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부회장 입사 6년만에 회장단 대열
그는 현재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상무’, ‘전무’, ‘사장’ 명패를 가져본 적이 없다. 모두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입사한 지 4년 만인 지난 2001년, 이사로 진급했다. 지난 2002년에는 부사장, 2003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회사에 입사한 지 6년 만에 회장단 대열에 합류한 것.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0세였다. 박정원 부회장은 과장에서부터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급을 두루 거쳤다. 일반인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매년 승진했다는 점이다. 1년에 2번 승진한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는 회사에 입사한 지 9년 만에 임원이 됐다. 3세들의 평균 임원 승진기간이 7.7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금 늦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박 부회장이 초고속 승진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박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회사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 당시 그는 기린맥주 과장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박 부회장의 이름은 매년 승진자 명단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지난 93년 기린맥주 차장, 94년 7월에 부장으로 진급한 데 이어 같은해 12월 이사대우가 됐다. 박 부회장은 지난 97년 오비맥주(기린맥주의 바뀐 이름) 상무에서 (주)두산의 상무로 자리를 옮겼고, 98년 (주)두산 상무, 99년 전무, 같은 해 연말 부사장이 됐다. 부장에서 이사가 되는데 걸린 시간은 5개월이었고, 전무에서 부사장이 되기까지는 10개월이 걸렸다. 전대미문의 초고속 승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의선 사장 만 28세 이사로 첫출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아예 임원으로 회사에 입사했다. 1970년생인 정 사장은 지난 99년 12월 현대차 구매담당 이사로 첫 발을 내디뎠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만 28세였다. 정 사장은 이사로 취임한 지 1년 만인 지난 2001년 현대차 상무, 2002년 전무, 2003년 현대·기아차 총괄본부장이 됐다. 그리고 올 초 기아차 사장으로 부임했다. 회사에 입사한 지 6년 만에 회사의 최고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장선윤 롯데쇼핑 이사도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6년 만에 임원이 됐다. 장 이사는 신격호 롯데회장의 외손녀이자 신영자 롯데백화점 부사장의 둘째딸로, 최근 롯데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성공적으로 런칭시키면서 재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재벌 3세다. 장 이사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지난 97년 롯데면세점의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에 해외상품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5년 만인 올해에 팀장이자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현재 장 이사는 롯데쇼핑 본점 ‘에비뉴엘’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재용 상무 7인방중 직급 최하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이들 재벌가 3세 중에서 직급이 낮은 편이다. 이 상무는 지난 2003년부터 2년이 넘도록 계속 상무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상무의 초고속 승진이 가져올 외부저항 때문에 조심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서류상으로 이 상무는 지난 91년 삼성전자 총무부에 입사 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상무의 나이가 스물 셋이었고, 그가 대학을 마친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출근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됐건 이 상무는 지난 2001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승진했고, 2년만인 지난 2003년 ‘보’자를 뗐다. 정용진 신세계백화점 부사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동갑내기다. 정 부사장의 경우는 회사에 입사하던 지난 98년 상무로 입사를 해, 2년 만에 부사장 타이틀을 얻었다. 반면 이 부사장은 지난 95년 입사해, 지난 2003년 전무, 올해 부사장이 됐다. 이 부사장의 경우 정 부사장보다 승진은 늦지만, 입사한 지 10년 만에 부사장이 됐다는 점에서 초고속 승진이다. 실제로 재벌 3세들 중 비교적 탁월한 개인능력을 보이고 있는 인물도 있지만 일부 경영인의 경우 사생활이나 회사생활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해 내부에서조차 따가운 눈길을 받는 사람도 더러 있다.
정혜연 c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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