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해 행정권력을 장악한 이후 이번에 의회권력까지 차지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국정 전반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됐다.지난 3월 12일 탄핵안 가결 당시 한나라당 145석, 민주당 62석, 열린우리당 47석이었던 상황과 비교한다면 열린우리당이 3배 이상 늘어난 152석을 획득한 것은 가히 혁명적인 변화로 해석될 만하다. 특히 17대 총선의 민의는 44년만에 처음으로 진보정당(민주노동당)을 원내에 진출케 하는 기록을 낳았다. 때문에 노동운동에 근간을 두고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의 개혁행보에 가세할 경우, 개혁 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여건은 더욱 성숙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도권 정치에 진입한 민주노동당이 총선이 끝나자 마자 파병철회를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제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열린우리당과 함께 대통령 탄핵안 철회를 위한 행보를 같이하면서 정국 운영에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16일 당사에서 비례대표 당선자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3당 대표회담을 통해 대통령 탄핵철회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고 촉구했다.권영길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엄숙하고 진솔한 사죄가 전제될 경우 3당 대표회담을 열어 탄핵안 철회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과 국민의 합의만 있으면 법적 절차를 떠나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권 대표는 “실업문제 해결,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철폐, 이라크 파병철회 등에 대한 법안을 우선적으로 제출할 것”이라며 “이들 정책의 실현을 위해 열린우리당뿐 아니라 다른 당과도 필요한 대목에서는 당연히 정책공조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원내 정당으로서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관계설정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현시점은 사상 최초로 개혁세력 및 진보층 일부를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여당과 진보정당의 국회 과반의석 시대로 평가할 만하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과거 집권당이 보수층을 기반으로 했던 사실과 비교할 때 향후 국가운영 및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또 여권이 총선과 재신임 연계입장을 밝힌 만큼 노대통령의 통치기반도 그만큼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집권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개혁 드라이브를 강화해 각종 개혁 입법을 통과시키고, 해방이후 계속됐던 국가적 관성을 상당부분 변화시킬 수 있다.반면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과 열린우리당의 과반확보에 위기의식을 느낀 기득권층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에 이어 일약 제3당으로 여의도 입성에 성공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친노(親勞)성향인 열린우리당 과반 확보와 민노당 등원에 기대반 우려반의 시각이라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측의 무리한 요구가 제도권으로 흡수될 경우 노사관계가 한층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노조측이 노동계의 정치권 진입을 기회로 현실을 외면한 무리한 요구에 집착한다면 생산현장의 노사관계는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진보세력, 비기득권층의 정권이 국회서 과반을 차지한 상황인데다 향후 개혁정책을 잇따라 펼칠 경우 기득권층의 퇴조는 가속화되고 ‘시민정치’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에 따라 정치권의 보수개혁 구조가 급격히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 이제까지는 한나라당이 보수층을 대변하고 열린우리당이 개혁정당을 표방해 왔지만 민노당이 원내에 진출하면서 ‘강경보수=한나라당’, ‘중도=우리당’, ‘개혁=민노당’ 등으로 노선 정리가 될 전망이어서 각 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이호영 프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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