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 메뉴를 추가하고, 가격을 조정하고, 심지어 간판을 바꿔 달지만 매출 회복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가게를 처분하는 사례가 흔한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이처럼 고단한 창업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동일 업주가 업종을 바꿔 성공한 사례는 아니지만 소자본 창업자들이 얼마든지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사례를 통해 죽은 가게 살리기의 실증적 해법을 엿보는 일은 흥미와 더불어 구체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자발적으로 회사를 퇴직한 김씨는 30대 초반의 나이다. 나이가 적은 탓에 창업 자금도 불과 5,000만원 정도일 뿐이었다.
다른 창업자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외식업을 오래전부터 동경했다는 점이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와 다른 부분이었다. 점포 창업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으로 배달 업종을 준비했지만 특별한 아이템이 아니고서는 배달 업종의 성장세에 전 재산을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김씨는 조금 더 문턱이 낮은 점포형 밥장사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래서 모든 일과에 투자한 것이 점포 물색이었다. 해물구이라는 아이템을 놓고 점포를 구하였는데 가격이 맞으면 점포가 마음에 안들고, 점포가 탐이 나면 권리금으로도 모자란 현실에 자신감이 점점 사그러들었다.
1 점포 발굴 Tip
소자본 창업자는 아이템에 맞는 점포를 발굴하는 방법을 피해야 한다. 아이템을 정해 놓으면 거기에 준한 여러 가지 기준이 생기기 마련이고, 거기에 자금도 맞추어야 하는 이중고가 발생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이템은 제쳐두고 자금에 맞는 점포 발굴이 효과적이다. 점포 발굴은 창업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초 역할을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팔 공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최상의 아이템은 있을 수 없다. 욕심을 버리고 점포에 맞는 아이템으로 공략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기회가 많아진다.
시설을 포함한 권리금을 주든가, 바닥 권리금만 주든가, 무권리금에 신규 시설을 할 것인가는 점포 결정 후 생각해도 늦지 않다. 점포 발굴은 이유 있는 매물의 확인이다. 업종 선택이 잘못된 탓에 영업이 부진해 매물로 나왔거나, 병치레로 경영이 어렵거나, 임신과 같은 가족사로 운영이 불가피한 급매물을 만나는 것이 절반의 성공이다. 무엇을 해도 안 되는 최악의 입지만 아니라면 나에게 유리한 금액으로 점포를 인수할 수 있는 것이다.그래서 김씨는 아이템을 입지에 맞추지 않고 매물의 특징과 장단점만을 단순히 비교하는 작업에 임했다. 공항터미널 인근의 점포는 월세도 싸고, 접근성도 좋지만 주말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시설이 너무 낙후되어 완전 개보수가 불가피했고, 구의역 인근의 점포는 특별한 시설을 하지 않아도 좋은 상태였지만 전철역 공사가 완료된 후 보행통로가 바뀔 수 있다는 점과 월세가 150만원에 달해 자금 압박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등을 체크했다.
이런 인수 가능성을 점수화한 끝에 현재의 뚝섬 점포를 인수할 수 있었다. 80만원 월세로 부담이 적다는 점, 대로변에 위치해 가시성과 접근성이 높다는 점, 동네 상권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말 영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가 선택의 요인이었다. 단, 호프집의 시설 권리금으로 요구한 액수가 적정한가의 평가가 필요했다. 주변의 다양한 가게들의 권리금을 확인해 보았다. 시설이 훌륭하고 그렇지 않음을 떠나 상권이 성장세에 있는데다 대로변이라는 이유로 1천만원대의 바닥권리금이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하였고, 완전 개보수로 철거를 한다고 하더라도 과하게 권리금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으로 점포 계약의 방해물은 모두 제거되었다.이제 걱정해야 할 것은 어떤 메뉴로 무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2 메뉴 결정하는 법 Tip
주변의 경쟁 대상이 되는 가게의 수준을 평가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점심은 어떤 식이며, 저녁의 주 메뉴는 무엇인지 그리고 평균적인 가격과 시설의 고급화 정도도 체크대상이다. 특히 동네와 같은 소형 상권에서는 점심 백반 가격과 소주나 맥주 가격의 체크가 중요하다. 백반이 4,000원 미만인지, 소주가 2,000원대인지 하는 것으로 상권의 소비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 만일 이처럼 가격이 낮다면 시설에서 포인트를 찾아 제 값을 받는 방법이 필요하고, 정상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면 시설보다는 음식의 질과 차별화 메뉴로 경쟁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소형 점포에서 모든 부분이 기존의 경쟁점보다 우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 두 가지만 제대로 공략한다는 마음으로 올인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주의해야 할 점은 주력 메뉴군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다. 20평 미만의 소형 점포는 점심때 아무리 많이 팔더라도 한계가 있다. 이런 경우 정답은 저녁 매출로 수익을 창출하는 계획이 요구된다. 점심은 객단가가 정해져 있어 회전수로 매출이 올라가지만 저녁은 회전수보다는 객단가의 상승으로 원하는 매출에 도달할 수 있다.상대적으로 주변 식당들의 가격은 싼 편이었다. 식당과 맞지 않는 호프집 시설인 탓에 전면 개보수는 불가피하지만 싼 가격과 정상 가격의 경쟁을 위해 인테리어의 고급화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최고급을 지향해서만 될 일은 아니다. 지역 소비 수준을 감안할 때 문턱을 높이는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고급스럽되 자연스럽고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평당 100만원대로 무난히 분위기 연출은 가능하였다. 메뉴도 해물 구이가 아닌 해물 찜을 대표 메뉴로 결정하였다. 해물 구이는 양보다 질로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가격적인 부담이 느껴지는 음식이다.
