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자회사인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세메스와 삼성전자 LCD품납품과 관련 부당한 하도급 관행이 물의를 빚고 있다.
원가상승 부담 떠넘기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4년 11월 세메스가 36개 중소부품업체들을 상대로 정상적인 협의 없이 부당한 방법으로 납품단가를 평균 14.7%나 깎아 원가상승 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긴 사실을 적발했다. 일부 부품업체는 납품단가가 65.2%나 깎인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세메스는 공정위 조사 당시 모회사인 삼성전자와 짜고 납품단가 인하 사실을 숨기고자 장부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삼성 직원들의 조사방해 행위가 공정위에 적발돼 직원 3명이 지난해 말과 지난 2월에 과태료 부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납품단가 인하사실을 숨기기 위해 장부를 조작하고, 직원들이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하는 등 물의를 빚은 이 사건은 1년 4개월이나 끌다가 올해 2월 공정위의‘심의절차 종료’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야무야 끝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납품단가의 부당한 인하가 성립하려면 단가인하 사실(필요 조건)뿐만 아니라 부당성(충분조건)이 입증돼야 법위반이다. 따라서 납품단가 인하사실만 나타나고, 부당성을 뒷받침할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곤란하여 법위반 여부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심의를 종료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세메스에 대한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에 대해 법위반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할 수 없어 종료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의 한 간부는 “자료를 조작한 것은 제재하고도, 정작 부당 납품단가 인하를 처벌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봐주기”라고 지적했다.
삼성에 몸낮추는 공정위
공정위는 또 지난 2005년 4월 불공정하도급신고센터를 통해 접수한 삼성전자의 LCD부품 부당 납품단가 인하 혐의를 조사한 뒤,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건처리를 지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공정위는 “삼성전자의 LCD부품 납품단가 인하 협의 건은 현재 법위반 여부를 검토중”이라며 “사건이 지연되는 것은 복잡하고 검토할 사항이 많아사실관계 확인과 법률검토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삼성이 아닌 다른 기업들에 대해선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타 기업들은 공정위가 삼성 편을 들어 삼성관련 사건들은 시간을 끌어 유야무야 식으로 끝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공정위는 “향후 추가적인 법위반 사실이 입증되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6월부터 자동차, 전자, 기계, 조선업종에서 중소기업 납품비중이 높은 50여개 품목의 납품단가 실태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불합리하게 깎고도 개선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정책자금 지원이나 공공공사 입찰등 정부차원의 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조사팀은 중기청, 중소기업협동중앙회가 공동으로 꾸릴 예정이다. 대기업과 중기업을 동시에 조사하여 자료상 진위를 가린 뒤, 허위자료 제출 때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중기청 관계자는 “처벌수단이 강력하지 않지만 대기업으로서는 여론의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삼성전자-천지인 소송 패소휴대폰문자 입력 특허 도용하다 ‘혼쭐’
국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준 사례가 거의 전무하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거래하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하니 기술을 그냥 내놓으라고 윽박질러 빼앗기 일쑤라고 한다.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행이다. 일반인이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휴대폰의 기능 중 ‘천지인’(한글문자)입력 방식을 놓고 특허소송을 벌여 승소해 화제이다.
그 화제의 주인공은 조관현씨이다.조씨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휴대폰의 휴대전화 문자 입력방식 특허를 놓고 벌인 일명‘천지인’소송에서 승소했다. 특허법원은 휴대전화 한글입력장치 특허권자인 조씨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 취소청구소송에서 “삼성전자와 조씨의 특허는 다르다”면서 조씨의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조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조씨는 자신의 특허를 삼성전자가 사용해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지만, 1심 법원은 삼성전자가 먼저 출원한 특허와 조씨의 특허가 같다며 특허를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기업과의 특허거래에서 조씨가 승소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로열티 분쟁은 더욱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조경호 news2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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