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있고 부르기 쉬운 상호와 간판 ‘일단 50% 먹고 간다’
정감있고 부르기 쉬운 상호와 간판 ‘일단 50% 먹고 간다’
  •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장 
  • 입력 2006-07-05 09:00
  • 승인 2006.07.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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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아마 제목은 얼른 기억이 안 날지도 모른다. 또 그런들 어떠랴. 아무하고나 모여서 쑥덕거려도 괜찮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시기로 시작해서 거시기로 끝내도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영화가 바로 ‘왕의 남자’로 최근 더 유명해진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2003년)’이다.

이 영화의 내러티브(narrative)는 ‘거시기’다. 그렇게 압축된다. 한마디로 관객(소비자)과 바짝 밀착되는 ‘감성적 연결고리’로 십분 발휘됐다. 그러니까 ‘거시기’는 일종의 상호 차원을 뛰어넘어서 브랜드인 셈이고 더 나아가서는 브랜드의 미래인 ‘러브마크(love mark)’가 되는 셈이다. 이걸 영화로만 떠넘겨서는 곤란한 일이다. 장사도 꼭 배울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 컴퍼니 사치&사치의 CEO인 케빈 로버츠에 따르면 러브마크란 ‘상품을 지칭하는 브랜드 또는 트레이드마크는 이제 소비자의 마음에 사랑의 느낌을 각인시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가게가 작든, 혼자서 창업했든, 비록 구멍가게 사장일지언정 어쨌거나 창업하는 순간에 이미 기업과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CEO)나 하등 다를 바가 전혀 없다.

따라서 케빈 로버츠가 그랬듯이 CBO(Chief Brand Officer, 브랜드책임자)마저 중요시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간판의 상호가 소비자의 마음에 ‘사랑스런 느낌으로 다가서고 각인될지’를 고민하고, 금세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을지 다양한 각도에서 신중하게 저울질해봐야 할 것이다.

간판 제목부터 거시기하게

‘거시기’ 덕분일까. 영화 ‘황산벌’은 성공했다. 그러한 맥락에서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과 공길이 한양으로 가는 아름다운 산길(?)에서 주고받는 “나 여기에 있고, 너 거기에 있는”도 훌륭한 브랜드 네이밍 혹은 러브마크로 모자라지 않는다. 실제로 영화에서 따온 상호가 버젓하게 간판에 박음질된 가게도 상당수 되리라. 여기서 제안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말하자면 ‘거시기 마케팅’이다. 명함에 ‘대표 OOO’으로 큼직하게 넣고는 싶겠지만 그러면 소비자와 주변에서 비웃는다. 차라리 겸손하게 ‘주인’이라고 인쇄하거나 아예 ‘거시기 OOO’으로 명함에 넣으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강의 때마다, 또 기회가 닿으면 종종 이런 얘기를 한다. “간판의 제목부터 바꾸라”고. 최소한 ‘거시기’처럼 정감이 묻어나고, 부르기 편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붙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칭찬하는 프랜차이즈가 몇몇 있다. 밝히자면 ‘취하는건바다’, ‘떡삼시대’, ‘벌집(삼겹살)’ 등이다. 이쯤 되어야 소비자로부터 ‘감성적인 연결고리’가 ‘고객사랑’으로 탄탄해질 수 있다.‘거시기’가 크게 사랑받기 시작한 2003년 이후로 창업시장에서의 간판 이름도 어쩐지 더 사랑스런 느낌이 강조되는 추세인 것 같다, 어쩐지 좀체 지워지지 않는 상호가 거리에 제법 많아지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하다. 이제부터는 ‘이름값’하는 장사에도 신경 쓸 일이다.

돈을 부르는 왕성한 호기심

어떤 장사든지 크게 성공하는 창업자에겐 빼놓을 수 없는 세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른바 ‘호치민’식 장사다. 베트남의 혁명가이자 정치가로 통일 베트남의 초대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을 말함은 절대 아니다. 여기서 ‘호치민’이란 호기심, 치밀함, 민첩함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가 ‘장사에 있어서 성공하는 비결’이랄까. 필자가 강조하고픈 참뜻이다. 호기심은 보지 못했던 것, 시장을 보게 한다. 새로운 장사에 뛰어들어 쏠쏠한 재미를 본 창업자들은 한결같이 호기심이 왕성한 소유자다.

이를 두고서 물리학자 아서 밀러는 ‘천재성의 비밀’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들은 ‘돈이 되는 아이템’을 직관적으로 찾아낸다. 시장을 바라볼 적에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지켜본다는 게 공통된 특징이다. 다른 각도(블루오션)가 가능했던 이유는 순전히 호기심 덕택이다.영화 ‘황산벌’에서 승자는 결국 백제가 아닌 신라였다. 삼국통일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거둔 이면에는 복수심으로만 볼 수 없는 당나라와 기꺼이 이웃하려는 ‘호기심’의 발동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영화에도 그렇듯 신라왕 ‘김춘추’는 그런 역사적 인물이었을 것이다.

