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장영신 회장, 현정은 회장, 양귀애 고문 등은 남편의 작고로 인해 경영 바통을 이어받았고, 박씨는 그렇지 않다는데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박씨의 남편인 임창욱 명예회장 역시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상황이어서, 그 역시 남편의 ‘부재’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룹 경영에 뛰어드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동안 박씨는 대상가의 안주인 또는 삼성가의 안사돈이라는 타이틀로 불려 왔다. 그의 맏딸인 임세령씨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동 며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사업과 영 인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현주씨는 사업가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금호그룹의 창업주인 고 박인천 명예회장의 막내딸이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여동생.
물론 박씨는 결혼하기 전, 금호그룹의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지만 지난 93년 대상그룹의 계열사에 투자를 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93년 2월, 광고대행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에 투자한 것. 사실 박씨는 이 회사의 지분을 75% 보유해 단순 투자라기보다 대주주이자, 오너로 활동했다.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박현주씨 75%, 박씨의 차녀 임상민씨 17%, 대상(주)가 8%를 갖고 있다. 박씨는 회사가 설립된 이후, ‘부회장’이라는 타이틀로 상암커뮤니케이션의 경영에 관여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의 활동이 외부에 알려진 적은 없었다. 실제로 그가 회사에 꼬박꼬박 출근을 하는지 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임창욱 명예회장이 구속된 이후, 부인인 박씨가 그룹의 경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여러 전례들이 있어온 데다, 그가 어쨌거나 10여년이 넘도록 대상 계열사의 부회장직함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계의 이런 관측은 사실로 드러났다. 대상그룹이 오는 13일 그룹의 주주총회에서 박씨를 등기이사로 추천했기 때문. 박씨의 선임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최근 재벌가의 안주인들이 유행처럼 경영일선에 나서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H그룹의 한 관계자는 “경영 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주주이거나, 회장의 부인이라는 타이틀만으로 경영에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혜연 c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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