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는 할인점 업계의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이마트, 롯데마트, 삼성테스코 등을 꺾고 한국까르푸를 인수했다.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비용은 총 1조7,500억원. 여기에 리모델링 비용 3,000억원을 더 들여야 한다.
총 2조500억 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현재 프랑스계 할인점 한국 까르푸의 자산은 장부가(서류상의 재산가치) 1조5,000억원. 환차익을 감안하면 1조2,000억원이다. 까르푸를 1조7,500억원에 인수한 이랜드는 국부유출 논란에서 편안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한 이랜드가 자체 자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외부 자금을 차입한 데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자칫하면 경영 위기로까지 번질 우려감마저 제기되고 있다.
상처뿐인 M&A
이랜드는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점포를 신세계 이마트에 재매각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이마트 구학서 사장은 지난 12일 중국 상하이 이마트 싼린(三林)점 개점식에서 “이랜드가 까르푸 점포 11~12개가량을 매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2조원을 투입해야 한다. 인수비용 1조7,500억원과 리모델링비용 3,000억원 등이다.
이랜드가 그만한 비용을 감당하려면 일부 매장을 매각해야 한다. 또한 구 사장은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할 당시 자사를 포함한 일부 유통업체들과의 제휴설이 있었다”며 “자신에게도 이랜드와 함께 제휴해 낙찰 후 까르푸 점포를 나눠 갖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원의 한 관계자도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하는 비용은 2조원가량이다. 그 중 3,000억원만이 회사자금이고 나머지는 국내 금융기관에서 빌린 것”이라며 “이랜드가 금융비용 부담 해소를 위해 일부 매장을 매각하고 차입금을 갚는데 사용한다는 계획안을 내 놓았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까르푸 인수업체로 확정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e-메일을 발표 직전에 구 사장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랜드는 지난달 28일 까르푸 인수계약 직전 신세계, 롯데쇼핑 등 경쟁사에 계약체결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는 “인수에 대한 e-메일은 경쟁업체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고, 정보를 사전 누설할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자금난 소문에 담합설도
그러나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한 뒤 자금난과 관련된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고 있다. 구 사장의 발표가 있은 후 이랜드는 ‘항간에 떠도는 일부 점포 재매각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이랜드의 한 관계자는 “한국까르푸 인수 전 경쟁업체와의 담합설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뒤 “인수계약 체결 당시 밝혔던 32개 인수 점포를 직접 경영할 방침이다. 오히려 인수계약 체결 후 국내 유통업체들이 까르푸 일부 점포 인수 제안을 하고 있지만 거절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랜드는 까르푸의 인수 자금과 운용 자금 부족설에 대해선 “음해성 주장”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이랜드는 까루푸 인수비용으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대출을 받고, 한국금융개발과 화인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2,500억원 가량의 지분 투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계열사 뉴코아(2,000억원)와 이랜드월드(1,000억원)가 총 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랜드개발 권순문 대표는 “3,000억원으로 1조7,500억원의 까르푸를 인수한 점에 대해 자본투자가 적었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재무적 투자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안정된 경영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까르푸 인수에 따른 금융비용은 향후 2년간 연 650억원 정도로 예상되며 2년후에는 연 9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까르푸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600억원이다. 이랜드는 까르푸 매출을 3조원대로, 영업이익률을 6%대로 끌어올려 연 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는 경영전략을 밝혔다.
노조 반대도 풀어야 할 숙제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소재한 분당 야탑점에 달려있다. 건물주가 부도를 내면서 경매로 넘어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누가 인수하느냐가 이랜드의 성공여부이다. 실제로 롯데마트, 신세계이마트, 삼성테스코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까르푸의 경매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랜드도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분당 야탑점은 까르푸의 32개 점포 중 매출 2위, 영업 1위를 기록하는 핵심사업체 중의 하나다.
그 만큼 경쟁하는 업체의 치열함도 부각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구학서 사장은 “까르푸 분당 야탑점은 1,200억~1,30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 이랜드가 이 점포를 확보하더라도 다시 매각하게 될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이랜드가 한국까르푸를 인수하면서 무려 7,000억원 이상을 더 주고 사서 경영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M&A전문가는 “차입을 통한 확장 경영은 ‘달리는 자전거’와 같아서 어느 한 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렸을 때 그룹 전체에 위기가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 “그룹 전체 위기”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이랜드의 노사갈등은 심각하다. 노조와 회사의 갈등은 해를 더할수록 수위를 더하고 있다. 사측이 사업장 입구에 몰카를 설치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여기다 새로 인수한 까르푸 노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함에 따라 언젠가는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주장이 난무하기 때문. 특히 아울렛 형태로 운영을 꾀하는 이랜드가 언젠가는 부서 폐지, 인원 감축 등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3,000억원의 자기자본과 거액의 금융대출을 받아 이자 부담이 커서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노조 관계자도 “회사 측은 새로운 파이낸싱 기법을 통해 M&A를 했다고 하지만 결국 스스로 자본력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게 아니냐”며 “가뜩이나 취약한 자본 구조에 뉴코아보다 훨씬 덩치가 큰 까르푸를 인수함으로써 그룹 전체가 외부 위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노조는 이랜드가 고용승계 원칙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곧이 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이랜드가 부채에 허덕이다보면 구조조정을 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현재로선 한국까르푸 인수 건과 관련한 노조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방침을 밝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 인수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조와 대화나 협상을 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화여대 앞 자그마한 옷가게에서 출발해 패션 명가의 신화를 썼던 이랜드. 이제 유통 거인으로 도약하려는 시점에서 간단치 않은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이범희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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