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를 모으는 것은 구멍가게의 반란. 대형 할인마트와 24시간 편의점의 부상으로 고사(枯死) 위기를 맞고 있는 동네 슈퍼들은 연계 마케팅과 고객 밀착 서비스를 통해 살 길을 찾고 있다.
동네 슈퍼, 과일가게의 마트화
‘햇빛촌(www.kvc.or.kr)’은 동네 슈퍼들의 연합 브랜드다. 이들은 매장 인테리어를 마트처럼 밝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한편, 햇빛촌이라는 PB(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인지도를 높였다. 또 공동 주문 방식을 적용해 종전 대비 30~40%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외 야채 고기 두부 등 각종 신선식품을 소량으로 포장 판매하거나, 고객 대신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동네 슈퍼만이 가능한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들도 날로 늘고 있다.예전에는 동네 어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과일가게도 경쟁에서 밀리면서 하나 둘 사라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사과 반쪽도 배달이 가능하다는 과일가게도 나왔다.
‘푸릇푸릇(www.fruit-fruit.co.kr)’은 질 좋고 신선한 과일을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차별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화 한 통이면 원하는 과일을 집에서 편안하게 받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기존 과일가게와 달리 백화점 과일코너 같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으며 ‘키즈팩’, ‘안티 스트레스팩’ 등 어린이나 직장인을 위한 패키지 상품도 구비하고 있다. 과일을 미리 먹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시식코너도 마련해 놓았다.
문방구의 편의점 따라잡기대형 문구 할인점에 밀려 사양길을 걷던 동네 문방구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서울 수유동의 류은화(43)씨는 1년 전 15년 간 운영해 오던 문방구를 팬시문구 전문점인 ‘색연필(www.coloredpencil.co.kr)’로 업그레이드 했다. 처음 문방구를 차렸을 때는 주변에 경쟁점이 없어 장사가 잘 됐지만, 주 고객인 아이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문방구에서 취급하는 조잡한 문구류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 것. 때문에 학교 준비물 등 제한적인 제품 외에는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매출이 나날이 떨어져 갔다.
그래서 류씨는 우선 매장을 편의점 형태의 오픈된 공간으로 구성, 아이들이 자유롭게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쇼핑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충분한 비교가 가능하도록 상품 구색도 늘렸다. 무엇보다 아이들 취향에 맞춰 지갑, 가방, 핸드폰 줄, 머리핀 등의 캐릭터 팬시 상품 및 액세서리를 추가로 들여놓은 것이 매출 향상에 큰 구실을 했다. 또 구매액의 10%를 적립해주는 적립 카드 제도를 도입, 단골고객도 늘려갔다. 요즘은 한 달에 1,5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업그레이드하기 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감자탕은 퓨전 스타일로
감자탕은 전통적인 외식 창업 아이템. 서민들이 오래 전부터 즐겨왔던 음식이지만, 한 가지 맛밖에 없어 자주 먹다보면 질리기 쉽다. 아이들과 여성들보다 30~40대의 중장년층 남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음식이어서 고객 폭이 좁다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다. 매운 맛이 강해 아이들이 먹기 힘들고, 돼지등뼈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여성들도 많기 때문이다.
서울 장안동에서 ‘추풍령 감자탕(www.gamjatang.co.kr)’을 운영 중인 홍경순(45)씨는 기존의 토종 감자탕 외에 카레 감자탕, 김치 감자탕 등 퓨전 스타일의 새로운 메뉴를 개발, 신세대까지 단골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홍씨가 현재의 감자탕집 문을 연 것은 2004년 9월. 점포 주변에 5,000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있어 가족 단위 외식 수요가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홍씨의 점포에는 가족들보다는 중장년층 남성 고객들이 주류를 이뤘다.
아이들과 여성들이 외식 메뉴로 감자탕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이다. 그래서 홍씨는 이들의 취향을 감안, 지난해 5월부터 카레와 김치를 넣은 감자탕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카레 감자탕은 매운 고춧가루 양념 양을 줄이고 카레의 부드러운 맛을 강조한 것이 특징. 카레에 들어간 향신료 특유의 향 때문에 돼지등뼈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인기 요인이다. 김치 감자탕은 말 그대로 감자탕에 묵은지를 넣어 함께 끓인 것이다. 역시 돼지등뼈 냄새는 줄여주고 감칠맛은 더한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카센터도 브랜드 시대
오래 된 카센터는 현대식 설비를 갖춘 자동차 내외장관리 전문점으로 변신 중이다. 신시종(48)씨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근방에서 15년 간 운영하던 카센터를 지난해 6월 자동차 내외장관리 전문점 ‘맥과이어(www.carup.net)’로 바꿨다. 기존의 낙후한 수리 공장 형태에서 벗어나 신세대 취향의 모던한 인테리어를 채택하고, 작업장도 외부에서 훤하게 볼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설계했다. 더불어 자동차 표면을 깎지 않고 덮어서 광택을 내는 ‘투명 광택’ 서비스, 자동차 실내를 광촉매액으로 코팅해 공기 정화, 냄새 제거, 오염 방지 등을 해 주는 ‘광촉매 코팅’ 서비스 등을 추가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신씨는 “입지 특성상 고급차, 수입차를 보유한 고객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브랜드를 내세운 서비스 고급화 전략이 필요했다”며, “동네 카센터같은 이미지로는 고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설비와 기술을 강화하고 전문업소 성격을 강조하면서, 서비스 가격을 두 배 가까이 높여 받을 수 있었다. 매출 역시 두 배를 넘는 상향 곡선을 그린 것은 당연지사다.
떡과 세련된 인테리어의 만남
젤라토(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 전문점 ‘띠아모(www.ti-amo.co.kr)’는 카페형 매장으로 변신해 인기를 끄는 사례다. 아이스크림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 포켓형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함께 판매해 메뉴를 보강하고, 등받이가 있는 편안한 좌석을 들여놓는가 하면 인테리어도 브라운톤을 중심으로 해 밝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본사 김성동 사장은 “아이스크림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어 겨울철 비수기를 극복하기 쉬울 뿐 아니라, 주요 타깃인 젊은 여성들은 물론 아이들부터 주부들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동네 방앗간 역시 현대적인 감각의 세련된 인테리어와 영업 방식을 갖춘 퓨전 떡집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떡집들은 재래식 방법 대신 최신 설비로 다양한 떡을 만들어 판다. 특히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되면서 창업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본사 공장에서 제조한 떡을 매일 배송해주기 때문에 매장에서는 용량별로 깔끔하게 포장된 떡을 쇼케이스에 넣어 판매만 하면 된다. 식혜 녹차 등 각종 전통차와 음료를 떡과 함께 판매, 카페처럼 운영할 수도 있다.
# Tip 성공전략 및 주의점유행 아이템 무조건 따라하기 금물
수많은 점포들이 쏟아지면서 보다 나은 품질 및 서비스, 시설을 갖춘 점포에 고객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낡은 시설과 저급한 제품, 그리고 낮은 수준의 서비스로는 고객을 유인하기 어렵고, 변화한 고객 성향에 맞는 업그레이드 점포만이 관심을 끌 수 있다. 단, 업그레이드를 위해 너무 많은 추가 비용을 들이거나 치밀한 사전 검증 없이 무조건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업그레이드의 기본은 업종의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은 보완하는 것이다. 업종 고유의 특징을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유행 아이템 코드만을 첨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또 일시적이거나 단편적이어서는 안 되고, 품질 및 서비스, 시설, 브랜드 등 모든 분야에서 환골탈태를 꾀해야 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소장 www.changu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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