다. 800MHz주파수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T 역시 동기식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SKT를 계속 공격해서 소정의 지분을 얻겠다는 심사이다. 그 과정에서 정통부의 잘못된 정책을 꼬집어 SKT로부터 800MHz대의 주파수를 임대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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