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당선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민주노동당 당선자 10명을 포함, 시국사범 또는 노동운동가 출신이 60여명에 이른다.이는 17대 전체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20%의 비율을 차지한다. 17대 국회이전까지 자리했던 ‘보수와 진보’ 구도는 진보 우위로 역전됐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에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하면서 바야흐로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강력한 개혁드라이브가 예고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17대 국회 개원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 3당 대표회담을 제의해 놓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및 이라크 파병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17대 국회 개원이후 조심스레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민노당은 44년만에 진보세력의 원내진출이라는 숙원을 풂으로써 앞으로 이라크 파병 등 외교분야뿐 아니라 분배중심의 경제정책 추진 등 주요현안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관계
17대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지금 총선 후유증에 직면, 헤어나기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의 열린우리당으로의 흡수통합 전망을 내놓고 있다.민주당은 9인의 당선자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동시에 선대위를 해산키로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일단 당 세력 보존론이 우세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 등이 민주당 당선자의 열린우리당 입당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당장 어떤 움직임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민주당 당내 갈등의 두 축이었던 조순형 전대표와 추미애 위원장이 2선으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고 당선자만으로 비대위를 구성키로 함으로써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내부 수습은 9인의 당선자 손에 맡겨지게 됐으며 한화갑 전대표에게 당 수습을 위한 역할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게 될 전망이다.
노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
열린우리당의 4·15총선 압승으로 노무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적 연금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노 대통령측은 우리당 압승에 힘입어 재신임 문제는 사실상 정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17대 총선결과는 탄핵과 관련한 헌재의 결정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당대표회담이 성사되면, 탄핵철회 문제를 놓고 정치적 대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당대표회담이 성공적일 경우, 노대통령과의 3자회담도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우리당이나 청와대는 탄핵철회문제를, 한나라당은 탄핵문제는 헌재에 맡기고 정치권은 경제회생 문제에 집중하자고 맞서고 있어 양당대표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되나 일단 회동성사 자체가 탄핵국면을 타개할 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노당 원내 진출 의미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10석)은 한국헌정사에 있어 ‘혁명적인 사건’이다. 진보정치세력은 남북분단과 박정희-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며 철저히 제도권에서 배제됐었다.1956년 창당된 진보당, 60년 4·19혁명을 계기로 탄생해 7명의 국회의원까지 배출한 사회대중당과 한국사회당, 87년 6·10민주항쟁을 계기로 진보정당 창당운동이 재점화됐으나 88년 ‘민중의 당’과 ‘한겨레 민주당’, 90년 민중당, 92년 한국노동당, 97년 국민승리21, 98년 청년진보당으로 이어진 진보세력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정치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했다.
민노당의 원내진출은 한국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노동자와 농민 등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민노당은 17대 국회를 기득권, 특권세력의 국회에서 노동자, 농민, 영세상인, 서민의 국회로 바꾸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민노당이 원내 제3정당으로 기반을 공고히 함으로써 5·16이후 중도 또는 보수 일변도였던 한국정치정당사에 진보세력으로서 다른정당과 차별화된 정책개발 경쟁을 가속화 시킬 전망이다.
목촌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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