창업시장에서 호기심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실전 사례의 인물로는 ‘주택가’로 입지 각도(Place)를 바꾼 맥주집 신화의 돌풍을 일으킨 ‘쪼끼쪼끼’의 김서기 사장이 있다. 또 ‘세계는 평평하다’에 처음으로 착안한 세계맥주 전문점 ‘와바’의 이효복 사장, 1층만 고집할 때 ‘2층’으로 각도를 바꾼 ‘파스타리오’의 김동현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하나라도 소홀하면 치명적

치밀함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완벽주의 충동증 환자’다. 복잡하고 곤란한 일도 ‘단순하게’ 해결하면서 하나라도 소홀하게 하지 않는다. 허점을 보이면 사소하더라도 순식간에 치명적인 게 비즈니스의 생리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게 비즈니스에만 해당할까. 전쟁에서도 그랬다. 위대한 장군(오늘날 기업에서는 ‘사장’이며 장사에 있어서는 ‘창업자’가 여기에 속한다)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그것을 영화 ‘황산벌’도 강조하고 있다. 계백(박중훈)장군이 불과 5천의 군대로 5만의 신라군의 장군 김유신(정진영)과 맞서 5전 4승을 거둔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나. 연암 박지원의 소설 호질(虎叱)에서도 말했듯 “장군이 되기 위해서는 제 계집(영화에서는 여배우 김선아가 계백의 부인으로 나온다)조차 죽이는” 치밀함이 아니었던가.

영화가 역사적 사실에 충실했는지 아니면 허구를 마냥 부풀렸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위대한 장군들은 ‘치밀했다는 것’이다. 계백 못지않게 치밀하기는 김유신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속에서 압권인 장면은 ‘화랑의 죽음’ 뿐만 아니라 날씨 마케팅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노인부대’의 활용도 치밀함일 것이다. 이 점을 강조한 경제경영서인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책도 나왔다. 요즘 이 책은 베스트셀러로 잘 팔리고 있다. 어느새 ‘치밀함’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독자들도 알았기 때문이다.

경쟁자보다 모든 게 빨라야

민첩함은 ‘속도’를 말한다. 칭기즈칸, 알렉산더 대왕, 잭 웰치 등의 공통점이 바로 민첩함이다. 전쟁에서 ‘소’보다 ‘말’이 더 필요했던 이유는 ‘속도’가 대세를 결정짓고 승패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알고 있는 타이밍은 기회로는 늦다. 블루오션(새로운 시장 창출)은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가 관건이다. 주저하며 망설이면 피 튀기는(레드오션) 경쟁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장사로 성공한 사람들은 경쟁자보다 모든 게 빠르다.

국내 창업시장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잉크가이’의 최윤희 사장을 들 수 있다. 6개월만에 600개의 가맹점 출점이 가능했던 이유는 사고하는 경영이 아닌 행동하는 경영의 민첩함 때문이었다. 실제 혁명가인 호치민은 ‘3꿍’을 강조한 바 있다. 3꿍이란 ‘함께 산다(꿍아)’, ‘함께 먹는다(꿍안)’, ‘함께 일한다(꿍땀)’이다. 여기에선 ‘함께’가 중요하다. 함께는 ‘플러스 곱하기’로 결과를 배로 만든다.

하지만 함께가 없다면 ‘마이너스 나누기’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장사로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호기심뿐만 아니라 치밀함, 민첩함도 함께 갖춰야 한다. 삼국이 저마다 갈등하지 않고 역량을 함께 했다면 과거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흘렀을까. 적어도 ‘황산벌’에 머물지 않고 ‘요동벌판’은 차지하지 않았을까. 어차피 허구라면 그런 영화를 만들어도 무방하고 의미 있으리라.


# 영화에서 장사 몇수 배우기마지막 ‘거시기’는 남겨둘 것…올인은 금물

첫째, ‘거시기’와 같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상호를 적극 개발하라. 간판 이름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친근하고 사랑스런 지워지지 않는 간판 만들기에 힘쓰자.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이름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소비자는 겸손한 장사꾼, 거시기한 장사꾼을 더 많이 사랑한다. 명함에다 함부로 ‘사장’입네 강조하지 말지어다.

둘째, ‘호치민’식의 장사가 경영마인드에서 필요하다.호기심이 좋은 아이템을 찾게 만든다. 장사에 치밀함은 사업장에만 적용하라. 가정까지 치밀하긴 어렵다. 지나친 욕심이다. 계백은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아내와 자식을 벤 것이지 사랑이 결코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김유신이 연전연패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민첩함’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기회다 싶으면 잽싸게 민첩하게 총공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마지막 ‘거시기’는 남겨두라. 계백은 모두 다 올인 하지 않았다. 농사꾼 ‘거시기’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거시기 엄마(전원주)와 거시기(이문식)는 참 행복해 보인다. 계백의 마지막 거시기(재기할 수 있는 발판)다. 먹을 게 있어야 전쟁도 한다. 장사의 시작도 그렇다. 최소한 다시 전쟁(창업)할 수 있는 거시기(자본금)는 따로 남겨두는 게 참지혜다.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장  www.minisa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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