그에 반해 생물이 필요 없는 해물 찜은 가격도 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어차피 가족 손님을 유치해야 하는 동네 상권이라면 푸짐함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씨의 결정이 주요한 것은 저녁 메뉴를 단순화 시켰다는 점이다. 통상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점포의 규모와 상관없이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는데 김씨는 오로지 찜과 해물구이를 주 메뉴로 내세웠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사이드 메뉴로 대체하였다. 2만원대의 주 메뉴와 차이가 나도록 확실하게 가격부터 다른 1만원짜리 보쌈과 탕을, 7,000원의 떡볶이로 메뉴의 폭을 넓혀주되 찜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 주어 심리적으로 주 메뉴의 맛이 있을 것이다라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이런 결과 동네에서 보기 힘든 심플한 인테리어가 그저 그런 밥집일 것이라는 인식을 제거함은 물론 정확히 설계된 도면 계획대로 15평 규모에서 무려 30석에 가까운 좌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분식집이나 백반집과는 완전히 다른 차별화 메뉴로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그래도 가서 먹고 싶은 식당으로 포지셔닝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6개월이 지난 김씨의 ‘해물밥상’은 월 1,200 ~1,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월세 80만원에 한 사람의 인건비를 지출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다. 번듯한 오피스가의 식당들이 주말에 한숨을 내쉬는 것과는 달리 주말엔 가족이 동원되어 돈 버는 재미를 함께 맛보고 있다.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 김씨가 투자한 금액은 불과 6,500만원이다. 보증금 2,000만원을 제하면 4,500만원을 투자하여 월 8%를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1년 이내에 투자비 회수가 가능한 수익률이다. 지금 김씨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조금 더 노력하여 자리가 확실해지면 규모를 키워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해물 구이가 주력이 되는 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그간의 경험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 가상의 점포클리닉동네 장사는 인맥이 ‘경쟁력’
만일 호프집 주인이 단순하게 업종을 바꿨다면 혹은 김씨가 무리한(?) 투자를 피하고 그냥 호프집으로 운영을 했다면 어땠을까? 김씨도 처음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상이지만 한번 살펴보자.40대 중반의 여주인은 2년이 넘게 가게를 운영했다. 단골도 있고, 일도 손에 익어 혼자 하기에 전혀 벅찬 것이 없다. 그러나 실제 하루 매출이 15만원을 겨우 유지하고, 동네 단골로 인한 외상 미수가 쌓이기 때문에 말일 결산에선 인건비 빼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그래서 업종을 바꾸었다면 마찬가지로 큰 시설비가 들지 않는 선술집 스타일의 업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로지 싼 가격으로 승부하는 컨셉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협소한 가게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지 않는 이상 매출 부진의 답습이 이어진다는 사실은 몰랐을 테니 말이다. 만일 김씨가 4,500만원을 투자하지 않고, 자신의 인건비만 가져간다고 시설 권리금으로 창업의 소명을 다했다면 결과는 더더욱 나빠졌을 것이다.
그 까닭은 동네 소형 호프라는 것이 얼굴 장사이고, 연배가 있는 주민들에게 30대 초반의 그것도 남자 주인은 전혀 흥미롭지 못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1,2개월 영업 후 시설을 고치고 분위기 반전을 노리기 위해 뒤늦게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주인이 바뀌지 않는 한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소형 식당의 클리닉은 경쟁력 확보에 있다. 그러나 가격적인 경쟁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금이 여유 있는 경쟁자를 만나면 금세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업소의 고급화 전략도 최상의 대응책이랄 수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의 변화만 충족하면 된다. 무엇보다 메뉴의 선택이 중요하다. 푸짐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인식을 심어줄 선택이 필요하고, 메뉴수의 집중도 필요하다. 물론 이런 결단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장사가 어려운 것이다. 누구나 결정을 내릴 수는 있지만 아무나 실천에는 옮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나 못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생기는 까닭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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