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 주도권’-‘대망론’ 교감 “큰일 낸다”
‘대북사업 주도권’-‘대망론’ 교감 “큰일 낸다”
  • 홍성철 
  • 입력 2005-11-14 09:00
  • 승인 2005.11.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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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두 사람은 금강산 관광 정상화와 관련한 ‘사인 불일치’와 김윤규 전부회장에 대한 내부 감사보고서 유출 파문으로 한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 회장이 7일 정 장관을 방문, 내부 감사보고서 파문과 관련해 사과를 표명하고 대정부 관계 개선에 나섬에 따라 두 사람간의 갈등도 봄눈 녹듯 해소되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권과 재계 주변에선 정부와 현대측이 관계 복원에 나선 이면에는 정 장관과 현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권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정 장관의 ‘대망론’과 시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와 남편(고 정몽헌 회장)의 숙원사업인 대북사업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현 회장의 ‘대북플랜’이 맞아 떨어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른바 ‘정동영-현정은 대북 빅딜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정 장관과 현 회장의 대북 빅딜설은 지난 7일 두 사람의 회동이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날 현 회장은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를 방문, 정 장관과 20여분 대화를 나눴다.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감사보고서는 내부용이고 부적절한 용어가 많았다”며 김윤규 사건을 촉발시킨 남북협력기금 관련 감사보고서 유출 사건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에 정 장관은 “정부는 민간협력이 잘 되도록 지원 협력하는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관계 개선을 시사했다.현 회장은 또 “금강산 관광 제한으로 북측 관계자들도 신명이 안나고 풀이 죽은 듯 했다. 하루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즉석에서 정 장관의 금강산 방문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이제는 사실관계가 드러났고 무엇보다도 하루빨리 현대의 금강산 관광 사업이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정부로서도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관계복원 이심전심

이날 두 사람의 대화시간은 20여분에 불과했고, 그 내용 또한 일반적인 수준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 그 자체 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남북 대치상황을 감안, 긴밀한 협력관계를 요구하는 대북사업과 관련해 정부와 현대측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는데 의미가 있다. 실제로 통일부와 현대는 그동안 내부 감사보고서 파문 이후 감정이 악화돼 정상적인 협력관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정 장관과 현 회장이 처한 정치·경제적 상황도 두 사람의 관계 복원을 독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북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정치·경제적 입지를 달리 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복심과 이해관계가 양측의 화해무드를 견인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 대망론을 꿈꾸고 있는 정 장관 입장에서 대북사업 성공 여부는 곧 대권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대북사업은 물론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주무장관으로서 대북사업 성패에 따라 치적과 책임론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 장관은 여권내 유력한 차기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쳐 20%대를 넘어선 한나라당(박근혜·이명박) 잠룡과 장외주자인 고건 전총리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게 현실이다.그나마 다행인게 차기주자 중 통일분야에서 만큼은 수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북사업 및 대북정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정 장관의 대권 입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 장관이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이후 그의 지지율이 수직상승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대북사업 정상화 절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내년 6월을 전후해 2차 남북정상회담을 물밑 추진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급락으로 총체적 위기상황에 봉착한 여권이 그 돌파구 차원에서 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의 정상회담 ‘빅쇼’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빅쇼’ 추진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측의 입장이 관건이지 여권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빅 이벤트를 추진할 것이고, 그 선봉장은 정 장관이 될 것이라는 데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특히 정 장관이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경우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면서 대권주자 입지를 확고히 구축할 것이라는데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정 장관이 현대측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북사업을 물밑 지원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다.

현 회장 입장에서도 정 장관과의 갈등 해소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정부의 지원없이는 대북사업도 원할히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측이 이종혁 조선아태 부위원장과 현 회장과의 10일 면담 사실을 통일부에서 공개하도록 하는 등 대정부 관계개선에 노력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현 회장은 또 대북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절실한 사정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고인이 된 시아버지와 남편의 숙원사업을 반석위에 올려 놓겠다는 남다른 의지가 투영돼 있고, 김윤규 파문 이후 잠시 흔들렸던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대북사업을 성공리에 이끌어야 한다.이처럼 대북사업과 관련한 정 장관과 현 회장의 절박한 정치·경제적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일까.

두 사람의 7일 회동이후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던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 전반에도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10, 11일 양일간 현 회장은 북한 리종혁 부위원장과 개성에서 회담을 갖고 그간의 오해를 풀고 상호 신뢰를 재확인했다. 양측은 그동안 하루에 6백명으로 묶여 있었던 금강산 관광객 수를 제한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기존의 2박3일 상품 이외에 당일 관광과 1박2일 프로그램도 만들기로 했다.양측은 또 개성과 백두산 관광 문제에 원칙적인 부분은 합의를 했고, 오는 19일 금강산 관광 7주년 기념일을 맞아 공동으로 대규모 기념행사를 개최하는 동시에 실무적인 협의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정동영-현정은-북측간의 3각 해빙무드가 정 장관과 현 회장이 처한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향후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후임 상의회장 누가 되나?구본준 LG필립스 부회장 물망에 올라

두산그룹 비자금 조성 건으로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4일 돌연 사임함에 따라 후임회장에 대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확한 회장추대일은 정해져있지는 않지만 대한상의측에 따르면 회장단들이 모여 의견을 나눈 뒤 늦어도 오는 22일에 열릴 서울 상공회의소 의원총회에서 신임 회장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현재 가장 유력시 되는 인사는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올라 있는 11명의 기업인들이다. LG필립스LCD 구본준 부회장,SK텔레콤 김신배 사장,CJ 손경식 회장, 동일방직 서민석 회장, 세아제강 이운형 회장, 필립스전자 신박재 사장, 풍림산업 이필승 사장, 한진해운 조수호 회장, 한화 이순종 부회장, 롯데쇼핑 이인원 사장,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 등이다.

이 가운데 전문경영인을 제외하고 오너회장 중에서 회장직을 맡을 공산이 크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부회장단 중에서 손경식 회장, 구본준 부회장, 조수호 회장, 서민석 회장, 이운형 회장, 이필승 사장 등이 첫손에 꼽힌다. 이들 중 대한상의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손경식 회장과 서민석 회장이 일단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그래도 대한상의 회장인데 좀더 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상징성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아 구본준 부회장이 막판에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표심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기 때문에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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